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7일 하루 헌혈증만 1,240건…
14일까지 계속 진행 “코로나19 헌혈 수급 위기 극복 동참"
“의대 정원 확대, 공공의료 설립 등 의료정책에 반대하더라도 환자를 생각하는 마음은 같습니다”
‘일방적 의료정책 철회’를 외치며 8월 7일 하루 가운을 벗고 거리로 나온 젊은 의사들은 단체행동과 동시에 헌혈 릴레이 캠페인을 진행, 코로나19로 인한 헌혈 수급난 해결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전공의들은 지난 7일 오전 단체행동과 동시에 헌혈 릴레이 캠페인을 시작, 오는 14일까지 이어갈 예정이다. 헌혈 캠페인은 코로나19로 인한 헌혈 수급 위기 극복 일환으로, 왜곡된 의료정책을 향한 젊은 의사들의 목소리가 의료 현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불러올 수 있도록 기획됐다.
전공의들은 여의대로 등 집회 장소뿐만 아니라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 등 수련병원 내에 자체적으로 헌혈차를 섭외해 헌혈 캠페인을 진행했다. 이날 서울 지역은 서울시 내 대부분의 헌혈차가 동원돼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헌혈차 1대에서 30분에 최대 4명 정도 헌혈이 가능하다. 단체행동 기간인 24시간 내에 전공의 모두가 헌혈에 참여하지 못했지만, 7일 당일 모인 헌혈증만 대략 1200여 개가 넘는다. SNS를 통해서도 헌혈 인증이 계속되고 있으며, 단체행동에 지지를 표하는 많은 의대생들 역시 헌혈 릴레이에 동참하고 있다. 부득이하게 야외 집회에 참석하지 못한 전공의들도 헌혈 릴레이로 정부의 일방적인 의료정책 추진에 반대하고 나섰다.
헌혈의집 강남센터에서 캠페인에 참여한 한 전공의는 “개인 사정으로 집회에는 동참하지 못했지만, 이렇게 헌혈 릴레이에라도 참여한다”면서 “부디 국가의 주요 의료정책을 결정하는데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헌혈 캠페인에 참여한 양산부산대병원 전공의는 “딱 한 번만 편견 없이 저희의 의견을 들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젊은 의사는 “대전협 주도의 젊은의사 단체행동 여의도 집회에 직접적인 참석을 하지 못했지만, 헌혈 릴레이 캠페인을 통해 간접적으로 참여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전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박지현)는 8월 14일까지 캠페인을 통해서 모인 헌혈증을 백혈병어린이재단 및 각 대학병원으로 기증한다는 계획이다.
박지현 대전협 비대위원장은 “코로나19로 발생한 헌혈 수급난 해소에 8월 7일 젊은 의사 단체행동과 함께 진행된 헌혈 릴레이 캠페인이 부분적인 도움이 될 수 있어 다행이다. 헌혈 릴레이 캠페인은 오는 14일까지 지속할 예정이며 많은 전공의의 지속적인 참여를 독려하겠다”고 밝혔다.
거리로 나온 전국 1만 3,000여 명의 젊은 의사들,
“일방적 의료정책 철회하라” 침묵의 외침
“제대로 수련받을 수 있는 의료, 수련환경부터 만들어도 늦지 않습니다”
의대 정원 확대, 공공의대 설립 등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의료정책에 반대하며 전국 전공의 1만 3,000여 명이 지난 7일 하루 가운을 벗고 거리로 나왔다.
대전협 비대위를 주축으로 전국 수련병원 전공의들은 지난 7일 오전 7시부터 8일 오전 7시까지 24시간 파업을 선언하고 수도권 여의대로를 포함 전국 8곳에서 ‘젊은의사 단체행동’ 집회를 열었다.
이날 서울·경기·인천지역 수련병원의 전공의들은 여의대로에 모였다. 집회에는 전공의 5,000여 명, 의대생 3,000여 명 등 총 8,000여 명이 참석해 기존에 기대했던 인원을 훨씬 웃돌았다. 집회는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신분 확인 및 발열 체크, QR코드 스캔 또는 문진표 작성을 거쳐 입장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병원 내에서 착용하는 가운, 스크럽복, 활동복 착용은 철저히 금지됐으며, 많은 인원이 운집했지만 일정한 간격을 두고 자리하는 등 빈틈없는 방역에 힘썼다. 여느 집회와는 다르게 구호 제창을 대신해 박수와 피켓 제창으로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확대, 공공의대 설립, 첩약 급여화에 대해 전면 재논의를 요구하며, 의료정책 추진에 있어 전문가의 목소리가 반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대정부 요구안을 통해 ▲의대 정원 확충과 공공의대 등 최근 이슈에 대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둔 소통 ▲전공의가 포함된 의료정책 수립/시행 관련 전공의-정부 상설소통기구 설립 ▲전공의 수련비용 지원, 지도전문의 내실화, 기피과에 대한 국가 지원 등 ‘전공의 수련 국가책임제’ ▲전공의가 최소한의 인간적인 환경에서 수련받을 수 있도록 전공의 관련 법령 개정 등을 요구했다.
집회에 참석한 서재현 서울아산병원 대표는 “집행부 예상보다 훨씬 많은 인원이 모였지만, 코로나 19 감염 예방과 질서를 지키는 모습이 인상적”이라며 “젊은 의사들의 성숙한 집회 문화가 젊은 의사들의 옳은 목소리에 힘을 더했다고 생각한다. 국민이 젊은 의사들 목소리에 한 번만 귀 기울여 주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수도권 제외 지역에서만 전공의 3500여 명, 의대생 1780여 명 등 총 5280여 명 집결
전공의들, “죽어가는 의료시스템을 건강히 만드는 것도 우리의 몫”
전공의들의 외침은 여의대로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퍼져 나갔다. 수도권을 제외하고 권역별 7개 지역에서 동시에 집회가 개최되고, 젋은의사 5000여 명이 거리로 나왔다.
▲강원지역(강원도청 앞)은 전공의 292명, 의대생 50명, ▲대전·충청지역(대전역 서광장)은 전공의 632명, ▲대구·경북지역(엑스코)은 전공의 803명, 의대생 512명, ▲부산·울산·경남지역(벡스코) 전공의 963명, 의대생 887명, ▲광주·전남지역(김대중컨벤션센터)은 전공의 430여 명과 학생 300여 명, ▲전북지역(그랜드힐스턴)은 전공의 278명, ▲제주지역(제주도의사회관)은 전공의 103명, 의대생 35명 등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에서 전공의 3500명, 의대생 1780명 총 5280여 명이 집회에 참석해 “일방적 의료정책 추진 철회”를 외쳤다.
신영주 대전·충천 지역 대표(충남대병원 대표)는 “지난 7일 폭우가 쏟아지는 대전역에 대전·충청 지역 전공의 632명이 불의에 저항하는 한 뜻으로 모였습니다. 모두 사정이 다를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 시간 그 자리에 모인 우리는 한마음이었습니다. 잘못된 방향으로 흐르는 의료정책을 우리 의사가 막지 않으면 누가 막겠습니까? 죽어가는 의료시스템을 방관하는 것은 죽어가는 환자를 방치하는 것과 같습니다. 우리는 강합니다. 대한민국의 13만 의사들이 모두 함께할 때입니다”라고 전했다.
심동오 전북 지역 대표(전북대병원 대표)는 “우리는 방금까지도 코로나-19 전선과 응급실, 중환자실에서 환자를 돌보던 의사들”이라며 “말로만 대화를 하자며 졸속 정책추진을 멈추지 않는 정부를 보고 더 이상은 참을 수 없어 나서게 됐습니다. 우리는 단순히 정원 확대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현장의 전문가들과 논의를 하고 진짜 실효성 있는 정책을 펼치길 바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심 대표는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의료정책들은 정치적 이해 논리에 의해 수립된 정책일 뿐”이라며 “분명 세계 최고 수준의 대한민국 의료를 더욱 후퇴시키고 세 부담만 늘리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단순히 오늘 하루 목소리를 내려고 모인 것이 아니라 앞으로도 지속적인 행동을 이어나갈 것입니다. 환자뿐만 아니라 병든 의료정책을 건강히 만들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고 덧붙였다.
이호종 광주·전남 지역 대표(조선대병원 대표)는 “먼저 시민, 환자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또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최대한 준수하면서 열정적으로 참여해주신 전공의, 학생, 시도의사회 분들께 감사의 말씀드립니다. 전남·광주 전공의들은 대전협의 결정과 함께하겠습니다”라고 밝혔다.
박지현 위원장은 “비대위는 여러모로 부족했던 지난 7일 전공의 단체행동 여의도 집회에 많은 수련병원 전공의의 참석에 다시 한번 감사의 뜻을 전한다. 대전협 비대위는 8월 7일 전공의 단체활동에 그치지 않고 8월 14일 대한의사협회 총파업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게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도울 것”이라며 “8월 14일 총파업에도 수련병원 전공의의 많은 참여를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