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일 국회를 통과한 메르스 관련 추경예산 2500억원은
메르스 종식을 위해 전사처럼 목숨 걸고 희생한
의료인의 가슴에 대못을 박은 것이다.
지난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메르스 관련 추가경정예산이 최종 2500억원 규모로 통과되었다. 의협을 비롯한 의료계와 야당의 적극적인 설득으로 당초 기획재정부 등 정부가 편성한 1000억원 규모에서 1500억원 증액되어 통과되었지만, 메르스로 인해 전체 의료기관이 입은 피해 손실액에 비하면 그야말로 조족지혈인 셈이다. 의료계 입장에서 보면 이번 추경예산은 속이 빈 강정과도 같은 것이다.
정부의 초기대응 실패로 인한 쓰나미와도 같은 후속조치를 덤터기 쓴 의료계 입장에서 국가적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모든 일을 뒤로 미루고 전사처럼 메르스와 사투를 벌여온 상황에서 메르스와 가뭄을 주된 이유로 마련한 추경 지원 규모를 보면 밤을 지새며 고군분투하고 있는 전국 의료인의 가슴에 대못을 박은 것이라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국회를 통과한 이번 메르스 추경 예산을 다시 한 번 냉정히 들여다보고 선심성 또는 정략적으로 포장된 것이 아닌지 되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지난 5월 20일 첫 확진 환자를 시작으로 현재에 이르기까지 의료계는 환자의 생명을 살리겠다는 일념으로 메르스와 사투를 벌여왔다.
다행히 7. 4.이후 현재까지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고 있어 메르스 종식선언이 조만간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지만, 그 배경에는 의료계가 메르스 극복이라는 국가적 사명감으로 가족들과도 생이별을 하고, 심지어 일부에서는 의료인이라는 주홍글씨를 붙여 의료인 자녀 등교 거부라는 사회적 격리까지 당하는 정신적, 육체적 고통과 수모까지 감내해 온 것 노력과 과정들이 스며들어 있는 것이다.
메르스 극복을 위해 일선 의료기관은 물론 의료계를 대표하는 대한의사협회는 신종감염병대응 TFT 구성하여 메르스 발생 초기부터 의료기관 대상 행동지침 안내, 의료인 대상 교육, 대국민 권고사항과 자가격리 및 지역사회 확산 방지 지침 안내, 지역 보건소 내 메르스 선별진료소 제안 등 의료인, 정부 및 국민을 대상으로 메르스 확산 저지를 위해 의협으로서는 다양하고 전방위적 노력들을 기울여 왔다.
확진 환자수 증가 등 메르스 위기 상황이 점차 고조되면서 의협은 원격의료, 보건의료 규제 기요틴 등 시급한 핵심 현안을 뒤로 하고 메르스 종식이라는 중차대한 목표를 완수하기 위해 의협은 메르스대책본부로 확대 가동하여 의료기관의 지원방안을 강구하는 것은 물론 자택격리자 등을 대상으로 정신건강 상담을 비롯한 대국민 지원활동도 벌여 왔다.
또한 의협은 녹초가 된 의료인을 격려하기 위해 일선 의료현장을 방문하였고, 의료인 격려를 위해 열악한 재정에도 불구하고 공익광고 캠페인을 진행하여 국민들에게 호소하고 의료인들의 사기를 끌어올리는데 앞장섰으며, 의료기관을 기피하는 일반 국민들의 불안과 공포감을 불식시키기 위해 정부가 해야 할 일까지 도맡아 혼신의 힘을 다해 온 것이 사실이다.
메르스 종식선언을 목전에 두고 있고 이제는 제2의 메르스 사태로 인해 국민을 불안에 떨게 하지 않고 의료인 및 의료기관 회생을 통해 메르스 위기상황의 근본원인인 잘못된 의료체계를 개선해야 될 중차대한 시점이다.
잘못된 의료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해 정부와 정치권은 정치적 이해관계를 초월하여 초당적 협조체계를 구축하여야 할 것이며, 메르스로 인해 타격을 입은 의료기관의 자금난을 해소할 수 있도록 제대로 된 자금수혈을 해주어야 한다고 의협집행부는 지속적으로 주장하여 왔다.
의협을 비롯한 의료계가 집계한 직·간접 피해 의원급 의료기관의 손실액 추정치는 4100억 원을 초과하고 있으며, 모든 의료기관으로 확대할 경우 1조를 훨씬 상회할 것이라는 근거자료 등을 제시하여 피해 보상을 적극 요구했다.
그러나 이번 국회를 통과한 추경 규모는 메르스 종식을 위해 생명을 무릅쓰고 희생하고 헌신한 의료인 및 의료기관의 회생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의협이 제대로 된 추경을 요구하는 것은 한 푼이라도 더 보상을 받겠다고 구걸하는 것이 아니라 메르스로 인한 손실을 보정하여 경영난을 줄이고 예상되는 의료기관의 줄도산을 막아 국민건강을 책임지겠다는 일선 의료현장의 절규를 담아낸 것이다.
금번 추경으로 메르스 사태에서 보여준 의료인의 헌신과 희생은 철저히 무시당했으며, 정부와의 신뢰관계가 무너진 만큼 향후 제2의 메르스 사태 재발 시 의료인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협조와 참여를 장담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을 정부는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정부는 더 늦기 전에 일선 피해 의료기관의 실상을 파악하여 향후 보상 심의과정에서 파산직전의 동네의원을 우선적으로 회생할 수 방안을 마련하여 실행해야 할 것이다.
2015. 7. 27.
대한의사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