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환자도 치료후 삶 고려해야”
생존율은 물론 치료후 일상복귀 돕는 조기재활 관심
지난해 급성호흡곤란증후군으로 한달여간 중환자실 신세를 졌던 A씨(女, 38세).
건강회복후 최근 직장에도 다시 복귀했지만 여전히 마음 한편은 중환자실에 머물러 있다. 중환자실 입원당시 기도삽관을 이뤄질 때의 충격이 마치 어제 있었던 일처럼 느껴지기 일쑤고, 중환자실에서 투병중일 때 주변사람들이 자신을 해치려들 것만 같아 두려워해야 했던 섬망 역시 생생하게 떠올라서다.
중환자치료에도 새바람이 불고 있다. 중환자치료의 특성상 당장 위태로운 환자의생명을 살리는 게 여전히 가장 중요하겠지만, 최근 A씨처럼 중환자치료후증후군(Post Intensive Care Syndrome, PICS)을 겪는 경우를 줄이고자 의료현장에서 의미있는 변화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4일 삼성서울병원암병원 지하 1층 강당에서는 ‘제2회 아시아태평양 중환자조기재활 컨퍼런스’가 열렸다. 지난해 4월 일본에서 첫 컨퍼런스가 열린 이후 1년여만에 아태지역의 중환자의학 전문가들이 다시 한자리에 모인 것이다.
중환자치료후증후군은 중환자실에서 집중치료를 받고난 뒤 생기는 모든 병적상태를 말한다.
오랜 병상생활로 인하여 앙상하게 마르기도 하고, 근육소실로 누워만 있는 신체쇠약증이나 치매수준으로까지 인지기능이 떨어지거나 우울증이나 신경증적장애가 발생하는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날 컨퍼런스에서는 이러한 중환자치료후증후군(PICS)을 해소하기 위하여 중환자재활분야의 귄위자인 데일니덤(Dale Needham) 美존스홉킨스병원 교수를 비롯한 세계각국 전문가들의 노하우와 최신 연구결과들이 쏟아졌다.
특히 중환자라고 병상에 눕혀만 놓는게 아니라 서서 걷게끔 하는 중환자재활치료가 주요 이슈로 떠올랐다. 최근 유럽 및 미국중환자의학회에서 발표하는 가이드라인에도 중환자실 재활치료, 특히 조기운동치료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병상에서 근력운동을 할 수 있도록 한다든지 침상용 전동자전거기기를 가져다 두어 유산소운동도 하게끔 한다. 몸을 가눌 수 있도록 앉은자세 훈련, 보행 훈련도 병행된다.
이러한 조기재활 치료를 받은 중환자는 신체적, 정신적 회복이 빨라진다고 알려져있다. 인공호흡기도 일찍 뗄 수 있을뿐만 아니라 입실기간 역시 짧아지고 생존율은 높아져 장기적 예후도 좋아진다.
정치량 삼성서울병원 중환자의학과 교수는 “아직 국내에서 는중환자 조기재활치료를 시행하는 병원이 많지 않지만 앞으로 확산될 것”이라며 “환자들이 중환자실이 절망적인 끝이 아니라 새로운 희망이 시작되는 곳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노력을 해나가겠다”고 전했다.
이번 컨퍼런스를 주도한 서지영 대한중환자의학회 중환자재활연구회 회장(삼성서울병원 중환자의학과 과장)은 “중환자 재활은 국내에서 이제 막 꽃을 피우는 단계”라며 “의학 발전에 따라 이제 중환자들에게서도 단순히 치료뿐만 아니라 삶의 질을 함께 고려하는 수준으로 올라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