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위 슈퍼 빅4 외래 경증환자 21만634명 중 548명(0.26%)만 동네의원에 회송
2014년 기준 과거 10년 전에 비해 동네의원 건보 급여비 비중 “반 토막”
의협 의료정책연구소, 의뢰-회송체계 강화·상급병원 지정기준 상향 조정·동네의원 역점질환 확대 등 의료전달체계 확립 유인책 7가지 개선방안 제시

메르스로 인해 국가 방역체계의 핵심 현안으로 부각된 ‘의료전달체계’는 실제 의료현장에서 제 기능을 못하는 허울뿐일 것으로 드러났다.
여기에 형식적인 의료전달체계를 확립하기 위해 정부가 지난 2011년부터 추진해 온 ‘의료기능 재정립 기본계획’은 아직까지 이렇다 할 정책적 효과는커녕 오히려 부익부, 빈익빈 등 의료 양극화 현상, 소수 슈퍼 대형병원으로의 환자 쏠림 가속화 등 정부가 기대하는 방향과는 정 반대로 진행되는 이른바 역주행에 가속 페달이 힘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시급한 개선책이 요구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회장 추무진) 의료정책연구소(소장 최재욱)와 국회 김용익 의원실(새정치민주연합)과 공동으로 분석하여 발간한 ‘의료전달체계 현황 분석 및 개선방안’이란 주제의 워킹페이퍼에 따르면 의과계 의료기관에 대한 전체 건강보험 급여비에서 동네의원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지난 2003년 45.5%에서 2014년 27.5%로 급락하여 10년 새 거의 ‘반 토막’ 난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대형병원들이 경쟁적이면서 무분별한 외래진료 기능을 확장하여 동네의원의 진료기능과 역할을 크게 위축시켜 결과적으로 2014년도 한 해 동안에만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이 동네의원의 건강보험 외래 급여비 수입의 12%에 해당하는 1조 6천억원 규모를 “쓸어감으로써” 동네의원의 수입구조를 잠식하며 심각한 경영난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특히, 의료전달체계가 정립되어 감염병 예방을 비롯한 대형병원 환자 쏠림현상, 의료쇼핑 문제 등 국민 의료이용에 있어서 부정적 요인들을 개선하여 국민건강을 보장할 수 있도록 1, 2, 3차 ‘의료생태계’가 균형 있게 발전해 나가야 하는데, 이번 조사결과 동네의원에서 충분히 진료할 수 있는 경증질환에 대한 외래환자들까지도 상당수가 블랙홀처럼 대형병원으로 집중되고 있으면서도 이후 경증질환 환자가 다시 병원급에서 동네의원으로의 회송되는 사례는 매우 미미한 것으로 나타나 대형병원 집중현상이 전달체계를 악화시키는 고질적인 문제로 고착화되고 있음이 드러났다.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외래 경증질환 환자 1천 명 당 1.6명만이 동네의원으로 회송하였으며, 이 중 ‘빅(Big) 4’라고 불리는 삼성서울병원은 63,872명의 외래 경증질환자 중 510명을 회송(0.798%)하였고, 서울아산병원은 51,249명 중 21명(0.041%), 서울대병원은 44,945명 중 7명(0.016%), 세브란스병원은 50,568명 중 10명을 회송(0.021%)한 것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우리나라 전체 43개 상급종합병원 중에서 단 한 명의 환자도 동네의원으로 회송하지 않은 병원은 무려 18개소나 되어 전체 42%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 의료전달체계는 말 그대로 허울뿐이라는 오명을 피하기 어려운 것으로 지적됐다.
의료정책연구소는 이 같은 문제를 개선하고 의료전달체계의 기능과 역할을 재정립하기 위해서는 ▲환자 의뢰-회송체계 강화 ▲상급종합병원 지정기준 대폭 강화 ▲무분별한 병상증가 억제 방안 강구 ▲의원급 의료기관의 역점질환 확대 ▲동네의원 진찰료 정상화 ▲고혈압 당뇨 등 생활습관병 관리료 신설 ▲진료의뢰수가 신설 등 보다 실질적이고 폭넓은 개선책이 시행되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와 관련하여 의료정책연구소 최재욱 소장(고려의대 예방의학)은 “대형병원의 공격적이고 무분별한 외래진료 확장과 함께 환자 의뢰-회송체계의 부재가 맞물리면서 가뜩이나 형식적인 의료전달체계를 붕괴시키는 기폭제 역할이 확인되었다”며 “그 결과로 국민의 불필요한 의료비 부담이 늘고, 건강보험재정 지출도 불필요하게 늘고 있어 대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 의료전달체계: 의료체계와 의료자원의 효율적 운영을 통해 의료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국민 모두가 적시에 적정인에 의해 적소에서 적정진료를 이용할 수 있도록 마련된 제도임.
※ 상급종합병원: 종합병원 중에서 중증질환에 대하여 난이도가 높은 의료행위를 전문적으로 하는 종합병원을 상급종합병원으로 지정할 수 있는
데, 해당 조건으로는 20개 이상의 진료과목을 갖추고 각 진료과목마다 전속하는 전문의를 둘 것, 전문의를 수련하는 기관일 것, 보건복지부령이 정하는 인력ㆍ시설ㆍ장비를 갖출 것, 질병군별 환자구성 비율이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해당할 것을 규정하고 있음.
<주요 문제점 분석>
▶ 동네의원이 위축되고 대형병원이 무분별하게 외래진료를 확장하였다.
의과계 의료기관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비에서 동네의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03년 45.5%에서 ’14년 27.5%로 급격하게 하락하였고(반 토막 났고), 같은 기간 동안 상급종합병원의 급여비 수입에서 외래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은 21.5%에서 31.3%로 급증하였다. 병원급 의료기관은 외래진료 확장을 통해 동네의원의 외래 급여비 수입을 지속적으로 잠식하고 있는 것이다. 2005년 구성 비율을 기준으로 할 경우, 2014년 한 해 동안 병원급 의료기관은 동네의원 건강보험 외래 급여비 수입의 12%(약 1조 6천억원)를 잠식하고 있는 상황이다.
▶ 대형병원의 외래진료 확장으로 인해 국민의료비 부담과 건강보험재정 지출이 증가하였다.
동네의원과 대형병원 간 진료성과에 차이가 없는 경증 질환의 내원일당 진료비는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이 동네의원에 비해 2~3배 수준이다. 만약 병원에서 진료하는 52개 경증 질환의 외래진료를 동네의원이 담당할 경우, 2014년 한 해 동안 1,482억원의 진료비 지출 절감을 기대할 수 있다. 또한 병원의 급여비 증가가 전체 건강보험재정 지출 증가를 주도하고 있다. 즉, 2005년부터 2014년 사이에 증가한 건강보험 급여비 지출의 51%와 34%를 종합병원(상급종합병원 포함)과 병원이 각각 차지하고 있다. 10년 동안 증가한 건강보험 급여비 지출 증가액에서 동네의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15%에 불과하다.
▶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650명의 외래 경증질환자 중 불과 1명만을 동네의원으로 회송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1천명당 1.6명).
또한 상급종합병원의 외래환자 중 15%인 약 90만명의 환자는 동네의원에서 진료할 수 있는 52개 경증질환자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Big 4 병원 중 삼성서울병원은 63,872명의 외래 경증질환자 중 510명을 회송(0.798%), 서울아산병원은 51,249명 중 21명을 회송(0.041%), 서울대병원은 44,945명 중 7명을 회송(0.016%), 세브란스병원은 50,568명 중 10명을 회송(0.021%)하는 것으로 집계되었다. 한편 43개 상급종합병원 중에서 단 한 명의 환자도 동네의원으로 회송하지 않은 병원이 18개소나 되었다.
▶ 동네의원과 기능이 중복되는 중소형 병원이 급증하고 있다.
2000년대 이후 병상 공급 과잉 상태로 접어들었지만, 병상은 가파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특히 동네의원과 기능이 중복되는 중소형병원이 병상공급 증가를 주도하고 있다. 2014년 현재 전체 급성기 병상의 66%가 300병상 미만의 병의원에서 공급하고 있고, 전체 급성기 병상의 26%를 30~1999병상 규모의 병원과 종합병원이 차지하고 있다. 2009년부터 2014년 사이의 의원급 의료기관의 내원일수는 0.8% 감소한 반면 300병상 미만 병원급 의료기관의 내원일수는 13.1% 증가하였고, 특히, 30~199병상 규모 병원의 내원일수가 급격히 증가하였다.
▶ 현행 건강보험 보상체계가 동네의원에 불리하도록 적용되고 있다.
지난 2004년부터 2014년까지 지난 10년간 전체 요양급여비용 중 진찰료 비중이 32.8%에서 22.5%로 감소하였다. 반면 입원료, 처치 및 수술료, 검사료, 특수장비 등은 증가하고 있다. 전체 진료비 수입중에 진찰료 비중이 53%를 차지하는 의원급 의료기관의 경우 진찰료를 통한 이러한 수입 감소가 경영의 어려움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동네의원은 외래 진찰료 수가에서 병원에 비해 불이익을 받고 있다. 병원은 재진의 외래관리료가 초진과 거의 동일한데 비해 동네의원은 재진의 외래관리료가 초진보다 높다. 상식적으로 초진에 소요되는 시간과 자원이 재진에 비하여 많은 것을 고려하면 이는 모순된 현상이다.
<문제점에 대한 개선방안>
▶ 진료의뢰수가의 신설
현재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 제 2조에 의거 환자가 상급종합병원에서 2단계 요양급여를 받고자 하는 때에는 상급종합병원에서의 요양급여가 필요하다는 의사소견이 기재된 건강진단·건강검진결과서 또는 1단계 요양급여를 제공한 기관에서 발급한 요양급여의뢰서를 제출하도록 되어 있으나 현실에서 이는 유명무실한 제도로 전락하고 있다. 진료의뢰수가 신설을 통해 동네의원에서 상급병원으로 환자를 의뢰하고, 상급병원의 진료가 종결된 환자를 다시 동네의원으로 회송하는 의뢰-회송체계를 관리하는 기전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 진료의뢰수가를 신설하는 것이 필요하다. 일본에서는 의사가 진료상황이 담긴 문서를 포함하여 환자를 의뢰한 경우 일종의 진료의뢰서 발급비용처럼 ‘진료정보제공료’를 산정할 수 있게 하고 있다(건당 약 25,000원 수준). 이를 통해 전원환자의 추적관리도 용이하다. 또한 의뢰 의사의 판단에 따라 진료의뢰서의 유효기간 및 횟수를 제한하는 방안 역시 필요하다. 진료의뢰서의 실용성을 확보하기 위해 현재의 형식적이고 단순한 진료의회서 서식 또한 보완될 필요성이 있다.
▶ 회송수가를 현실화
현재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 제6조에 의하면, 요양급여를 의뢰받은 요양기관은 환자가 호전되었을 때 요양급여회송서(회송 받은 요양기관의 요청이 있을 시 진료기록의 사본 등 요양급여에 관한 자료를 제공)와 함께 당초 의뢰했었던 요양기관이나 1단계 진료를 담당할 수 있는 요양기관으로 환자를 회송한 경우 회송료를 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회송수가는 건당 1만원에 불과하여 상급종합병원으로 하여금 회송할 동기부여를 갖지 못하는 현실이어서, 연간 전체 상급종합병원 진료환자의 1.1%(약 5만건), 52개 경증질환자의 0.158%(약 1,400여 건)만이 1단계 의료기관으로 회송되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일본에서는 우리나라보다 약 4.5배 높은 약 4만 5,000원 수준의 회송료를 산정하고 있어 회송에 대한 동기부여가 우리나라보다 크다. 의료전달체계 확립을 위한 회송제도 활성화 측면에서 현재 회송 수가를 일본 수준으로 정상화 할 필요는 있다.
▶ 의원급 의료기관의 역점질환 확대
현재 기존 52개 경증질환으로 인해 대형병원 쏠림현상이 어느 정도 완화된 측면이 있는데 이를 더욱 확대하여 정책효과를 높일 필요가 있다(현행 52개 → 100개). 단, 의원 역점질환이라 하더라도 중증도에 따라 예외를 인정할 필요는 있다. 또한 의원 역점질환의 상급종합병원에서 의원급으로의 회송율을 일정수준 유지하도록 상급종합병원 지정기준에 포함하거나, 의원 역점질환 회송율이 높은 상급종합병원에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한편 상급종합병원에서 의원급 역점질환을 진료하는 경우 현재 상급종합병원에 적용되는 30% 종별 가산율을 하향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 상급종합병원 지정기준을 대폭 강화
현행 상급종합병원 지정기준(제2조)에는 질병군별(疾病群別) 환자의 구성 상태를 규정하고 있다. 즉 전문진료 질병군의 환자 비율은 매년 해당 상급종합병원이 진료한 전체 입원환자의 100분의 17 이상이어야 하고, 단순진료 질병군에 속하는 입원환자 비율은 100분의 16 이하이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전문진료 질병원의 환자 비율은 상향(18%로), 단순진료 질병군 환자 비율은 하향(15%) 조정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현행 ‘전체 외래환자의 100분의 17이하’로 규정하고 있는 의원 역점질환 외래환자 비율 역시 더욱 낮추어 ‘전체 외래환자의 100분의 15이하’로 규정하고, 종합병원에도 이를 확대・적용해야 한다. 또한 상급종합병원의 ‘외래진료 수입을 전체 진료비 수입의 100분의 20이하로 규정하고,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시 현행 30% 종별가산을 일정 비율 하향조정하는 방안 역시 고려할 필요가 있다.
▶ 무분별한 병상증가 억제
무분별한 병상증가를 억제하기 위해 중앙정부에 대한 의료기관 개설 허가권한을 강화해야 한다. 현재는 의료법상 의료기관 개설 및 병상 규제를 시도지사가 보유하고 있어 보건복지부장관은 권고만 할 수 있을 뿐 규제 권한이 전무하다. 한편 현행 수도권정비계획법을 검토하여 동법의 ‘인구집중유발시설’에 의료기관을 포함시켜 수도권 내에서의 의료기관과 관련된 행위나 허가 등(특히 병상의 신설․증설의 총 허용량)을 제한하도록 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또한 지역별(또는 권역별) 협력병원체계(병원↔의원)를 활성화 하고, 해당 체계 안에서의 의뢰 및 회송에 대한 수가를 신설 또는 인상하거나, 해당 의료기관들에게 인센티브를 부여함으로써 지역 내 의뢰 및 회송 유인을 마련해야 한다.
▶ 동네의원 진찰료 정상화
기본적으로 우리나라 진찰료 수준이 외국과 비교하였을 때 상대적으로 낮음에도 불구하고(구매력지수 기준 미국의 36.8%, 일본의 59.5%, 대만의 79.1% 낮음), 동네의원의 경우 진찰료가 병원보다 더 낮은 상황이다. 외국의 경우 일차의료강화를 위한 국가정책 차원에서 동네의원의 진찰료를 병원보다 우대하는 정책을 활용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오히려 동네의원을 역차별하고 있다. 당장 동네의원의 진찰료를 병원급 보다 높게 조정하는 것이 무리라면 일단 동네의원의 초진 외래관리료를 재진 정도만큼이라도 조정할 필요는 있다(2,430원에서 2,710원으로 280원 인상).
▶ 고혈압과 당뇨병 등 생활습관병 관리료를 신설
매년 고혈압과 당뇨병으로 인한 환자수가 증가하고 있고 이에 소요되는 의료비 또한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고혈압과 당뇨병 환자를 치료하는데 소요되는 비용은 동네의원에 비해 상급종합병원이 각각 2.3배, 2.6배 높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현재 상급종합병원의 고혈압과 당뇨병 외래 환자를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지속 관리할 수 있게 유도한다면 의료비 절감에 기여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일찍이 일본에서는 2000년부터 생활습관병 관리의 중요성을 인식하여 동네의원 의사가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환자에 대해 치료계획을 세우고 복약, 운동, 휴양, 영양, 흡연 및 음주 등 생활습관에 관한 종합관리를 하는 경우 환자 당 월 1회 “생활습관병 지도관리료”를 산정하도록 하여(65,000원∼80,000원), 동네의원으로 하여금 생활습관병 관리의 핵심역할을 수행하도록 동기부여하고 이를 통해 고혈압과 당뇨병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별첨 :의료전달체계 현황 분석 및 개선방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