천경자의 혼 (SeMA상설전)

2014.06.02 19:48:13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2층


천경자의 혼 (SeMA상설전)

전시기간  상설전시 
전시장소  서소문본관 2층
전시시간  동절기(11~2월) 평일 10~20시 토,일,공휴일 10~18시
             하절기(3~10월) 평일 10~20시 토,일,공휴일 10~19시
관람료  무료
주최 및 후원  서울시립미술관
전시문의  도수연 (☎ 2124-8959)


지난 1998년, 국내화단의 대표작가인 천경자 화백이 1940년대부터 1990년대 후반까지 제작한 작품 93점을 서울시립미술관에 기증하였다. 이러한 작품 기증을 기념하고자 2002년 5월부터 개최하고 있는 상설전 『천경자의 혼』은 보다 다양한 천경자 화백의 작품세계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기 위하여 기증작 93점 중 총 32점을 선별·재구성하여 전시함으로써 새로움을 추구하고자 하였다.


테마에 따른 다섯 개의 섹션으로 구성된 본 전시에는 천경자 특유의 자전적 채색화를 비롯하여 작가 자신의 모습을 투영한 자화상과 해외 스케치 여행 중에 만난 이국(異國)여인의 모습을 담은 인물화, 지구를 몇 바퀴 돈 세계 여행을 통해 제작한 여행풍물화 및 문학 기행화, 학창 시절의 습작 등 매우 다양한 유형의 작품들이 선보이고 있다.


도안화 두 점은 동경여전 학창시절에 제작한 작품이다. 작가가 학창시절을 기념하기 위하여 간직하고 있던 것으로, 동경여자미술전문학교(현 동경여자미술대학)에 입학한 해인 1941년의 습작이며 그의 작품 중에 가장 오래된 것이기도 하다.


작품에 나타나는 꽃, 동물 등의 소재를 비롯하여 독특한 색채나 구성 등은 훗날 '천경자 화풍'이라고 일컫는 그의 작품경향으로 이어진다.


그 밖에도 여성의 다양한 포즈를 담은 누드 8점과 뱀을 그린 습작 1점 등 드로잉이 9점 포함되어 있다.


천경자의 작품은 '자전적'이라는 평과 함께 천경자만의 독자적인 화풍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그의 작품이 '자전적이다'라고 하는 것은 작품 속에 담겨있는 모티프나 전개가 작가 자신에게서 비롯됨을 의미하는데, 거의 모든 작품에서 작가는 자신의 삶과 꿈, 환상, 동경의 세계를 표현하고 있다.


이렇듯 작품에 드러나는 특유의 문학적 감수성과 서정성은 자신의 삶의 경험에 기인한 (자전적)감성이라고 할 수 있는데, 작가 자신은 이러한 감성을 한마디로 '한(恨)'이라 표현한다.


이러한 자전적 성격은 1950∼70년대의 작품에서 두드러지게 많이 드러나는데, 특히 기증작품 중에는 '천경자'라는 작가의 존재를 화단에 강하게 각인시켜 준 [생태(生態)]를 비롯하여 [여인들], [바다의 찬가], [백야], [자살의 미] 등 6점의 작품을 꼽을 수 있다. 천경자의 작품에는 인물화가 많은데 특히 여성으로 일관되는 여성시리즈 인물화는 크게 두 가지 형태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자신의 모습을 담은 일종의 '자화상(自畵像)성격의 인물화'이고 또 하나는 일상생활이나 여행을 통해 만난 '실재 인물들을 대상으로 그린 인물화'이다.


천경자의 인물화에 나타나는 여인들은 단순히 작품 소재만이 아닌 바로 작가 자신의 투영된 모습, 즉 분신(分身)으로 해석할 수 있는데, 이는 그가 자신의 작품에 등장하는 수많은 여인들의 묘사를 통해 새로운 유형의 '생명체'를 그려왔고, 또 이것이 천경자 자신의 모습을 투영한 분신으로 탄생되는 수단이 되어 인물화는 그의 내면의 세계를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천경자의 작품에는 다른 작가들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작품세계가 있는데 바로 여행을 통해 제작한 '풍물화'들이 그것이다. 이 작품들은 작가가 30여 년 간 다녔던 해외여행을 통해 제작된 것으로 이국에서 접했던 이색적인 자연과 풍물들을 스케치를 통해 꼼꼼히 기록한 후 여행에서 돌아와서 오랜 제작시간을 거쳐 여행의 감흥과 회상을 되살리면서 거의 완벽에 가깝게 치밀하고도 독특한 채색작업을 통해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시킨 것이다.


여행을 테마로 한 풍물화는 모두 62점으로, 이 작품들은 그의 초기 여행부터 후기 해외여행까지를 총 망라하고 있다. 초기에는 이국에서 접한 새로운 경험들을 작은 것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여행지에서 직접 그린 스케치들이 많은 반면에, 여행이 거듭될수록 화려한 색채와 화면구성이 돋보이는 완성도 높은 채색작품들이 많아 이들 작품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작품의 경향도 변화하였음을 알 수 있다.


천경자는 초기 여행시기에 스케치 풍의 풍물화를 많이 그렸다.


해외여행을 시작한 1969년부터 1974년까지의 세 번의 여행 중에 제작된 작품에는 주로 여행지의 감흥과 순간을 빠르게 포착한 스케치 풍의 풍물화를 많이 그렸는데, 기증 작품에는 모두 26점의 스케치 풍물화가 있다. 1970년대 후반부터는 화려한 채색을 입힌 채색 풍물화가 눈에 띈다.


1969년 이탈리아여행의 인상을 3년(1971년~1973년)에 걸쳐서 작품으로 옮긴 [이탈리아 기행](도판6)과 1979년 인도, 멕시코, 페루, 아르헨티나, 브라질, 아마존 유역 등 중남미 지역 여행을 통해 제작된 작품을 보면 스케치에서 벗어나 대부분의 작품이 채색을 사용하였음을 알 수 있다. 즉, 이때부터 그의 작품은 여행에서 경험하게 되는 이색적인 풍물들을 충실하게 담아내는 기존의 채색화와는 차별화되는 성향을 보이기 시작한다.


미국을 배경으로 하는 여행 풍물화 중에는 특히 뉴욕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작품이 많은데, 그에게 있어서 뉴욕은 특별한 의미를 지니는 곳이기도 합니다.1969년에 첫 해외 스케치 여행이 바로 뉴욕에서 시작하였으며, 이 뉴욕 여행은 1990년대 후반까지 계속되었고, 1998년부터 지금까지 뉴욕에서 체류하고 있기도 한다.


천경자는 화가로서 전시 화집을 출간한 것 외에도 수필집과 자서전, 화문집(畵文集)등 20여권의 문학서적을 출간하는 등 문단에서도 널리 알려져 있다. 화가이면서 문학인이기도 한 그의 족적은 수많은 스케치 여행과 그 여행에서 제작했던 작품들에서 드러난다. 여행을 하면서 문학인들의 자취를 찾아다니며 이를 화폭에 담아내고, 또 그러한 기록을 지면을 통해 연재했던 문학기행작품들을 살펴보면 그의 문학에 대한 열정을 읽을 수 있다.


2002년 서울시립미술관의 신축개관에 맞추어 열게 된 천경자 상설 전시실에서 개관전으로 개최되고있는 『천경자의 혼(魂)』에서는 천경자 화백이 기증한 작품들과 그의 체취를 느낄 수 있는 기록, 사진 등의 전시물, 그리고 그의 일생을 조망한 영상물이 함께 전시되고있다.


어떤 예술가보다도 치열하고 열정적인 삶을 살아온 선생의 불꽃같은 예술혼을 작가가 생명처럼 여겨왔던 작품들을 통해 느껴봄은 어떨까? 


강유순 기자 기자 news@mdon.co.kr
Copyright @이엠디(메디컴) All rights reserved.

PC버전으로 보기

(주)메디컴 ​서울특별시 금천구 벚꽃로 254 월드메르디앙1차 1406호 등록번호 : 서울 아03115 ㅣ등록연월일 : 2014.4.21ㅣ발행인 : 박경미 | 편집인 : 설명희ㅣ 청소년보호책임자 : 안경희 전화번호 : 02-6958-5434 ㅣ 팩스번호 : 02-6385-2347ㅣ 이메일 : news@mdon.co.kr Copyright @이엠디(주식회사 메디컴)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