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빈 토플러는 자신의 저서 권력이동에서 테러는 발생이 문제가 아니라 확산이라고 했다.감염병이 문제가 되는 이유 역시 이와 유사하다.감염병이 문제가 되는 까닭은 바로 병이 난 환자가 병을 혼자 앓는 게 문제가 아니라 이런 저런 경로를 통해 다른 사람에게 전염을 시키기 때문이다.이런 연유로 수많은 질병 중에서 감염병은 사회적 이슈가 된다.매우 썰렁한 예가 될 수도 있겠지만 80년대 말인가 지하철과 버스가 파업하기 전까지 나는 저 이동수단이 자기 혼자서 움직이는 줄 알았다.파업을 겪어 짜증을 내면서 새삼 나는 거기에 사람이 있다는 걸 깨달은 적이 있다.그랬다. 지구에는 사람만 살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나는 언젠가부터 감염병이 돌때마다 조지오웰의 동물농장을 떠올리곤 한다.바이러스의 반란, 세균의 반란......이런 상상을 해본다.동물농장을 패러디한 미생물농장이라는 소설을 누군가가 쓴다면 어떤 결말을 냈을까?미생물농장의 주연을 맡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판데믹을 일으키고 인간에 위협을 가하면 동물농장의 돼지나 개들처럼 타락을 할까?그들이 우유와 사과를 빼돌리듯이 플루들은 배지를 자기들만 먹을까?지능이 떨어지는 세균들은 영리한 바이러스의 하층계급으로 소처럼 일만하게 될
사람은 그의 성실성이나 재능과는 관계없이 어느 시대, 어느 업종에 종사했느냐에 따라 그에 대한 능력이 평가되는 것이 일반적이다.날고기는 재주가 있는 어떤 사람도 시대를 잘못만나 자신이 속한 업종이 사양길에 접어들게 되면 그의 운명은 초라해 질 수밖에 없다.첫 직장을 대기업에 입사한 사람들은 그래서 여러 계열사중 어느 회사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하느냐에 따라 동기생끼리라도 20-30년후는 아예 위상이 달라지기도 한다.우리나라의 대기업들이 처음 제약산업에 관심을 가지고 뛰어든 것은 80년대 중반무렵이다.그후 상당수의 대기업들이 이 업종에 진출을 해 어떤 기업들은 지금까지 왕성한 활동을 하고 선도적인 위치에서 특정분야를 이끌고 있기도 하다. 반면에 다른 회사들은 매우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하고 일부는 사업을 아예 접기도 했다.그런데 30년 가까이 지난 지금 대기업들의 제약업계 진출에 대해 중간정리를 하자면 신약개발 등에 별다른 성과도 없었고 당사자들 역시 비즈니스로 별 재미를 보지못했다는 것이 업계의 일반적인 평가가 될 것이다.오랫동안 우리나라 대기업의 입장에서 제약산업은 전형적인 계륵에 속했다. 매력 포인트로는 현재 세계제약시장이 우리나라의 대표적 먹거리산업인
백신검색창에 몇년전 동영상이 올라왔다. 신종플루보다 백신이 더 위험하다는 미국폭스TV대담동영상이었다.한 감염전문의가 나와 자신은 시장에 급조되어 나온 신종플루백신이 효력을 알 수 없을 뿐 아니라 많은 양의 첨가물이 들어있어 안전성이 우려되기 때문에 자신은 물론 가족들에게도 맞히지 않을 것이라 강변한다.채 20년이 안되었을게다.전에 다니던 회사에서 있었던 일이다.지금은 작고하신 당시의 회장께서 잡지의 기사 하나를 주며 급히 요약하라는 지시가 있었다. 기사는 독일의 안티백신그룹의 활동에 대한 것이었다.내용에 대해 보고를 드리니 우리나라에도 조만간 이와 유사한 단체가 출현하는 사태가 올지 모르니 대비해야 한다는 말씀을 하셨던 기억이 난다.당신께서는 이미 안티백신그룹의 활동을 알고계시는 듯 했다.몇년이 지난 후.우리나라에서 DTP부작용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며 백신접종 자체가 미디어로부터 집중적으로 무차별공격을 받는 상황이 발생했다.미디어의 십자포화에 화답을 하듯 인터넷에는 안티백신을 표방하는 사이트가 출현했다. 그러나 그뿐이었다.그 사이트는 다행히 영향력이 전혀 없었고 그들의 활동 역시 매우 미미한 수준이었다. 사이트의 성격 역시 안티백신이라기보다는 차라리 백신접
2011년 봄 한 외자백신회사에 일본발 낭보가 날아들었다.일본에서 경쟁회사의 백신을 접종한 아기들의 사망사고가 발생했다는 것이다.흥분한 직원들이 이리저리 분주히 움직이며 회의를 했다.이 정보를 국내시장에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써먹고 열세를 만회할 수 있을까에 대한 기대로 부풀었다.누군가가 의기양양하게 내게 물었다. "시장의 반응이 어떨 것 같아요?""그 부작용 폐렴구균땜에 생긴 거 아닐 것 같은데?그러니 껄떡대지 말고 가만히 있어. 나대다간 결국 같이 망해."기대했던 답을 듣지못한 그녀는 민망한 표정을 지으며 돌아갔다(아마도 입을 삐죽거리며...).그녀는 내가 그 회사를 떠나는 시점에 악담을 한다고 느꼈을 것이다.백신은 다른 치료제와는 달리 건강한 사람들이 접종을 하는 약이다.싫어도 환자입장에서 약을 찾을수 밖에 없는 다른 의약품과 근본적으로 다른 점이다.더구나 갓 태어난 아기들이 주로 접종하는 것이 백신이다.문제가 있다고 사람들이 생각하면 당장 무슨 일이 일어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백신접종은 안하면 그만이다.따라서 심증적으로는 문제가 있어보이더라도 과학적으로 결정적인 문제가 발견되지 않은 한, 정부도 간단하게 해당백신의 접종중지조치를 취하지는 못한다.백
제약산업은 금융이나 에너지 그리고 방위산업체와 마찬가지로 어느 국가를 막론하고 규제산업에 속한다.더구나 정부는 제약산업분야에 대해 약을 판매하는 첫 번째 관문인 의약품의 인허가권을 가지고 있고 또 허가된 의약품을 건강보험에 등재시킬지의 여부를 결정하는 최종권한을 가지고 있다.이러한 이유로 제약회사들에 대한 정부의 권한은 막강하다. 다른 산업군에 종사하는 이들은 그래서 정부의 결정에 처음에는 볼멘소리를 하다가도 결국에는 정부가 결정한 정책에 저항 한번 못하고 끌려가는 제약분야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이해하기 힘들다.그래도 과거에 비해 보건의료분야 공무원들의 수준과 실력 그리고 민원들을 대하는 태도는 괄목상대라 표현할 정도로 변화, 개선된 것은 사실이다.과거 관공서에 가면 청렴, 친절, 봉사라는 붓글씨가 한자로, 이후에는 한글표기 액자로 대통령의 사진 한쪽 벽에 걸려있던 기억이 있다.그것은 시대의 변화에 의해 이미 충족되었다.그 세 가지 이슈에 아직까지 불만을 가진 사람들은 거의 없을 듯하다. 이제는 모두 개선이 되었거나 아니면 민원인 측에 문제가 있는 관계로 있더라도 공개적으로 불만을 토로하지 못하거나.어쩌면 요구의 방향은 신속, 정확, 표준화 정도로 이동한 것으
한 때 우리나라 약업계에 백신을 하는 회사는 바보라는 인식이 있었다.이익도 별로 없고 경쟁은 과열인데다 부작용이라도 한건 터지면 마치 백신회사에서 살인을 저지른 것처럼 온 나라가 흥분했다. 당시 국내백신생산의 필요성을 역설하니 한 전문가 왈 '누가 너희더러 백신 만들어달라고 한 사람 있었느냐'고 했다. 수입해서 쓰면 되는데 왜 후진기술을 가지고 생산한답시고 자꾸 시끄럽게 일을 만드냐는 것이었다.정부도 미디어도 학계도 모두 국산백신에 대한 비난 일색이었다. 그나마 업계사정을 이해해준 것은 식약청 등 정부기관 뿐이었다. 불과 십 수 년 전의 일이다.그런데 세상이 변했다.'백신입국'이라는 사자성어까지 등장했다. 한 마디로 씁쓸했다. 대학시절에 읽었던 오리아나 팔라치의 소설 한남자가 떠올랐다.내용을 약간 패러디하면 국내백신의 문제점을 질타하던 집단과 국내백신생산을 찬양하는 집단은 동일집단이다. 그들은 언제 또 표정을 바꿔 국내백신생산의 문제점을 집중적으로 부각시키지는 않을런지.깃발만 바꿔들면 태도가 돌변하는 동일한 시위대에 대한 불길한 기억이다.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것이 알고 지내던 사람이 다른 모습을 하는 것이다.2009 신종인플루엔자유행 당시 외자사들은 정부와의
최근 연구중심병원으로 지정된 한 병원의 RD협력위원회의 위촉식이 있었다.거의 모든 연구중심병원이 표방하는 것은 translational research이다.임상에서 기초로, 기초에서 임상으로 연구영역을 응용하고 확장시킴을 의미한다.전에는 간헐적으로 이루어지기도 했던 차원의 연구비지원이나 혹은 술자리에서 임상의사들이 팁(?)으로 이러이러한 약을 개발해보라는 주문을 시스템화한다는 측면에서 이는 매우 긍정적이라고 본다.정부의 연구중심병원 설립에 대한 초기발상이 어떤 의도였는지에 대해서는 왈가왈부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병원들의 취지에는 동의한다. 그 자리에 참석한 관련업계의 위촉대상자는 십여 명 정도 되었다. 그런데 평소 안면이 있던, 그 얼굴이 그 얼굴인 사람들이 다수 올 것이리라던 내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다.뻔하게 대형제약사의 인사들이 주축을 이룰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참석자들은 의외로 다양했다. 주축은 없었으며, 의료기기, 세포치료, 제형개발기술, 진단기기 등등 여러 전문 분야의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다.뒷풀이로 간단한 술자리가 있었다. 대화의 수준은 주최가 된 병원의 고위보직자들에 대한 의례적인 감사의 자리가 아니라 매우 심도있는 토론이 오갔
복지부의 지침으로 지정된 날짜보다 늦게 제출된 어떤 국내개발 천연물신약에 대해 정부는 매우 강경한 처벌을 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처벌의 내용은 두 가지, 급여제한과 일정한 비율의 약품비 환수였다. 국내 개발 신약으로는 드물게 성공한 제품으로 평가되었다. 제법 잘 나가던 약으로 평가받으면서 그 약은 업계의 부러움의 대상, 또는 시기의 대상이 되었다. 어쨌든 다른 회사들은 그 제품을 연구개발의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기도 했다.따라서 해당업체 뿐 아니라 업계는 혼란스러워 한다.임상시험을 하다보면 환자모집이 늦어지거나 데이타 처리가 지연되어 예정된 일자를 맞추지 못하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그런 일이 발생하는 경우 업체는 임상시험의 환경이 원활치 않아 발생된 지연된 사유를 들어 제출시한을 연장해 달라고 감독관청에 협조를 요청하고 제출시한의 연장요청에 대해 허락을 받는 것이 상식이다. 다만, 고의로 시간을 끌거나 의도적으로 시간을 이행해야 할 지시사항을 어긴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이번 경우 복지부의 지침에 따라 임상시험의 이행을 안 한 것도 자료제출을 안한 것도 아니다. 그리고 3년이 늦은 것도 1년3개월이 늦은 것도 아니다. 어느 스터디든지 연구를 진행하다보면 예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