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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의대협학생회장 40인] 존경하는 교수님께 제자들이 드리는 편지

2020.08.27.


존경하는 교수님 안녕하십니까? 전국 2만 명의 제자들이 간곡하게 말씀 올립니다.

먼저 의료 현안과 코로나로 혼란스러운 지금, 저희와 국민을 위해 밤낮으로 고생해 주시는 교수님께 존경부터 표하고 싶습니다. 

설레는 마음을 안고 처음 입학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줄곧, 교수님께 수많은 애정 어린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때로는 교수님의 말씀을 따르지 않기도, 꾸중을 듣기도 했지만, 저희를 훌륭한 의사로 양성하기 위한 교수님 한 분 한 분의 노력으로 어떤 의사가 되어야 하는지 고민해볼 수 있었습니다.

그랬던 저희가, 지금도 공부에 열중해야 하는 저희가 감히 수업과 실습을 거부했습니다. 감히 국가고시 접수를 취소하였고, 휴학계를 던졌습니다. 변함없는 정부의 무책임한 태도와 올바르지 못한 의료 정책에 저희의 목소리를 내고자, 그토록 간절히 바라왔던 의사가 되는 길을 저희 손으로 거부하였습니다.

그러나 이 어려운 결정 뒤에 놓인 현실의 벽은 너무나도 높았습니다. 각자의 신념에 따라 선택했던 행동들에 대해 아직 의사가 되지도 않은 의대생들이 뭘 알겠냐는 비난을 들으며, 밥그릇 지키려고 그러는 게 아니냐는 조롱을 들으면서 수없이 많은 상처를 각자 속으로 삭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철부지 같던 학생들이 교실 밖으로 나섰습니다. 거리로 밀려 나갔습니다.

교수님! 저희가 지금 걷고 있는 이 길이 너무나도 두렵고, 무섭습니다. 그러나 전국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들이 서로를 믿고 의지하며 함께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저희가 가고 있는 방향이 옳다는 신념이 있습니다. 미래 의료계를 이끌어 나가야 하는 저희가 앞장서서, 올바르지 못한 정책에 대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책임감뿐이었습니다. 미래에 저희가 몸담게 될 의료계가,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상의와 대책 없는 일방적인 정책 강행으로 인해 얼룩져가는 것이 너무나도 속상했고, 억울했습니다. 
 
이제 저희에게는 교수님의 손길이 간절합니다. 저희의 결정과 행동이 틀리지 않았다는 지지와 응원의 목소리가 간절합니다.

저희는 비록 내몰릴 때는 젊음의 열정으로 나왔지만, 이제는 냉철하고 이성적인 판단으로 행동하겠습니다. 저희의 목소리를 관철할 수 있도록 때로는 대쪽같이 때로는 흐르는 물같이 주장하겠습니다. 저희가 학교에서 교수님께 배운 것은 단순히 의학 지식뿐만이 아니었습니다. 현재의 사태는 지금까지 교수님을 보며 배웠던, 예비 의료인에 걸맞은 전문성과 사명감을 세우는 좋은 경험이 될 것입니다.
 
이에 교수님들께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저희를 가르쳐주셨던 것처럼 저희와 함께 움직여 주십시오. 세상을 향한 학생들의 곧은 외침이 방향성을 잃지 않고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저희가 거부한 시험을 함께 거부해주십시오. 저희가 거부한 수업과 실습을 함께 거부해주십시오. 수많은 논의와 노력이 녹아있는 저희의 결정을 믿고 지지해주십시오. 두려움에 떨고 있는 저희의 손을 의료계의 큰 스승으로서 잡아주십시오. 올바른 행동을 하고자 연대하였지만 차가운 현실에 학생들 마음에 생겨나는 갈등과 상처를 치유의 손으로 어루만져 주십시오.

교수님! 제자들은 하나가 되었습니다. 제자들은 준비가 되었습니다. 온정어린 교수님의 말 한마디로 학생들은 다시금 의지를 다지며 용기를 냅니다. 벼랑 끝으로 내몰린 학생들의 간절한 마음을 헤아려 주시고, 학생들의 용기 있는 발걸음에 교수님께서 함께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2020.08.27.


“전국의 모든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재학생 일동을 대표하여”


가천대학교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회장,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회장, 가톨릭관동대학교 의과대학 학생회장, 강원대학교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회장, 건국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학생회장, 건양대학교 의과대학 학생회장, 경북대학교 의과대학 학생회장, 경상대학교 의과대학 학생회장, 경희대학교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회장, 계명대학교 의과대학 학생회장,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학생회장, 고신대학교 의과대학 학생회장, 단국대학교 의과대학 학생회장, 대구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학생회장, 동국대학교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회장, 동아대학교 의과대학 학생회장, 부산대학교 의과대학 학생회장,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학생회장,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학생회장, 
순천향대학교 의과대학 학생회장, 아주대학교 의과대학 학생회장,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학생회장, 연세대학교 원주의과대학 학생회장, 영남대학교 의과대학 학생회장, 울산대학교 의과대학 학생회장, 원광대학교 의과대학 학생회장, 을지대학교 의과대학 학생회장, 이화여자대학교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회장, 인제대학교 의과대학 학생회장, 인하대학교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회장, 전남대학교 의과대학 학생회장, 전북대학교 의과대학 학생회장, 제주대학교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회장, 조선대학교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회장, 중앙대학교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회장, 차의과학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학생회장, 충남대학교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회장, 충북대학교 의과대학 학생회장, 한림대학교 의과대학 학생회장,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학생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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