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흑린을 사용한 열전 반도체 소자 개발 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이론적 현상 발견해

온도가 다른 두 금속선을 접속하면 전기가 흐르게 된다. 이와 같은 현상을 ‘열전 현상’이라고 한다. 열전 현상을 이용하여 버려지는 열로 전기를 만들거나 전류의 흐름만으로 작동하는 냉장고, 냉온수기를 만드는 등 친환경 대체 에너지 기술로 활용 할 수 있다. 특히 열전 소재로 사용할 수 있는 ‘흑린’이 최근에 많은 주목을 받고 있으며 이와 관련된 많은 연구가 진행 중이다.
국내 연구진이 그래핀의 한계를 뛰어넘을 차세대 반도체 물질로 주목받고 있는 ‘흑린’의 독특한 물리적 특성을 세계 최초로 규명하였다.
이번 연구결과는 나노 레터스(Nano Letters-IF:13.592) 온라인 판에 5월 25일 게재되었다.
교신저자는 배명호 박사이며 공동 제1저자로 충남대학교 최선재 석사와 한국표준과학연구원 김범규 박사가 연구에 참여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 원장 직무대행 박현민) 양자측정센터 배명호 박사팀은 3차원 구조의 흑린 속 전하들이 열전현상*에 있어 평면방향(2차원)으로 움직인다는 것을 입증하고 이를 통해 반도체 흑린 소재의 열전 현상을 기판과의 상호 작용을 통해 제어할 수 있음을 규명하였다.
배명호 박사팀은 흑린 속 전하가 2차원 전자계 형태로 흐른다는 최근 연구 결과에 착안, 열전현상에서도 동일한 움직임을 보일 것이란 가설을 세우고 흑린 전하의 움직임에 대한 연구를 시작하였다.
* 열전현상 : 온도가 다른 두 금속을 접촉하면 전기가 흐르게 되는 현상
‘검은 인’으로 불리는 흑린은 상온에서 다른 2차원 소재보다 10배 이상 빠른 전하 이동도를 보일 뿐만 아니라 특정 방향으로 전기 전도도는 높지만 열전도도가 낮은 성질을 가져 효율이 높은 열전 소재 후보로 연구되고 있다.
이러한 흑린의 내부 전하들은 전계 효과를 통해 기판과 가장 가까운 몇 개 원자 층에 가두게 되면 위아래로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하고 평면 방향(2차원)으로만 이동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기판으로 쓰이는 산화실리콘 표면에 존재하는 불순물에 의해 생긴 불규칙적인 전기장이 흑린의 전하 흐름에 방해를 줘 열전현상에도 영향을 미친다.
KRISS 배명호 박사팀은 기판 속 불순물이 흑린 전하의 흐름에 방해를 줄 때의 흑린 제벡계수*의 온도 의존성 관측을 통해 열전현상에서 흑린 전하가 평면 방향(2차원)으로 이동함을 규명하였다. 이는 기판 속 불순물을 조절한다면 흑린의 열전현상도 같이 제어할 수 있음을 나타낸다.
* 제벡(Seebeck)계수 : 재료의 두 접전 간에 온도차에 의해 발생하는 기전력과 온도차의 비
배명호 박사는 “향후 열전 반도체 소자로 흑린을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흑린과 기판의 상호작용을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이번에 밝혀낸 흑린의 특성을 통해 산화실리콘 기판의 불순물을 조절하거나 불순물이 거의 없는 질화붕소 등 다른 종류의 절연체를 활용하여 열전 현상을 제어하는 방법을 제안”한 것에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KRISS 양자측정센터 김범규 박사, 배명호 박사, 이태호 연구원(박사과정)(오른쪽부터)이 저온측정 장비로 흑린 소자의 열전 특성을 측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