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 요동과 초전도 형성 간의 관계 입증, 향후 산업적 파급효과 기대
국내 연구진이 고체물리학의 미해결 과제인 비정상 초전도체*의 형성원리가 양자임계점**에서 발생하는 양자 요동***이라는 직접적인 연구결과를 보고하여 학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 비정상 초전도체: 저항이 영이 되는 도체를 초전도체라 하며, 고전 이론과 달리 양자 요동이 초전도를 형성한다는 점에서 비정상 초전도체로 일컬음
** 양자임계점: 절대 영도에서 하나의 상이 다른 상으로 변하는 점
*** 양자요동: 열에 의한 입자의 진동이 아닌, 양자역학의 불확정성 원리로 발생하는 진동

▲ 박두선 교수
성균관대학교 물리학과 박두선 교수가 주도하고 서순범 박사과정(제1저자) 등이 수행한 이번 연구는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기초연구지원사업(리더연구자지원)으로 수행되었으며 미국 로스알라모스국립연구소 및 포항공대와 공동연구로 진행되었다. 연구결과는 권위 있는 과학 전문지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 3월 4일자에 게재되었다.
(논문명 : Controlling superconductivity by tunable quantum critical points)

▲ 서순범 박사과정
초전도체의 특성은 초전도 전자쌍이 결정짓는데 기존의 정상 초전도체는 전자쌍의 형성 원리가 알려져 있었으나, 비정상 초전도체의 전자쌍 형성 원리는 아직 이론상에만 존재할 뿐 실제로 밝혀지지 않았다. 이론적으로는 다양한 가설이 존재했지만 실험적으로 증명하기에는 여러 가지 변수들이 있어 쉽지 않았던 것이다.
연구팀은 비정상 초전도체의 전자쌍을 매개할 후보로 알려져 있으며 양자요동이 강하게 나타나는 CeRhIn5 물질*에 미량의 주석(Sn)을 첨가하였다. 양자요동이 발생하는 외부 조건을 변화시켜 관찰한 결과, 초전도현상이 변화된 조건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 CeRhIn5 : 세륨(Ce), 로듐(Rh), 인듐(In)을 포함하는 초전도체 물질로, 압력 하에서 양자임계점을 가지며 그 주위로 초전도현상이 나타나는 특성을 띠는 화합물
초전도 형성의 원인으로 생각되는 물리량과 초전도현상이 같은 방향으로 제어가 된 이번 결과는, 비정상 초전도체의 전자쌍을 매개하는 원인이 양자요동일 가능성을 강하게 뒷받침하는 결과이다.
본 연구결과는 고온 초전도체에서 양자점 제어를 통해 초전도현상을 제어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초전도 현상을 마음대로 제어하게 될 경우, 암 및 각종질병 진단에 쓰이는 MRI(핵자기공명) 장치에 고온초전도자석을 활용하여 의료비를 절감하는 등 초전도체의 광범위한 활용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다.
박두선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는 지난 30여년 미스테리로 남아있던 고온초전도에 대한 이해를 심화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했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산업적 가치를 유발할 수 있는 상온초전도 디자인에 대한 청사진을 제공한 놀라운 발견이다”고 밝혔다.
연 구 결 과 개 요
1. 연구배경
약 100년 전 처음 발견된 초전도체인 수은(Hg)을 시작으로 고전적으로 많은 연구를 통해 정상초전도체(conventional superconductor)는 열적요동으로 인해 초전도 전자쌍인 쿠퍼쌍(cooper pair)이 형성됨을 알고 있다. 하지만 최근에 발견되고 있는 다른 성격의 초전도체인 비정상초전도체(unconventional superconductor)의 경우는 아직 초전도 전자쌍의 매개원인을 알지 못하고 있다. 형성원리를 실험과 이론으로 밝혀낸다는 것은 초전도체를 사용할 수 있도록 제어하고 변형시킬 수 있다는 의미이다. 특히 비정상 초전도체의 종류에는 초전도 형성 온도가 액체 질소온도이상으로 높은 고온 초전도체가 포함되기 때문에 비정상 초전도체의 형성원리를 밝히는 것은 21세기 물리학이 직면한 첨단 과제일 뿐만 아니라 산업화에도 기여할 가능성이 있는 주요난제이다.
이론적으로 비정상 초전도체의 전자쌍을 매개할 수 있는 후보 중 하나가 양자임계점(quantum critical point) 근처에서 발생하는 양자요동(quantum fluctuations)이다. 열적요동이 사라진 절대영도(0 K)에서 존재하는 양자임계점 근처에서 초전도 현상이 새로 발현되는 결과들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극저온에서 실험을 해야 하는 한계와, 여러 변수가 복잡하게 작용된 환경 때문에 직접적으로 초전도와 양자요동과의 상관관계를 이해하기 힘들었다.
최근에 발견된 무거운 전자(heavy fermion) 물질인 CeRhIn5는 물리적 특성을 순수하게 조절할 수 있는 압력만으로도 초전도 현상이 발현되는 물질이다. 특히 초전도가 가장 강하게 나타나는 (초전도상전이 온도가 가장 높은) 압력에서 정확히 양자임계점을 가지고 있다. 선행된 많은 연구들을 통해 이 물질에서 발현되는 초전도현상은 양자요동과 관계가 있다는 흔적을 발견하였지만 직관적으로 이 둘의 연관성, 즉 초전도 현상과 양자임계점이 우연히 같은 곳에서 나타나는 것인지 양자요동이 초전도를 유발시키는 것인지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본 연구팀은 화학적으로 In(인듐)을 Sn(주석)으로 치환해 주면 마치 압력을 가했을 때 나타나는 물리적 변화를 기대할 수 있음을 이론적인 계산을 통해 찾아내었다. Sn을 치환함으로써 양자임계점을 변화시켰을 때 초전도현상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연구할 수 있는 가능성이 제시된 것이다.
2. 연구내용
Sn이 4.4% 치환된 CeRhIn5를 고압력 셀을 이용하여 약 3 GPa(대기압의 3만배)까지 가해 주었으며 온도는 상온(300 K)에서 0.3 K(영하 272.7도) 까지 전기저항을 측정하였다. 반강자성상이 존재하고 일반적인 금속의 특성을 보여주는 낮은 압력과는 달리 특정 압력구간에서는 일반적이지 않은 금속의 특성인 양자임계현상이 관측되었고 이러한 현상은 특이점인 1.3 GPa를 중심으로 나타났다. 즉 양자임계점은 기존의 2.35 GPa에서 실험 전 예측한 대로 더 낮은 압력인 1.3 GPa로 이동한 것을 뚜렷하게 관측하였다 (그림1 참조).
다음으로 저온에서의 초전도상전이 현상을 관찰해본 결과 특정 압력부터 저항이 갑자기 0으로 사라지는 현상이 관측되었고, 상전이 온도는 압력에 따라 점차 증가하여 약 1.3 GPa에서 최대가 되었다. 즉, 기존의 2.35 GPa을 중심으로 돔(dome)형태로 존재하던 초전도현상 역시 낮은 압력구간으로 이동해 역시 돔형태로 존재한 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더 높은 압력에서 같은 실험을 반복해본 결과, 양자임계현상은 서서히 사라져 저압에서와 같은 일반적인 금속의 특성을 보여준다. 또한 초전도 현상역시 사라져 Sn을 치환하기 전에 초전도 현상이 존재하던 압력에서는 오히려 존재하지 않는 결과를 확인하였다. 이는 초전도현상이 양자임계점을 따라 다른 환경으로 옮겨졌음을 의미하며 양자임계점의 양자요동이 이 물질의 초전도를 매개하는 가장 유력한 원인이라는 사실을 입증하는 직관적인 실험 결과이다.
3. 기대효과
물리학의 난제로 남아있는 초전도현상의 근본원인을 밝히기 위해 많은 과학자들이 노력하고 있다. 비정상 초전도의 특성을 보이는 대표적인 물질에서 초전도 현상이 언제나 양자요동이 극대화 되는 곳에서 나타난다는 사실은 비정상 초전도체의 형성원리를 풀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한 것이며 이 발견이 앞으로 고온초전도체의 형성원리를 밝히는 첫 걸음이 되기를 기대할 수 있다. 또한 예측과 제어가 힘든 초전도현상을 기대한 대로 제어하였다는 점에서 앞으로 초전도체의 응용에도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연 구 결 과 문 답
이번 성과 뭐가 다른가
양자임계점을 체계적으로 움직였으며, 이 때 초전도현상이 양자임계요동이 최대인 점을 중심으로 발현된다는 결과를 처음으로 관측하였다.
어디에 쓸 수 있나
비정상 초전도체의 형성원리를 이해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할 수 있으며 초전도체 정밀제어의 새로운 방법을 제시하였다.
실용화까지 필요한 시간은
비실용화 기초연구
실용화를 위한 과제는
상온초전도체 디자인 및 새로운 고온초전도체 발견
연구를 시작한 계기는
비정상 초전도체의 초전도 전자쌍을 매개하는 원인을 규명하고자 시작하였다.
꼭 이루고 싶은 목표는
고온 초전도체 메커니즘 규명과 상온초전도체의 발견
신진연구자를 위한 한마디
좋은 연구를 통해서 대한민국 과학발전의 주역이 되기를 바랍니다.
용 어 설 명
1.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
. Nature에서 출판하는 자연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인용지수: 10.742)
2. 정상초전도체(conventional superconductor), 비정상초전도체(unconventional superconductor)
. 원자의 요동이 초전도를 형성한다는 BCS(Bardeen-Cooper-Shrieffer) 이론을 따르는 고전적인 초전도체를 정상초전도체라고 하며 새롭게 발견되고 있는 BCS이론으로 설명되지 않는 초전도체를 비정상초전도체라고 한다.
3. 고온초전도체(high-temperature superconductor)
. 비정상초전도체의 한 종류
. 저온초전도체보다 상대적으로 임계온도가 높은 초전도체로서 초전도갭 대칭성이 격자 대칭성을 따르지 않는다. 철기반 초전도체, 구리산화물 기반 초전도체 등이 있다.
4. 반강자성(antiferromagnetism)
. 전자의 스핀이 인접한 스핀과 반대로 정렬되어 있는 자성 상태
. 특정 온도 아래에서 나타나게 되며 그 온도를 넬 온도 (Néel temperature) TN 으로 나타낸다.
5. 양자임계점(quantum critical point), 양자요동(quantum fluctuations), 양자임계현상(quantum criticality)
. 열이 아닌(non-thermal) 변수에 의해 이차상전이 온도가 절대영도로 내려갔을 때 그 특이점을 양자임계점(quantum critical point)이라 부르며 이 지점에서는 양자요동(quantum fluctuations)이 발생하게 되어 고전적인 물리현상과 다른 양자임계현상(quantum criticality)이 유한한 온도영역까지 나타나 물질의 성질을 결정하게 된다.
6. 무거운 페르미온계(heavy fermion material)
. 전자의 유효질량이 자유전자의 유효질량보다 100~1000배의 큰 값을 보이는 물질계이다.
. 4f 또는 5f 전자를 갖는 원소가 포함된 물질들에서 많이 발견된다.
그 림 설 명

▲ 그림 1. 압력과 온도에 따른 전기저항 값들을 색으로 나타낸 그래프 (세로축- 온도; 가로축- 압력).
그림 1. 압력과 온도에 따른 전기저항 값들을 색으로 나타낸 그래프 (세로축- 온도; 가로축- 압력).
절대영도에 양자임계 특이점이 존재하게 되면 그 주변의 물리량들이 요동을 치게 된다. 초전도 상태를 나타내는 검정색 위에 전기저항 값이 크게 증가한 빨강색 모양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회오리 모양을 하고 있는 전기저항의 이상 형태도 초전도 돔 안에 숨어있는 옮겨진 양자 특이점에 의해서이다.

▲ 그림 2. 각 압력에서 온도에 따른 전기저항을 색으로 나타낸 그래프
그림 2. 각 압력에서 온도에 따른 전기저항을 색으로 나타낸 그래프
a : 자기장을 가하여 초전도현상을 없앤 뒤 극저온까지 전기저항을 측정한 결과 약 1.3 GPa을 중심으로 전기저항의 이상적인 상승효과가 퍼져나가는 깔때기 형태로 존재한다. 이러한 현상은 일반 금속에서 나타나지 않는 양자임계점 근처에서 나타나는 양자임계현상이다.
b : 자기장을 가하지 않고 전기저항을 측정한 결과로 초전도가 일어나는 온도 아래에서 전기저항이 매우 급격히 감소한다. 초전도현상이 가장 강하게 나타나는 압력으로 양자임계현상이 집중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 그림 3. CeRhIn5와 Sn을 치환한 후의 압력과 온도에 대한 상도표
그림 3. CeRhIn5와 Sn을 치환한 후의 압력과 온도에 대한 상도표
Sn을 치환한 후 기존에 존재하던 반강자성상(AFM)이 더 빨리 사라지고 초전도영역이(SC) 낮은 압력구간으로 이동하였음을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