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고에 시달리는 공중보건의사, 급여 삭감에 운다”

  • 등록 2019.11.20 21:5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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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대한민국 국민은 「헌법」 제14조로 규정된 거주·이전의 자유를 기본으로 보장받는다. 그러나 보충역으로서 군복무를 대신하는 공중보건의사들은 의사가 없는 보건의료취약지역에서 보건의료를 효율적으로 제공하고자 하는 「농어촌 등 보건의료를 위한 특별조치법」(이하 농어촌의료법)의 목표달성을 위해 거주·이전의 자유를 제한받고 3년간 지정된 근무지에서 근무하고 있다. 

이렇듯 공중보건의사들은 「농어촌 등 보건의료를 위한 특별조치법」이 제정되어 공중보건의사가 처음으로 배출된 1979년 이래 보건의료취약지로 의료의 손길이 필요한 거의 모든 도서, 산간, 접적지역에서 지역민들과 함께해왔다. 보건의료취약지는 섬에서부터 북한과 맞닿은 접적지역, 산간지역까지 다양하다. 육지로는 경기도 연천, 포천, 강원도 철원, 고성과 같은 접적지역에서 경상북도 봉화, 울진, 청송, 영양과 같은 벽지까지를, 섬으로는 경상북도 울릉도, 인천광역시 백령도에서부터 전라남도 신안군의 가거도, 흑산도, 홍도까지 거의 모든 섬을 포괄한다. 

농어촌의료법의 입법 목적에 따라 ‘거주·이전의 자유’를 제한받는 사례는 보건의료취약지 중 육지와 다리로 연결되지 않은 ‘비 연륙도’에서 근무하는 공중보건의사들에게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이들은 ‘공중보건의사 근무지역 이탈금지명령서’를 의무적으로 발급받아야 하며, 그에 따라 배치기관장의 허가 없이는 평일은 물론 휴일에조차 섬을 떠날 수 없다.

이렇게 다양한 도서산간지역에서 「헌법」 제14조로 규정된 ‘거주·이전의 자유’를 제한받으며 근무하는 공중보건의사들의 주거비, 교통비, 식비 지출 규모는 근무지가 다양한 만큼이나 천차만별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이하 대공협)는 대공협 회원을 대상으로 공중보건의사로서 불가피하게 지출하고 있는 주거비, 교통비, 식비에 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606명의 공중보건의사가 응답한 위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도서산간벽지에서 주거하며 근무하는데 상당한 비용이 소요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관사를 지급받지 못한 공중보건의사의 경우 월평균 34.1만원을 주거비로 사용하고, 보건지소에 근무하는 대다수 공중보건의사가 구내식당의 부재로 자체적으로 식사를 해결함에 따라 식비로 매달 47.8만원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근무지와 원 주거지 간 거리 및 귀가 횟수에 따라 교통비로 30~60만원을 지출한다는 사실이 파악되었다. 다시 말해, 국가에 의해 헌법 제14조로 규정된 ‘거주·이전의 자유’ 제한으로 인해 공중보건의사들은 매달 개인적으로 95~125만원(관사 지급 시)에서 112~142만원(관사 미지급 시)을 지출하고 있는 실정인 것이다. 

특히 위와 같은 높은 수준의 추가 지출은 도서지역 근무자들에게서 두드러지는 경향을 보인다. 

도서지역에서 근무하는 한 공중보건의사는 “아이를 보려고 매주 집까지 가는 데 80만원을 쓴다. 뱃삯으로 48만원을 지출하고, 도착지에서 다시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데 드는 비용을 합치면 한 달 교통비는 거의 80만원 가량이 된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 공중보건의사는 타지인 섬에서 아이를 키우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생각해 연고지에 거주지를 마련하고 섬에서 근무하는 기러기아빠다. 

이 공보의는 “근무지에서 출발하면 집에 도착할 때까지 8시간이 걸린다. 토요일 아침에 출발하면 저녁에서야 아이를 볼 수 있다”라며, “급여의 1/3에 육박하는 비싼 뱃삯과 버스비를 쓰고 집에 도착해도 아이를 얼마 보지도 못한 채 다시 복귀해야 한다. 공공기관 이전을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으로 받아들이던 사람들의 심정을 이제야 조금 헤아릴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기러기아빠 신세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도서산간지역에서 근무하는 또 다른 공보의는 “나이가 나이인지라 나름의 가족계획을 세웠으나, 벽지에 근무를 명받는 순간 출산계획을 소집 해제 후로 미루기로 결정했다. 모든 공무원에게 실사용 여부를 떠나 지급받을 수 있도록 되어있는 육아시간이 지급조차 되지 않는 데다 폐쇄적이고 낯선 환경에서 가정을 꾸리는 것이 여러 측면에서 위험하고 불편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며 “30대 중반을 바라보는 아내의 노령임신이 걱정되지만 도시에서 먼 지역이라 정말 어쩔 수 없다. 심지어 급여가 삭감된다는 이야기까지 들려오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며 한숨을 쉬었다. 

이 공보의는 “이렇게 고민을 안고 근무하느니 현역으로 입대해 빨리 제대하고 아이를 가지려고 했으나, 보건복지부와 병무청에서는 이마저도 불허했다”고 했다. 

그의 얼굴엔 수심이 가득했다.

대공협은 “공보의 근무지 특성상 추가 지출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100~150만원에 달하는 추가 지출은 급여 수준 대비 과도하다. 더군다나 도서, 산간지역에서 근무하는 공중보건의사들은 그 근무지의 특성상 교통비로 상당한 비용을 지출하고 있는데다가 이동에도 막대한 시간이 소모된다”라며, “공중보건의사의 급여가 과연 거주이전의 자유를 제한받음에 따른 개인의 추가 분담 비용을 고려한 합리적인 수준인지 의문이다”라 말했다.



대공협 조중현 회장은 “공중보건의사들은 도서산간지역에서 일차의료를 담당하며, 의료취약지의 보건의료를 위해 인생의 황금기인 20대 후반, 30대 초반의 3년을 오롯이 바친다. 자유가 침해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의료취약지의 빈틈을 메운다는 신념 하나만으로 전국 각지에서 근무하는 공중보건의사들의 자긍심을 급여 수준의 급작스런 하향 조정으로 저하시켜서는 안된다”라며, “최근 급여삭감 논의는 반드시 철회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편집부 기자 news@md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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