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의료기기 불법 시연 한의협 김필건 회장 국민앞에 사죄하고, 법의 심판을 받아야”
대한의사협회 한방대책특별위원회(이하 한특위)는 오늘 한의사협회 김필건 회장이 모든 국민들이 보는 앞에서 무면허의료행위를 시연하는 불법을 저지른 것에 대해 경악을 금치 못하며, 몰상식한 방식의 불법의료행위에 대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법의 심판을 받을 수 있도록 할 것이다.
또한, 지난 10년간 한특위를 이끌어온 유용상 위원장의 사퇴 소식을 전하면서 한의사의 불법의료행위와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강력히 저지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의료계에 던진다.
한특위는 법치국가인 대한민국에서 한의사가 의사들이 쓰는 현대의료기기를 불법적으로 쓰겠다고 생떼를 부리면서 한의사협회 회장이 시연까지 하는 것이 정상적인 것인가라고 반문하고 싶다.
특히, 한의사협회 김필건 회장이 오늘 골밀도 측정기를 시연하며 한의사가 기계 조작을 할 수 있다고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을 보고 기본적인 지식과 양심이 있는지 의문이다.
단순히 측정된 기계값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수치에 대한 분석과 소견, 치료방법 등을 판단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은 일반 국민도 모두 아는 것이다.
그동안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일관되게 의학과 한의학은 구별되며, 면허범위 외의 의료행위는 불법이라고 판결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의사협회는 헌법재판소에서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허용했다는 식으로 허위사실을 발표하였다.
또한 자체적으로 추진한 설문조사 결과만으로 국민 대다수가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불법 사용을 찬성한다는 식으로 기자회견까지 하는 것은 국민의 건강은 전혀 고려치 않은 자신들만의 이익만을 위한 직역이기주의인 것이다.
‘눈 가리고 아웅’하는 형식으로 국민을 속일 수는 없다. 현대의료기기 사용만을 위해 불법의료행위를 하고, 국민을 우롱한 것에 대해 국민 앞에 사죄해야 할 것이다. 한특위는 불법의료행위를 시연한 한의사협회 김필건 회장이 법의 심판을 받을 수 있도록 모든 수단을 강구하여 대응할 것을 다시 한번 밝힌다.
더불어 오늘 유용상 한특위 위원장은 직역이기주의가 만연한 한의사협회의 불법의료행위에 대해 국민의 건강은 안중에도 없는 행태라고 규정하고, 우리 의사들이 국민 건강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저지해야 한다며 한특위 위원장직을 사임하면서 의료계가 더욱 단결해 줄 것을 요청하였다.
특히, 유 위원장은 그동안 자신이 추구하던 학문적인 문제제기와 더불어 좀 더 실체적인 문제제기를 통해 의료계가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 저지에 더욱 강력히 매진하기 위한 촉매제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사임을 결정했다.
이에 한특위는 그동안의 유 위원장의 노력에 존경을 표하며, 그 의지를 본받아 다음과 같이 행동할 것을 밝힌다.
1. 한특위는 학문적 문제제기와 더불어 법률적 방식에 중점을 두고 한방문제에 대응할 것이다.
2. 한방의 허구와 폐해를 널리 알리고 한의사의 의료인 제외, 나아가 한방의 폐기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것이다.
3. 불법의료행위를 일삼고, 경제와 정치적 논리로 의학의 진실을 오도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현실을 전 세계에 널리 알릴 것이다.
우리는 한의사협회가 소위 의료현안 협의체에서 의협과 복지부에 제안한 가장 첫 번째 조항이 우리 한특위의 해체임을 잘 알고 있다. 유 위원장의 사퇴를 계기로 한특위는 앞으로 지금보다 훨씬 강력하고 적극적으로 한방문제에 대응할 것임을 천명한다.
2016년 1월 12일
한방대책특별위원회
박근혜 대통령님께.
국정을 챙기시느라 참 힘이 드시지요. 가끔 TV에 비추이는 대통령님의 약간 부은 얼굴을 보고 몸과 마음의 휴식이 필요 하실 것인데 하는 생각을 해보기도 합니다.
저는 광주광역시에 거주하는 사람입니다. 규제개혁이라는 큰 틀의 정책기조 분위기에 편승된 현대의료기 문제가 인류의 지혜로 만들어 온 현대의학의 과학철학적, 윤리적, 인류사적 깊은 함의를 손상시키며 의료계를 초유의 비상사태로 몰아넣고 있어 몇 가지 말씀을 드리려 합니다.
법적, 학문적 판단을 무시하고 정치화된 이 문제로 의료계는 인류가 이룩해온 의학의 숭고한 자존심과 권위를 지키려는 생명을 건 가치투쟁에 나서고 있습니다. 세계의사회에 도움도 요청하려 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대통령님 ! 우리는 불가피한 근대화 과정의 역사적 오류에 의하여 여러 분야에서 전근대의 유산을 순리적으로 극복하지 못하였습니다. 몸은 현대에 정신은 옛날에 있고 새 시대를 위한 전통의 발전적 되돌아보기는 철저하지 못하였습니다. 중국에 대해서 저보다 많은 공부를 하신 것으로 압니다. 중국의 발전이 두렵고 부러운 것은 중국 전통문화에 대한 중국 지식인들의 처절한 철학적 반성위에 중국의 발전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우리의 길을 막아서서 역사의 흐름을 방해하고 구속하여 지배하는 우리의 인식론 체계는 무엇입니까 ? 중국의 음양오행론적 인식론은 우리 선조들의 유교적 위계질서를 유지하는 교조적 이념이었으며 이러한 이념체계를 인체에 체현시킨 것이 한의학입니다. 중국과 일본에서 한의학 이별 운동이 전근대적 인간성의 계몽과 연결 되었던 것이 모두 이러한 자각 때문이던 것이지요. 량치챠오는 ‘음양오행은 2000년 미신의 총사령부’라 갈파하였으며 루쉰은 ‘한의학은 의식적 무의식적 거짓 말(詐欺)’이라 비판하고 한의학 이별 운동을 국민성의 개조와 연결 시켰습니다.
의학의 역사는 생물학적인 문제에 머물지 않고 사회적, 경제적 내용을 포함한 당시대의 인식론과 방법론이 총 동원되는 것입니다. 한의학이 현대의학과 같이 인정되는 우리의 의료이원화제도는 우리의 전근대와 근현대의 문화투쟁이 철학적으로 완결되지 못한 현실을 웅변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과학철학자가 “중국문화의 원류는 한국에 남아있다.” “명나라가 사주, 풍수, 한의학을 전하였지만 중국에서 한국에 전래 된 것이 그런 저질스러운 것만은 아니다.” “음양오행은 문화쓰레기” “한방이 어려워지고 한의학 비판이 일어난다는 것은 국민의식의 발전에 따른 국가의 융성을 의미한다"라는 글을 보내온바 있습니다.
대통령님.
저는 지식인의 양심으로 한의학이론 폐기를 원칙으로 하는 의료일원화 운동에 대단히 많은 시간을 매진해 왔으며 중국과 미국의 학자들과도 그러한 동지적 입장을 연계하고 있습니다.
저보다 지식이 많으실 것이지만 우리는 어차피 부분적인 지식인입니다. 기록으로서 4,800여년 만의 인류의 진보 끝에 이룩한 위대한 의학적 성취의 숭고함을 지키려는 의료계의 강력한 저항이 갖는 의미를 자세히 아시지는 못하겠지요. 대통령께서도 직역의 충돌을 일으키는 문제는 신중해야한다는 말씀을 하신 것으로 기억하지만 과학 의료계가 처해있는 난감한 상황을 간단하게 전해드리는 바입니다.
대통령님, 청와대의 정책기조라는 모양새에 따라 관료들의 난감함도 분명 있으리라 봅니다.
일부 정치인들의 막무가내 윽박지르기도 감당키 어렵습니다. 또 일개 개인인 제가 대통령의 정책을 반대하는 의료계의 수괴인양 개인적 불이익으로 앙갚음할지 모른다는 뜬소문도 들려옵니다.
중국에서도 한의학폐기운동이 방해 받지 않고 있는데 하물며 민주화된 대한민국에서 지식인의 충정을 권력의 힘으로 억압 할 수는 없겠지만 마냥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습니다.
박 대통령님.
지식인으로의 주장과 사회의 변화는 별개인 것 같습니다. 저는 10년 전 “허준이 죽어야 나라가 산다”를 발간하여 박제된 전통의 문제를 지적하였고 시민단체 의료일원화국민연대를 출범시켰으며 작년에는 6년간의 작업 끝에 “한의학에 작별을 고하다”를 기획 발간하여 한의학이 가진 비이성적, 비과학적, 비윤리성의 문제를 과학철학적 입장에서 자세히 소개하였습니다. 의, 한방의 첨예한 논란은 문화진보투쟁입니다. 한의학에 내재된 인식론을 해결치 못하면 우리는 영원히 중국의 정신적 노예상태를 모면할 수 없으며 세계로 열린 국민성도 갖출 수 없습니다. 중국이 5.4 운동에 이르러서야 자각하게 되었던 인간성에 대한 반성 말씀입니다.
사상성이 없는 부자나라가 우리의 바람 일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문화의 쓰레기를 민족의 외투로, 교조적 이념들을 민주의 외투로 고수하여 미래와 세계로 나가지 못하는 것이야 말로 우리가 극복해야할 일이 아닐까요. 문화는 문화이고 과학은 과학이어야 하며 전통은 항상 새롭게 만들어가는 것이라 하였습니다. 발전된 국민의 과학지성은 이번의 논란을 국가적 기회, 역사적 전환점으로 만들 수도 있을 것입니다. 성큼 다가올 통일 후 북한의료와의 통합도 염두에 둔다면 진정한 세계보편의학의 기준을 확립해가야 할 것으로 생각 합니다.
이제 저의 지식인으로서의 임무는 최선을 다하였다 생각하며 부디 정치투쟁으로 변질된 현대의료기 문제를 과학과 학문과 법적 문제로 환원시켜주시고 긴 호흡으로 근원적 해결 방안을 모색 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를 호소 드립니다.
2016. 01.
의학박사, 시민 유 용 상 드림
사임인사
한특위 위원장직을 사임하며 그간 격려를 아끼시지 않으셨던 대한민국 의사회원님들, 의사협회임원진과 시도의사회임원님들, 그리고 보건의료관계지의 기자님들께도 참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특히 한방대책위원회 위원님들의 용기와 열정에 항상 감동을 느껴 왔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현대의료기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고 있으며 한의계의 정치투쟁, 인정투쟁은 앞으로도 계속 될 것입니다.
이제 여러 의미로 때가 되었을 뿐 아니라 새로운 단합과 대응의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심정으로 저는 한방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직을 사임하는 바입니다.
다행히 우리 의료계가 이제 한의학 문제에 이론적으로 무장되어가고 있고 여러 한특위 위원님들의 역량이 믿음직하여 걱정 없이 사퇴하게 되었습니다.
작년에는 과학중심의학원 임원들의 도움을 받아 책자 “한의학에 작별을 고하다”를 발간하여 의사라면 꼭 읽고 체화해야할 과학철학적 지식들을 소개하였습니다. 이 책을 부디 1-2년에 걸쳐 읽고 방계지식을 공부해가면 한의학의 실체 체득뿐 아니라 기술적 의사에서 철학적 의사로 도약할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이 책자를 부디 탐구하여주시기를 부탁드리면서 사임에 앞서 2개의 글을 전달 드립니다.
“한의학에 작별을 고하다”를 발간하면서 약속드렸던 인세를 한방대책위원회와 시민단체 과학중심의학연구원에 기증하며 사임인사에 가름하겠습니다.
그 동안 참으로 감사 하였습니다.
2016. 1월
의학박사 유 용 상 올림
한방대책위원장 사임에 부치는 글
* 2015년 12월 정책연구소에 기고한 글을 기초로 한 글입니다.
하나의 인간, 하나의 집단, 하나의 국가가 의미 있는 진보를 하려면 선행되어야하는 일이 자기의 위치에 대한 철학적 성찰이다.
17세기 이 후 세계는 하늘, 땅, 인간 개념의 변화와 새로운 지식에 의하여 전통의 되돌아보기가 시작 되었다. 전통을 재창조해야 했을 때 우리의 진보의 길을 방해한 것은 무엇보다 철학적 성찰의 부재였다. 봉건의 철학은 과학과 인권으로의 진보를 가로 막았으며 아직도 우리는 근현대화 과정의 상흔에 자유롭지 못하다. 중국의 자연철학을 기초 이론으로 한 한의학이 용인되고 있는 사실은 우리가 아직 전근대적 정신상태, 심하게 말하면 중국의 정신적 노예 상태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의계가 각종 언론 매체에 등장하는 지금과 같은 사회적 지위를 얻게 된 것은 기이한 일이다. 한의학의 언어로 현대인들을 이해시키는 일은 결코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의계는 음양오행을 교조적 기초이론으로 하여 전통한의학의 존속을 이끌어 내었다. 피난 국회에서의 법안통과이기는 하였지만 70년대-80년대의 다수 한의대 설립처럼 역사는 늘 그렇게 어수룩하게 시작된다. 내부 이론에 은거하며 은밀하게 서약 집단에 머물던 한의계가 이제 거대한 압력 집단이 되었다.
최근 한의학(Traditional Korean Medicine)의 영문명칭을 전통을 삭제한 Korean Medicine으로 변경하였다 스스로 주장하고 있다. 사회 체계 속의 의미를 둘러싼 투쟁이야 말로 계급투쟁의 주요 측면(브르디외 구별짓기(La Distintion 1979), 피에르
)이라 한다면, 한의계는 중국 유래라는 흔적을 지우고 한국의학이라는 상징이미지를 강화하여 대중에게 권위와 명예를 가진 집단으로서의 상징자본을 움켜쥐려 하고 있는 것이다.
현대의학계뿐 아니라 정부의 대응도 곤혹스러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의계와의 다툼은 과학적 개연성, 보편성, 윤리성의 차원이 아니라 문화 자본을 둘러싼 계급 투쟁적 성격으로 전개되고 있으며 한의계가 민족 또는 조상의 전통이라는 상징적 폭압 수단을 동원하는 대중쟁탈전을 펴고 있기 때문이다.
한의계의 인정투쟁 역사적으로 홉스의 생존욕구 충족 투쟁, 헤겔의 주인과 노예의 정체성 투쟁을 시발점으로 경제적 영역의 마르크스적 투쟁, 소렐의 인정 투쟁 관점에서의 사회변동, 실존철학적 차원의 사르트르를 거쳐 미드, 부르디외를 거쳐 1992년 호네트의 인정투쟁개념은 최근의 사회변동 경험과 맞물려 괄목할 만 한 사회변동이론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의학적 진술들이 과학의 언어, 보편 인권적 언어로 이해 될 수 없다는 사실은 이미 여러 번 지적한 바 있으며 정밀한 과학철학적 비판도 책자“한의학에 작별을 고하다.”를 통하여 소개한 바 있다.
한의학은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져 있다는 16세기 이전 인식론시대의 산물로서 그간의 학구적 분석에 결정적 결함이나 법적 문제 제기가 있을 수 없다는 것은 너무나 자명한 일이다. 그렇다면 문제는 민속적, 원시적 한방이론만으로는 유지 할 수 없는 이러한 직업군을 양산하고 세계 보편의 의학지식과 끝없는 갈등을 야기하는 원천적 문제를 방임하고 조장하는 국가의 제도에 그 죄를 물을 수밖에 없다.
국가는 과학적이고 윤리적 입장 그리고 국민의 건강권을 보장해야하는 헌법에 위배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셈이며 한의학도들은 꼬리를 물고 강으로 뛰어드는 무리처럼 영문 없는 제도 속으로 끝없이 함몰되고 헤어 날 수 없는 인식론의 갈등에서 방황해야하는 어처구니없는 현실이 지속되고 있다.
한의계의 특수한 행동 양식(아비투스,habitus)의 변화는 무척이나 흥미롭다. 개량한복을 입고 알 수 없는 한문 용어를 사용하는 대신 의사들의 상징인 하얀 가운과 청진기를 의식적으로 걸치고 의사인지 한의사인지 모르는 언어로 언론의 장에 출연하는 모습들은 한의집단의 본질적 정체성이 더 이상 현대 사회 속에서 긍정적 상징자본으로서의 가치를 잃어가고 있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으며 부적절하게 제도화된 한의학이라는 장의 구조에서 한의사들은 이제 자신들의 정체적 이론에 따른 암묵적 실천의 경계를 투쟁적으로 해체하려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
호네트의 주장대로 인정투쟁을 통하여 가치 있는 존재로서의 정체성을 확보하려는 시도는 사회 발전의 중요한 양식임을 부정 할 수 없으며 정당한 인정투쟁은 도덕 영역에 속할 수 있다. 하지만 인정을 하기 위해서는 근거가 있어야 하며, 그 근거는 가치 있는 속성에 대한 입증된 증명이어야 한다.
의학은 가치 있는 과학적 속성에 대한 무수한 근거 작업을 통하여 시공간과 각 문화권을 초월하여 확립되는 학문이다. 헤겔에 의하면 정체성의 노예적 상황을 인식한 후에야 인정을 위한 투쟁이 시작될 수 있다 하였다. 한의학 이론을 지고의 가치로 주장하던 동안의 한의계는 현상의 이익에 자족하던 서약 집단 이었다. 민주주의, 과학,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정보의 투명화는 대중의 성숙을 가져오고 결과적으로 한의학의 위기를 초래하였으며 내부적으로는 정체성 혼란을 초래하였다. 한의계의 인정투쟁이 도덕적 정당성을 갖으려면 그 투쟁의 대상은 법적, 학문적으로 정당성이 결여된 현대의학의 차용이 아니라 민속 한의학 기초이론을 향한 내부 투쟁이어야 한다.
한의계는 가치 있다고 주장하는 한의학의 속성과 근거에 대하여 냉철한 존재론적 성찰 후에 국가의 제도와 현대의학계에 겸허한 도움을 요청해야만 하는 것이다.
국가의 제도 속에서 한의대에 입학하여 한의학이론을 배워야하는 학생들의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자아성찰과 실현이야 말로 인간권리의 기본 개념이다. 인정을 통한 자아실현 그리하여 얻어지는 만족스러운 삶이 생업의 강제에 의하여 원천적으로 방해 받을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끔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철학과 사상성을 아직 갖추지 못한 어린 학생들이 한의학 기득권을 위한 발 디딤돌로 이용되고 있는 것이 아닌지 깊게 따져 보아야한다.
정부에 드리는 말
법과 학문적 판단을 무시한 한의계의 막무가내 정치투쟁 속에서 한국의 보편적 의료제도를 위한 근원적 해결책으로 의료일원화론이 제시되고 있다. 기실 전근대 한의학은 근대화 과정에서의 변증법적 소멸 대상 이었지만 민족주의에 따른 역사의 왜곡에 의하여 존재하였을 뿐이다. 실제로 정부 당국의 관료들은 전문가가 아닌 이상 이 싸움의 배후에 존재하는 전근대와 근현대의 문화 투쟁적 배후를 파악하기 어렵다. 하지만 국가의 큰 짐이 되어버린 한의학 문제를 더 이상 이대로 존속시킬 수는 없다. 선진 한국의료제도의 정언명령인 의료 일원화는 퇴출, 부분수용을 포함한 어떠한 방식이거나 간에 한의학 정체성의 존재론적 검토가 필수 선결 조건이다. 중국이 3차례에 걸쳐 국가적 차원에서 한의학 퇴출을 의결한 역사와 일본의 한방 퇴출역사를 고찰하여야한다.
따라서 미래의 불확실한 의료일원화를 조건으로 불법적인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한의사에게 허가 하는 것은 참으로 부당한 일이다.
인류의 진보와 과학혁명으로 이루어온 과학의학의 숭고한 정신이 몇몇의 정치인들에 의해 무너질 수는 없으며 의학의 왜곡과 가치 훼손은 무수한 자원의 낭비와 규제 불가능한 부도덕한 의료로 이어지고 한국의학의 변증법적 진보를 왜곡시키며 의학계로서는 결코 물러설 수 없는 생명을 건 가치투쟁이 된다는 것을 정부 당국자들은 알아야 한다.
우리는 지적 성찰의 부족으로 국가의 큰 짐을 키워왔다. 근원적 해결이 아닌 임시방편적 땜질은 의료계의 학문적 양심과 자존감 훼손으로 이어져 지울 수 없는 장기간의 갈등이 다시 시작 될 수밖에 없다. 정치 투쟁으로 변질된 현대의료기 문제를 명확히 법적, 학문적 입장으로 되돌려 세우고 의료일원화에 대한 범국가적 기구를 만들어 근원적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
일본의 근대화는 한의학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시작하였다. 한의학의 문제는 순조롭지 못하였던 역사적 승순(承順)의 문제가 우리에게 첨예하게 남아 있는 것이다.
과학은 익숙한 전통에 대한 반역이며 과학적 반역은 열정에 이성이 마비된 대중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하였다. 과학은 반역이다. 프리먼 다이슨. 27p, 과학자의 관점에 대한 홀데인의 기술
우리는 과학적 이성으로 역사 속의 오류를 직시 할 수 있어야 한다. 과거의 문화를 꾸미어 우리 자신과 남을 속이는 철학과 사상성이 부족한 졸부의 나라로서는 세계의 진정한 인정을 받을 수 없다.
그간 정부는 한의학 스스로의 자립적 성찰과정을 지켜보아야 했다. 그 동안 성과가 나올 수 없는 한의학에 대한 과도한 국가의 지원은 괴이한 한의술을 만들 뿐 한의계 스스로의 처절한 존재론적 성찰을 방해하였다.
보건복지의의 유능한 관료들은 한의학에 대한 역사, 철학적 배경에 대해 소상히 공부를 해야 한다. 막강한 행정력을 가진 관료들에게 거는 기대가 항시 무너지는 것은 근원적 문제에 어두워 항상 양비론적 입장을 취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 아닐까한다. 국민의 건강권을 침해하는 이원화제도의 위헌성여부를 헌법재판을 통해 물어 보는 것도 적극 검토해야한다.
의료계의 대응
한의계의 도전은 과학적, 윤리적 차원이 아닌 정치투쟁이다. 현대의학과 대등한 의학, 한국을 대표하는 의학이라는 상징자본을 획득하기 위한 표상투쟁이며 정치 철학적으로 인정투쟁의 성격으로 변모하였다. 과학적 담론에만 익숙한 의료계가 전략적 전환을 하지 않으면 감당하기 어려운 투쟁인 것이다. 하지만 의학이라는 장에서 펼쳐진 초유의 전투는 이제 한의학과의 국가적 작별을 마무리 할 기회가 무르익어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치 또는 문화 투쟁의 양상을 인식하지 못하고 한가로이 법적, 학문성만을 자신하고 안주해서는 필히 낭패하게 된다.
의료계가 지켜야 할 것이 무엇이겠는가. 초유의 사태에 직면하여 의료계는 세계의사회에 도움을 요청하는 실정에 다다르고 있다. 민족의 허위 전통보다 학문의 보편성을 지켜내야 한다. 전 의료계는 선진 의료제도를 세우는 국가적 목표에 그리고 의학의 숭고한 학문적 정체성을 지키고 통일 후 북한의료와의 통합까지를 이루어내야 하는 투철한 사명감을 인식하고 과학자, 지식인 사회와 연대하여 차원이 다른 대응 태세를 갖추어야 할 것이다.
References
1. The half life of Facts : Samuel Arbesman 2012
2. 과학은 반역이다. 프리먼 다이슨 2006.
3. Farewell to Traditional Oriental Medicine : Statue In Quo & In Future of Traditional Chinese Medicine & Phytotherapy. Zhang Gongyao(张功耀).
Institute Of Science, Technology & Society. Changsha, China, 410083
4. 한의학에 작별을 고하다. 박혜은 역 2015
5.인정투쟁 . 악셀 호네트, 문성훈,이현재 역
6. 인정투쟁 발표 소고. 전남대학교 철학과 박해용
7. 구별짓기(La Distinction 1979) 피에르 부르디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