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간학회가 간 건강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제정한 ‘간의 날(10월 20일)’을 앞두고, 순천향대 부천병원 소화기내과 유정주 교수의 도움말로 간암 위험을 높이는 대표 질환인 ‘간경변증’에 대해 알아본다.
간경변증은 간이 오랫동안 손상을 입으면서 정상 조직이 굳은 섬유 조직으로 변하고 재생 결절이 생기며, 결국 간 기능이 떨어지는 병이다. 유정주 교수는 “간은 재생력이 뛰어나지만, 손상과 회복이 반복되다 섬유화가 진행되면 정상으로 돌아오기 어렵다”며 “특히 간 전체에 걸쳐 변화가 생기기 때문에 한 번 진행되면 회복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간경변증 환자의 48~70%는 B형 간염, 10~15%는 C형 간염이 원인이다. 나머지는 음주나 다른 질환 때문인데, 최근에는 대사이상 지방간질환 환자가 크게 늘었다. 유 교수는 “바이러스 간염 치료제 개발과 예방접종 사업으로 바이러스 간염 유병률이 감소하면서 앞으로는 음주와 비만, 당뇨 등 잘못된 생활 습관에서 비롯되는 질환이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간경변증이 위험한 가장 큰 이유는 간암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간경변증 환자의 3분의 1은 간암이 생길 수 있고, 간암 환자의 80% 이상이 간경변증을 기저질환으로 가지고 있다는 보고도 있다. 또한 복수, 부종, 위·식도 정맥류 출혈, 간성 뇌증 같은 합병증이 동반되면 환자의 예후는 급격히 나빠진다.
증상만으로는 조기 발견이 어렵다. 초기에는 피로감, 식욕부진, 소화불량 등 흔한 소화기 증상이 나타나지만, 병이 진행되면 황달, 손바닥 발적, 거미 다리 모양 혈관, 남성의 여성형 유방, 여성의 생리 불순 같은 특징적인 변화가 생긴다. 복부 팽만, 토혈, 의식 변화가 나타나면 즉시 입원 치료가 필요하다.
진단은 초음파, CT, MRI 같은 영상 검사와 간 섬유화 스캔, 혈액검사 등을 통해 이뤄진다. 치료의 핵심은 원인 질환 관리다. B·C형 간염 환자는 항바이러스제를 복용해야 하고, 반드시 금주해야 한다. 또 체중 조절, 식습관 개선, 운동으로 대사질환을 관리해야 하며, 합병증이 심하면 간이식을 고려한다.
유 교수는 “B·C 감염 환자를 비롯해 간경변증 고위험군은 증상이 없어도 정기 검사를 받아야 한다. 정기검진과 생활 습관 관리가 간경변증과 간암을 예방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