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마티스 질환과 유전
류마티스질환은 여러 가지 기전을 통해 발생하는데 그 가운데 가장 중요한 기전이 유전인자라는 것이 점차 명확하게 밝혀지고 있습니다. 유전자 분석이 요즘과 같이 발달하기 이전에도 가계연구, 쌍생아 연구 등을 통해 류마티스 질환들이 유전적 요인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규명되어 있었으나 구체적으로 어떤 유전자들이 관여하는지는 최근의 연구들을 통해 조금씩 규명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각 질환 별로 유전인자가 완전히 밝혀져 있는 것은 아닙니다.
류마티스 질환의 유전인자로 밝혀진 것 가운데 질병과의 관련성이 가장 강한 유전자는 강직척추염과 관련된 조직적합성 항원 (HLA) B27입니다. 사람의 6번째 염색체에 있는 HLA 유전자는 여러 가지 질환과 관련된 것으로 규명되었는데 HLA B27의 경우 강직척추염환자의 90% 이상에서 발견됩니다. 다른 예로는 류마티스관절염과 관련된 유전인자인 HLA DR4가 있습니다.
HLA 유전자는 서로 다른 사람의 조직을 이식하였을 때 거부반응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유전인자인데 각 위치에 사람마다 다른 유전형을 갖고 있으며 이런 현상을 유전자 다형성이라고 합니다. 어떻게 HLA 유전자가 류마티스 질환의 발병과 관련되어 있는지 많은 연구가 있었으며 그 결과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알려진 HLA 분자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항원을 T 림프구에 제시하여 면역반응을 일으키도록 유도하는 것이며 것입니다. HLA 분자에서 항원과 결합하는 부위의 아미노산의 종류에 따라 관절염을 잘 일으키는 항원이 결합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시 말해 HLA분자와 관절부위에 있는 자가항원이 잘 결합하게 되면 관절에 대한 자가면역반응이 쉽게 일어나게 되며, 이로 인해 관절염이 생긴다라는 설명입니다. 다른 가능성으로는 HLA분자 자체가 관절염의 원인 항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앞으로 좀 더 많은 연구를 통해 이런 부분이 규명될 수 있을 것입니다. 류마티스질환의 유전적 요인을 분석해 본 결과 HLA 유전자로 설명할 수 있는 부분이 50%를 넘지않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즉, 다른 유전적 요인들이 발병에 관여한다는 것입니다. 더구나 자가면역기전이 관여하지 않는 골관절염의 경우나 대사성 질환인 통풍 등은 HLA와 상관관계로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유전자에 대한 연구가 좀 더 정밀해 지면서 단일핵산의 다형성이 질병과 관련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인간의 염색체는 구성하는 약 30억 개의 핵산으로 구성되고 각 유전자는 약 수 백에서 수 천 개의 핵산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가운데 핵산 한 개의 구성이 다른 종류로 치환되면 기능이 달라지면서 질병에 대한 감수성이 달라진다는 사실이 밝혀지게 되었습니다. 이를 단일핵산 다형성이라고 하는데, 단일핵산은 전체 유전체에 약 2천만 개 가량 있습니다. 유전자연구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유전체 전체에 있는 전체 단일핵산다형성을 모두 조사할 수 있는 유전자칩을 이용한 연구가 가능해지면서 각 질병과 연관된 유전자 조사가 이루어졌습니다. 이를 genomewide association studies (전체유전체 연관성 연구)라고 합니다. 그 결과 류마티스 질환이 얼마나 잘 생기는지의 여부는 어떤 종류의 단일핵산 다형성을 가지고 있는가에 달려있다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류마티스관절염이나 전신홍반루푸스(루푸스)와 같은 질환은 현재까지 관련성이 규명된 유전자 단일핵산다형성만 해도 각각 40가지가 넘습니다. 이렇게 많은 유전자가 관련되어 있다는 것은 유전병처럼 한 개의 유전자만 문제가 있으면 질병이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개의 유전자 조합이 맞을 때 질병이 발생한다는 점을 의미합니다. 이런 질환을 복합형질질환이라고 합니다. 당뇨나 고혈압 등 대부분의 질환들이 유전성을 가지고 있으며 복합형질질환에 속합니다. 유전자 하나에 돌연변이가 있으면 자녀들에게 유전되는 유전병과는 전혀 다른 개념입니다.
유전자의 기능을 조절하는 기전은 그 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 가운데 복제수 변이와 후성유전자 조절이 중요합니다. 복제수 변이는 1킬로베이스 이상의 길이를 가진 유전자서열이 반복적으로 분포하는 것을 말하는데 자가면역질환과의 관련성에 대한 연구결과들이 발표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후성 유전자조절이 유전자 발현에 많은 영향을 미침으로써 류마티스 질환의 발병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는 결과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복제수변이와 후성유전자조절 기전은 아직 연구의 초기 단계에 머물고 있어 향후 추가 연구를 통해 새로운 역할이 규명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강직척추염, 류마티스관절염, 루푸스 뿐 아니라 제1형 당뇨병, 자가면역 갑상샘염, 다발경화증 등의 자가면역질환들은 공통의 병인기전을 가지고 있으며 각 질병에 관련된 유전자를 조사한 결과 상당히 많은 유전자들이 중복되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이런 현상을 기반으로 흔한 질병의 공통유전인자설이 제시되었습니다. 유전자는 환경요인과의 상호적용을 하는데 있어서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기 때문에 어떤 환경인자에 어떤 반응을 나타낼 것이지를 결정함으로써 질병 발병빈도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유전자는 질병의 발병빈도와 관련된 감수성 뿐 아니라 질병의 중증도, 치료에 대한 반응도 등도 조절할 것으로 보입니다. 앞으로 연구 방법론이 좀 더 발전하면 질병의 원인 유전인자를 모두 규명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이를 바탕으로 유전인자를 조절하여 질병의 발생을 차단하거나 경과를 원하는 방향으로 바꿀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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