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만원 가까운 진료비 도움 절실

준베르가 작은 주먹을 다시 꽉 쥐고, 팔을 구부렸다가 깜짝 놀라는 것처럼 순간적으로 쭉 뻗었다. 오늘 하루만 벌써 50번 넘게 이런 행동을 보이고 있다.
‘왜 이러지?’ 언니, 오빠는 보인 적이 없었던 낯설고 이상한 행동에 엄마아빠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어제 맞은 DPT 예방접종 때문인가?’ 처음에 대수롭지 않게 넘기려던 준베르의 부모도 반복되는 이상한 행동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2013년 5월, 몽골에서 태어난 여자아이 준베르는 생후 4개월경부터 주먹을 꽉 쥐고 팔을 구부려 경직되는 발작증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하루에 50~60번씩 보이는 발작증상에 병원을 찾은 준베르는 ‘영아연축’으로 진단받았다.
'영아연축'은 주로 생후 1년 이내에 발작이 발병하는 증상으로, 뇌의 구조적 이상이나 대사 이상, 유전자 돌연변이, 결절성 경화증 때로는 명백한 원인을 찾지 못하는 등으로 반복적인 경련을 보여주는 증상이다. 보통 발작의 강도와 빈도가 점차 증가하고, 발작과 경련이 반복될수록 머리를 망가뜨려 정신 운동발달의 정지, 퇴행을 보이는 매우 심각한 질환이다.
몽골에서는 더 이상의 치료가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준베르의 부모에게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이었다. 당시 한국에서 외국인 노동자로 근무하고 있었던 준베르의 부모는 아이를 한국에서 치료하기로 결정하고, 2013년 12월 고대 안암병원 소아청소년과 변정혜 교수를 찾아왔다. 뇌 MRI 등 여러 검사를 했지만, 뚜렷한 원인을 찾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스테로이드제가 효과가 있어 증상이 많이 좋아졌고, 6개월 정도 치료를 받자 완치는 아니지만 몽골로 돌아가 일상생활이 가능할 정도로 상태는 호전되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영아연축이 그렇듯 나아지는 것 같던 준베르의 발작 증상은 다시 심각해졌고, 몽골에 돌아간 지 반년정도 지난 2015년 1월 다시 치료를 위해 한국을 찾아야만 했다. 그리고 아직도 몽골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처음에는 스테로이드제로 치료를 하면 효과가 좋았다. 하지만 다른 약물에는 잘 반응을 안했고, 스테로이드제를 끊으면 자꾸 발작이 재발했다. 결국 증세는 더욱 악화되어 소아에게는 최악의 뇌전증이라는 ‘레녹스-가스토 증후군’으로 발전하고 말았던 것이다.
'레녹스-가스토 증후군'은 소아기에 발생하는 가장 심한 형태의 난치성 뇌전증으로 발작이 지속적으로 일어나며 인지 및 행동 능력이 떨어지는 질환이다. 보통 영아연축 환자의 사망률은 15-20%로 높고 50-70%의 환자가 다른 형태의 발작이 다시 나타나며 20-30% 정도가 '레녹스-가스토 증후군'으로 발전하는데, 준베르의 경우 '영아연축' 증상이 나타난 후 치료시기가 늦어 더욱 예후가 안 좋았다. 대부분의 환자들이 약물로 잘 치료되지 않으며, 몇 가지 발병 원인이 있지만, 1/3은 원인을 알 수 없는 경우가 많아 치료가 더욱 어렵다.
준베르의 경우는 치료를 위해 탄수화물과 단백질을 극도로 줄이는 케톤식이를 시도했지만 큰 효과를 얻지 못했다.
난치성 경련의 경우 항경련제로 잘 조절되지 않으면 수술을 고려한다. 우뇌와 좌외를 연결하는 뇌량을 잘라 전신 경련의 발생을 줄이는 뇌들보 절개술(뇌량절제술)이 있는데 이는 모든 경련을 근본적으로 없애는 수술은 아니었고, 무엇보다 엄마아빠가 수술 후에 악화 가능성 및 경제적인 사정으로 원치 않았다. 그렇게 항경련제와 케톤식이로 경련을 조절하는 도중, 또 한번의 위기가 닥쳤다.
지난 2015년 2월, 독감에 걸린 준베르는 심각한 폐렴이 생겨 입원했었고, 이후 5월까지 잦은 폐렴으로 고생을 했었다. 그런데 여기에 경련이 조절되지 않아 케톤식이를 시작한지 3개월 가까이 된 2016년 2월, 또 폐렴이 찾아왔다. 갑작스러운 고열로 응급실에 찾아왔을때는 이미 폐 기능이 거의 상실되어 스스로 호흡을 할 수 없는 상태였다. 준베르는 기도삽관을 통해 인공호흡을 하며 중환자실에서 겨우 생명을 이어갈 수밖에 없었다.
흉부 촬영에서 심장과 폐가 구별되지 않을 정도로 심각했고, 뇌와 장기로 산소공급을 해주기 위해 인공호흡기의 압력은 거의 폐가 견디지 못하고 터질 수도 있는 상황인데도 높아져만 갔다. 의료진도 생사를 장담할 수 없었던 상황. 하지만 준베르는 할 수 있다는 듯 아주 조금씩 회복해 나갔고 고대 안암병원 의료진과 간호사의 헌신적인 노력까지 더해져 한달여만에 결국 폐 기능의 회복하는 놀라운 치유의 능력을 보여주었다. 현재 인공호흡기를 떼고 일반병실에서 산소치료 및 튜브를 통해 조금씩 식사를 하고 있다.
문제는 3,000만원에 가까운 진료비다. 건강보험이 되지 않아 매일매일 수십에서 수백만원씩 늘어나는 진료비는 한 달에 90만원 가량을 버는 아버지의 수입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다. 처음에는 재산을 처분하고 친척들의 도움을 받아 진료비를 해결했지만, 이마저도 더 이상 여의치 않은 상황. 많은 곳에서 전해지는 도움의 손길이 필요하다.
준베르의 치료가 언제 끝날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준베르의 부모는 치료에 누구보다 적극적이다.
준베르의 어머니 군데그마씨는 “준베르의 뇌전증 치료가 더뎌지는 것이 많이 불안하다. 하지만 이번 폐렴처럼 준베르라면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고대 안암병원에서 적극 치료하고 지원해주니 든든하다. 기적이 있다면 꼭 준베르에게 일어나길 바란다”고 간절히 소망했다.
준베르의 치료를 담당하고 있는 고대 안암병원 소아청소년과 변정혜교수는 “레녹스-가스토 증후군은 경련의 치료는 물론 인지 및 행동기능 재활 등 평생 치료가 뒷받침 되어야한다”고 말하며 “준베르가 희망을 잃지 않고 힘든 치료를 이어갈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이 전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