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발성 경화증 환자들의 시력을 보호해주는 간질약

  • 등록 2015.04.21 17: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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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TI 미리안 『글로벌동향브리핑』 2015-04-21


 때때로 어려운 문제의 해결책이 완전히 다른 분야에서 얻어지는 경우가 있다. 이번에 간질 환자들의 발작을 예방하기 위하여 흔히 처방되는 약물이 다발성 경화증 환자들에게 발생하는 시력 이상을 예방해주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번 연구결과는 미국 워싱턴 DC에서 개최된 67차 미국 신경학회에서 영국 런던에 위치한 영국 국립 신경학 및 신경외과학 병원의 Raju Kapoor 박사가 발표한 것이다. 



다발성 경화증은 뇌와 척수에 발생하는 자가면역 질환으로서 1만 명당 1명꼴로 발생하며, 20대에서 30대 사이의 연령에서 주로 나타나는 자가면역 질환이다. 북미와 유럽에서 50만 명, 전세계적으로 200만 명 이상에게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다발성 경화증의 정확한 원인은 규명되지 않았지만 6번 염색체에 위치하며 면역계를 조절하는 주 조직적합 복합체(major histocompatibility complex: MHC) 유전자의 변이, 특정 감염원, 비타민 D의 결핍이 위험 인자로 생각되고 있다. 다발성 경화증은 북유럽계에서 많이 발생하고 남성보다는 여성에게서 2~3배 많이 나타난다고 한다. 

급성 시각 신경염(acute optic neuritis)은 눈에서 뇌로 시각 정보를 수송하는 신경에 염증 발생이 원인인 증상이다. 그런데 다발성 경화증 환자들의 절반 정도가 자신의 삶에서 한 번 이상은 급성 시각 신경염을 앓게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Raju Kapoor 박사는 “이 증상은 급작스러운 완전 또는 부분 실명이나 흐린 시각 및 어두운 시각과 통증을 유발한다. 이들 환자들은 결국 시력이 회복되기는 하지만 매번 증상이 발생할 때마다 신경과 눈에 손상이 발생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여러 번 재발하는 다발성 경화증과 마찬가지로 급성 시각 신경염 증상의 회복을 위해서 스테로이드 약물이 흔히 이용되고 있다. 그러나 이번 결과를 발표한 연구팀은 스테로이드 약물의 처방이 결과적으로 특별한 개선효과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런 이유로 다발성 경화증 재발에 의한 기능 이상을 예방하기 위한 보다 효과적인 새로운 치료법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간질 환자들의 뇌에서 신경자극을 감소시켜서 발작을 줄이는데 이용되는 약물인 페니토인(Phenytoin)이 다발성 경화증 환자들의 시각 이상을 해소하는데 효과적일 것으로 기대된다고 한다. 

1938년에 처음 개발된 페니토인은 특정 종류의 발작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처방되고 있다. 최근에는 보다 효과적인 간질약들이 개발되어서 이용이 감소했지만 여전히 일정 수준으로 처방되고 있다. 페니토인은 전압 민감성 나트륨 통로를 억압하여 나트륨의 이동을 차단하기 때문이며 신경세포뿐 아니라 심근조직 등 여러 흥분성 세포의 세포막을 안정시킨다고 한다. 이러한 페니토인의 효과는 국소마취제의 작용과 비슷하며, 나트륨 이동의 차단으로 신경세포의 활성이 억압되어 항간질 효과가 나타나게 된다고 한다. 

연구팀은 급성 시각 신경염이 발생한 환자 86명을 무작위로 분류하여 페니토인(4mg/kg/1일) 또는 동량의 위약을 2주간 투여하고 증상을 모니터링하는 임상 2상 시험을 실시했다. 이들 환자들은 페티토인이나 위약을 3개월간 투여 받았다고 한다. 연구팀은 임상 시험 시작 시점과 6개월 후에 빛 간섭 단층 촬영(optical coherence tomography) 기술을 이용하여 이들 환자들의 망막의 두께를 측정했다. 또한 연구팀은 색 인식과 선명도를 포함하여 환자들의 시각 상태도 평가했다고 한다. 

여기서 페니토인이 투여된 환자들은 위약 투여 환자들과 비교하여 망막 신경섬유 손상이 30%나 덜하여 망막의 두께가 평균 7.25 마이크로미터나 두꺼운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망막에서 빛에 가장 민감한 부분인 황반(macula)의 부피도 페니토인이 투여된 환자들은 위약 대조군보다 평균 34%(0.2mm2)나 큰 것으로 확인되었다. 약물의 투여로 다발성 경화증 환자들의 급성 시각 신경염이 해소된 후에는 예상대로 시력이 정상 수준으로 회복되었다고 한다. 더하여 이번 연구에서는 페니토인 투여군과 위약 투여 대조군에서 모두 장기적인 시각 이상이 확인되지 않았다. 이번 시험에 참여한 환자들 중에서 5명이 장기간 추적 조사를 위하여 시험에 잔류했다. 

Raju Kapoor 박사는 “이번 결과가 보다 대규모의 시험에서 재확인된다면 페니토인은 다발성 경화증 환자들의 신경 손상과 실명을 예방하는 새로운 치료제로 개발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력은 업무, 사회 활동, 운전을 포함하여 사람의 삶에 매우 중요하지만 간과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추가 연구에서도 이번 결과가 뒷받침된다면 퇴행성 신경질환인 다발성 경화증 환자들의 삶에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현재 영국에서는 다발성 경화증 환자의 숫자가 10만 명 이상으로 집계되고 있지만 증상 진행을 늦추거나 중단시키는 약물은 개발되지 못한 형편이다. 이번 연구는 MS Society, National Multiple Sclerosis Society, Novartis, National Institute for Health Research Clinical Research Network, University College London Hospitals Biomedical Research Centre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았다.



기자 news@md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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