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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회및기관

공보의 기소만으로 신분 박탈? 현장의 혼란 예상돼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현장지원은 없이, 부작용 우려되는 무리한 입법부터 시작돼


  지난 10월 7일 더불어민주당 권칠승 국회의원은 공중보건의사가 복무 중 형사기소가 이루어지면 신분을 박탈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보건의료 취약지에서 공중보건 업무에 종사토록 배치 받은 공중보건의사는 직무상 위반 행위를 저질렀을 경우 공무원법에 따라 징계 및 신분박탈 조치를 받고 있었으나, 이에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경우 공중보건의의 위상은 물론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렵기에 기소만으로도 신분박탈이 필요하다고 입법취지를 밝혔다.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이하 대공협)에서는 이번에 발의된 신분박탈 법률과 관련하여 현장에서 일어나는 정확한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진행되는 성급한 입법이라며 강력한 유감을 표명했다. 특히, 전례 없는 코로나19 방역 사태와 관련하여 현장에서 최선을 다한 공중보건의사에게 지원이 필요한 영역에서는 입법논의조차 없더니 사태 이후 첫 법안으로 신분 박탈 법안을 입법하는 것에 대해 이해하기 힘들다고 강변했다.

  대공협에 따르면 각 지역에서 공중보건의사를 대상으로 한 고소·고발 및 형사고발을 전제로 한 일부 악성 민원의 시도는 이전부터 만연해 왔으나 최근에는 유독 많아졌다고 전했다. 특히 교도소·구치소와 같은 특수기관에서 근무하는 경우 일 년에도 참고인·피의자 조사를 받는 경우가 여럿 있으며, 기소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지는 않지만 위험성이 있는 상태에서 입법이 이루어진 이후에는 누가 마음 편히 근무할 수 있겠냐고 전했다. 각 지역에서도 공무원이 민원에 취약한 것을 알고, 불필요한 원하는 약을 받기 위하여 수년 동안 같은 민원을 제기하거나 진료실에 매일 찾아와 난동을 피우는 경우도 꽤 있는데, 앞으로 해당 법안이 악용될 것이라고 예상하였다.

  교정시설에 근무하는 한 공중보건의사는 “작년에도 성실히 진료에 임했음에도 불구하고 경찰 고소와 검찰 진정을 받았으며 인권위 진정은 수도 없이 받았다. 진술서를 썼을 때, 피의자로 검찰에 사건이 송치되었다고 문자를 받았을 때의 기분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지금도 역시 힘들지만 많은 고소·고발에도 불구하고, 인권의 사각지대라는 교정시설에서 근무하며 한국 전체의 인권을 향상시킨다는 생각아래에 근무를 이어왔다. 하지만 이런 법률이 입법된다면 나부터 교정시설에서 나가고 싶은데, 누가 근무하고 싶을지 솔직히 의문이다. 현장의 사정을 전혀 모르는 것 같다.”

  또, 섬·오지에서 근무하는 한 공중보건의사는 “65세 이상의 노약자에게 무료 지원되는 약 때문에 진단장비가 부족한 보건지소에서 원하는 약을 받기 위해 난동을 피우는 경우가 많다.”며, “지금까지는 어떻게든 설득해서 장비가 갖춰진 의원에서 진료 받을 수 있게 하거나, 내가 다소 위험성을 감수하며 무리를 해서라도 적절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해 왔다.”고 말하며, “하지만, 의례 이런 민원 사례의 경우에는 민원제기를 할 만한 상황을 교묘히 유도하여 녹취 후 국민신문고 등에 고발민원을 내기도 하는데, 이제는 고소·고발을 통해 신분을 협박하겠다고 생각하니 솔직히 눈앞이 아득해진다.”고 전했다.

  대공협은 “공중보건의사의 처벌 및 신분박탈 조항과 관련된 모든 사항을 무조건 당사자와 논의해서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고 거리를 두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사자에게 의견 조회 등 상황을 파악해야 하는 이유는 위 사례에서 드러나듯이 법률이 악용될 소지가 매우 많기에 현장의 상황을 파악해보기 위해서 논의가 필요한 것”이라고 전했다. 

  대공협 회장 김형갑은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경우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렵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이해하기가 힘들다.”며, “오히려 부족한 진단장비, 열악한 환경 속에서 일부 악의 있는 민원에게도 최선의 보건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하여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선의를 품는 공중보건의사가 대다수라고 할 정도로 많다.”고 이야기 했다. “이런 선한 의도 때문에 사건이 비화되어 분쟁이 발생하는 것을 볼 때면 마음이 아픈데, 이제는 본인의 보호를 위해서라도 방어진료, 방어적 민원대응 등을 권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만약 법률이 통과되면 관련 내용을 철저히 정리하여 지침을 제공할 것.”이라고 전하며, "이 때문에 발생할 수 있을 의료서비스제공의 질 저하에 마음이 편할 수 없다."며, "이는 입법과정에서 충분한 논의를 통해 사전에 발생할 상황에 대해 면밀히 검토해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대공협 회장 김형갑은 “대개 폭언·폭행 사건의 경우 격화된 분위기 때문에 쌍방이 모두 고소당하는 경우가 많다.”며, “일순간 격화된 감정은 보통 시간이 지나면 서로를 이해하고 원만하게 해결되는 게 수순일 때가 많은데, 앞으로는 이런 해결과정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또, “공익법무관의 경우 법조인이라는 직업적 본질 상 발생할 문제로부터 자신을 충분히 보호할 수 있으나, 사회에 갓 나온 의사들에게 이런 전문분야도 아닌 부분에 대하여 적절한 대응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안 그래도 군 대체복무 상 취약한 신분이 더욱 더 흔들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대공협 정책이사 김명재는 "공공중보건의사의 비위 사건 등에 대해서는 대공협 차원에서도 주요 의제로 항상 다루고 있다."고 밝히며, "올해에는 중앙윤리위원회 구성 등을 통하여 협의회의 회무 중 품위 손상 등 문제가 될 만한 사항을 외부인사 등을 통하여 점검받고, 회원을 대상으로 음주운전 등 비위 사건에 대하여 근절할 것을 홈페이지, 교육 등을 통해 알리고 있었다."고 말했다. 김명재 이사는 "사건이 재판까지 가면 사건내막을 고려한 적정한 징계가 결정되는 경우가 많은데, 해당 법안이 시행되면 기소부터 너무 과한 처분이 발생하는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마지막으로 김형갑 대공협 회장은 "작년 제정, 시행된 보건의료인력지원법에 따라 보건의료인력인 공중보건의사도 인권침해 사항으로부터 근무기관의 적절한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되었으나, 현장에서는 전혀 작동하지 않는다."며, "심지어 코로나19 대응 상황 속에서 파견 근무 후 원래 근무지에서 발생한 폭언 폭행 등 인권침해 사항은 심각할 수준이며 잦았다."고 말하며, "이런 상황에 대한 보호조치는 언제 이루어질 것인지. 법률상 파견 조항은 있음에도 파견자들에 대한 지원 조항은 없어 발생하였던 숙박, 취식 문제 등은 언제 법제화를 통해 해결해줄 것인지" 의아심을 표했다.

한편, 대공협은 매년 수십 건 이상 발생하는 지역에서 폭언·폭행 사건에 대하여 협의회 차원에서의 전문적인 대응책을 제고하고 있으며, 일반민원과 분리하여 인권침해 담당 전문 센터를 운영하여 문제 해결을 위한 방법을 찾을 것이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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