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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지역병원협의회 성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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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7일 서울대병원은 불법적인 PA(의사보조)를 합법적인 진료 보조 인력으로 규정하고 제도화하는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PA 제도는 의료의 근간을 흔드는 근본적인 문제이므로 더 많은 논의가 이뤄져야 하고, 한 개의 병원이 제도화한다고 해서 불법이라는 근원적 명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대학병원의 PA제도 도입 주장은 전공의 근로시간 축소 시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전공의 근로 시간 제한이 없었던 2000년대 이전 대학병원의 기조는 현재와 사뭇 달랐으며, PA의 필요성이나 제도 도입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전공의에 의존하여 운영되던 대학병원 시스템이 전공의 근무시간 축소와 맞물려 시스템이 붕괴하는 현실에 대한 해결책으로 PA 제도라는 해결책을 꺼내든 것이다. 이러한 대학병원의 현실적 해결책을 바라보는 의료인의 시각은 다양하지만, 해결책으로서의 PA 제도에 대해 대학병원을 제외한 모든 의료인들의 시각은 부정적이다. 

PA 제도 도입이 전공의 근무시간 축소와 관계있다는 사실은 전공의의 업무를 PA에게 이관하는 것을 전제를 담고 있으며, 이는 미래 의료를 책임져야할 전공의들의 수련 업무를 빼앗는 것과 같아 직접 당사자인 수련 과정의 전공의들이 PA제도를 적극 반대하는 이유가 된다. 전공의들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PA를 합법화하는 것은 대학병원의 주요한 목적중 하나인 교육의 의무를 저버리고 전공의들을 그저 잡무원이나 기간제 일용직처럼 취급하는 것이다. 

부족한 의사 인력의 공백을 메우는 가장 좋은 선택은 의사인력(교원)을 많이 고용하여 전공의의 역할을 대신하는 것이 당연하다. PA에게 몸을 맡기는 것 보다, 의사 인력에게 몸을 맡기는 것이 훨씬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지만, 대학병원은 이런 선택을 배제하고 PA제도를 선택했다. 이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수가와 임금이라는 현실적 문제가 자리하고 있음은 자명하다. 충분한 수가와 보상 체계가 갖춰져 있다면 대학병원은 불법적인 PA제도를 주장할 필요도 없고, 전공의들의 수련권을 박탈할 필요도 없고 전공의들의 반발을 살 필요도 없다. 

대학병원이 PA 제도를 도입하려는 주요한 목적중 하나는 수술실 보조인력과 관계가 있으며, 지난 17일 서울대 병원의 발표를 보아도 수술실에서의 업무를 대체하기 위해서인 것처럼 보여진다. 그러나 이는 일부 병원들에서 이뤄지는 대리 수술 혹은 유령 수술을 대학병원이 공식적으로 자행하겠다는 선언을 한 것으로 오인될 소지가 있다. 전공의가 없는 상황에서 수술 및 상처 부위 절개와 봉합을 PA에게 맡긴다는 것은 대리 또는 유령 수술과 다를 것이 없으며, 연구가 중심이 되어야 하는 대학병원에 수익을 늘리겠다는 경영 마인드가 스며든 것으로 대학병원이 얼마나 이기적인지 보여주는 것이다. 수술을 더하기 위해 또는 주치의가 편하게 수술하기 위해 PA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학문의 장(場)인 대학병원의 존재이유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다. 

대학병원이 연구와 교육 기능에 대해 이의를 다는 사람은 없지만, 수입 증대를 위한 진료의 확장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것이 대학병원의 본질적 기능과 배치되기 때문이다. PA제도의 도입은 전공의 공백을 채우는 의도를 가지고 있지만, 수익 증대라는 경영과 무관하지 않다. PA 제도는 주치의 한명이 여러 수술을 동시에 진행하는 불법의 온상이 될 것이고, 동시에 늘어나는 수술이 연구와 교육이라는 대학병원 본연의 임무에서 벗어난 것이라면 동기의 순수성을 훼손하는 것이다. 

PA제도의 도입은 대학병원 방사선과의 소노그라퍼 문제와 본질적으로 동일하다. 편의성을 위한 소노그라퍼의 존재가 전공의 수련의 부실을 가져올 것이라는 예상은 현실화되었고, 이로 인해 전공의 시절 배워야하는 내용이 임상강사 시절로 미뤄진 것은 지금이라도 시정되어야 한다. PA 제도는 전공의 수련을 황폐화하고, 황폐화된 수련 과정은 전문의의 질적 저하를 가져오고, 그 전문의들의 대다수를 수용해야 하는 개원가의 수준은 하향 평준화를 향해갈 것이고, 이는 환자들에게 보이지 않는 위협이 된다. 

PA 제도의 도입과 함께, 수도권을 중심으로 대학병원의 신증설이 동시에 가속화되고 있다. 늘어나는 대학병원 병상과는 반대로 정체된 전공의 숫자는 더 많은 PA를 요구하며, 현재 불법인 의료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도록 강요한다. 대학병원의 증설이, 연구와 교육의 질을 담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질적 하락을 가져온다면 이는 어느 누구도 원하는 것이 아니다. 서울대 병원의 PA 제도 도입은, 얼핏 일개 병원의 문제처럼 보이지만 수익 증대를 위해서는 불법도 서슴지 않고, 전공의 교육 따위는 얼마든지 포기할 수 있다는 대학병원의 극단적인 이기심을 보여주는 것이므로, 주무 관처인 복지부는 이러한 현실을 통렬히 인식하여 불법에 엄중하게 대처해야 한다. 우리 대한 지역병원 협의회는 서울대병원의 불법에 대해 결과 묵과하지 않고 적극대처 할 것임을 천명한다.  

대한지역병원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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