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 원 서 (안)
존경하는 대법관님!
지난 2009년 치과의사가 환자 안면부위에 치과치료 목적이 아닌 미용 목적으로 프락셀 레이저 시술, 주름제거, 피부 잡티제거 등 피부레이저 시술 시행하여, 의료법 위반으로 기소된 사건이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입니다.(사건번호 2013도7796, 피고 이성헌)
이 사건은 의사의 업무영역이 명확하고, 해당 치과의사가 무면허의료행위를 행한 것이 분명하여, 저희 의사들은 대법관님께서 이런 사정을 감안한 충분히 합리적이고 공정한 판단을 내려주실 거라고 믿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얼마 전부터 저희 의사들은 극도의 혼란 상태에 빠졌으며,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바로 지난 2016. 7. 21. 의료계가 그렇게 불법이라고 믿었던 치과의사의 미간, 눈가 미용 보톡스 시술 행위가 의료법상 치과의사의 면허범위 내의 행위로 볼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대법원 2013도850)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대법원은 이 판결이 치과의사의 안면부 시술을 전면적으로 허용한다는 취지가 아니라, 사건에서 드러난 구체적 사정을 들어 치과의사의 눈가와 미간에 대한 보톡스 시술이 위법한 것은 아니라는 개별적인 판단을 한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음에도 불구, 이 판결은 대다수 국민들이 가지고 있는 상식과 배치되는 부분이 많은 것 또한 사실입니다.
즉, 의료법은 의사와 치과의사의 업무영역을 인간의 신체상으로 구분하고 있고, 이에 치과의사는 분명 치과치료와 구강보건지도를 임무로 한다고 명시적으로 규정되어 있으므로, 치과의사의 업무영역은 기본적으로 치아와 관련된 부분을 다루는 것으로 반드시 한정되어야 함에도 불구, 다수의 대법관님들께서는 명시적인 구분 규정이 없고, 치과의사들이 그간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상호간에 엇박자 나는 상황을 틈타 임의적이고 부당하게 안면부를 치료해온 몇 가지 사례를 수용하여, 치과의사가 자신들 고유의 업무범위를 벗어나는 미간, 눈가와 같은 안면부위 보톡스 미용 시술하는 것을 정당화 하신 것입니다.
그러나 치과의사가 아무리 의과 공부를 열심히 하더라도 자신의 면허범위를 넘어설 수는 없습니다. 이는 법무사가 공부를 열심히 하고 능력이 있더라도 변호사 역할을 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프락셀레이저 시술 또한 같은 경우라 할 것입니다.
프락셀레이저(Fraxel Laser)는 2004년 피부과의사인 Rox Anderson 등이 Fractional Photothermolysis라는 새로운 레이저 치료 개념을 발표한 이후 사용되기 시작한 시술법으로, 기존의 레이저들이 정상적인 피부와 특정 색소 등을 타깃으로 가지는 반면에, 프락셀레이저는 모든 피부 조직에서 발생하는 수분을 선택적으로 흡수하고, Fractional Photothermolyis라고 불리는 과정으로써 매우 작은 피부 단편들만 치료하는 형태를 취하게 되며, 주름치료, 색소치료, 여드름 흉터와 화상 흉터 등 흉터 치료에 사용되고, 시술 시 홍반, 건조한 피부, 색소침착, 여드름악화, 피부염 및 모낭염, 화상, 조직괴사로 인한 피부함몰 및 비후성 반흔 등의 비가역적인 새로운 흉터까지 발생하는 부작용이 있습니다. 또한 출혈의 위험성이 있는 월경 시기나 아스피린을 복용하고 있는 경우에는 피하는 것이 좋으며, 결막에 손상을 줄 수 있으므로 이 점 또한 고려하여 시술을 하여야 합니다.
이처럼 프락셀레이저 시술은 표피의 일부 또는 전체를 제거하고 동시에 진피내의 변형된 교원섬유 및 탄력섬유를 새로운 조직으로 대치하여 광노화 현상으로 인하여 발생한 피부의 노화 등을 개선하고, 광선각화증 같은 피부의 전구암을 치료하고, 여드름이나 수두, 외상으로 발생한 흉터를 제거하기 위한 수술요법인 동시에 피부의 아름다움을 유지하기 위한 시술방법이며, 넓은 의미에서 피부 박피의 일종이기에 이를 시술하는 의사는 프락셀레이저 시술을 필요로 하는 피부의 질환 또는 상태에 대하여 완전히 이해하고, 치료에 이용되고 있는 시술방법, 장단점, 그리고 시술 후에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하여도 철저히 파악하고 있어야 합니다. 또한 피부의 노화현상(Aging skin) 특히 광노화와 관련이 있는 여러 증상에 대하여, 또한 치료 후부터 시작되는 상처회복과정(Wound healing)에 대한 이해와 처치법에 대하여도 완전히 이해하고 알고 있어야 합니다. 즉, 프락셀 레이저 시술은 기본적으로 그 부작용을 고려한 인체 전반에 대한 관찰 후 피부암은 없는지, 켈로이드가 발생할 가능성은 없는지 등 피부상태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선행된 후 시술이 이루어져야 안전할 수 있는 치료방법인 것입니다.
특히 프락셀레이저 시술의 경우 그 결과가 가역적인(회복가능) 보톡스 미용 시술과는 판이하게 다른 비가역적 즉 한번 결과가 나타나면 회복 불가능한 시술이라는 점 또한 반드시 고려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의사와 달리 치과의사는 피부 등 인체 전반에 대한 전문가는 아니어서 이러한 인체 전반을 고려한 치료는 불가능하며, 또한 통상적으로 박피 등의 부작용을 처리하기 위하여서도 피부과 전문의 등 의사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은 반드시 인식되어야 합니다.
때문에 국가는 의사면허와 치과의사면허를 구분하고, 또한 각 면허자가 서로 독립적이고 배타적이고 독점적인 진료를 할 수 있도록 하고, 각 의료인 또한 서로의 영역을 존중하고 있는 것입니다. 또한 이것이 현행 의료법 해석상 의사는 업무 영역에 있어 해부학적으로 제한되는 범위가 없으며, 이에 치과적인 영역 또한 법리상으로는 의사의 업무 영역에 포함됨에도 불구하고, 의사들 어느 누구도 지금까지 치과영역을 침범하지 않았던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만약 사회적 합의나 법적 약속을 무시하고 자신의 영역을 확장시키려는 의도 하에 학술연구와 교육, 교재발간을 통해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무리하게 법의 해석을 변경하려는 특정 단체에게 유리한 예외적인 선례를 대법원이 또 다시 남기게 된다면, 상대 단체도 유사한 방법으로 그와 똑같은 시도를 하게 될 것이고, 결국 전 국가적으로 각 전문직역간의 역할을 무시하는 현상이 만연할 것이며, 국민의 건강권은 나락으로 떨어질 수 밖에 없음은 명약관화 합니다.
존경하는 대법관님!
국민의 건강권 수호를 천직으로 알고 묵묵히 일선에서 그 역할을 수행해 왔던 저희 의사들은 저희들 자신이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을 다짐하고 또 다짐합니다만 이번 치과의사 안면부위 프락셀레이저 시술 의료법 위반 사건에서마저 대법원이 치과의사 미간, 눈가 보톡스 미용 시술 때와 같이 또 다른 예외적인 선례를 남기실 경우 저희 의사들 뿐만 아니라 국민들 또한 겉잡을 수 없는 혼란의 소용돌이로 휘말릴 수 밖에 없음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저희 의사들은 치과의사가 레이저 시술 하는 것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치과의사가 레이저 시술을 하더라도 치과적 목적이라는 범위 내에서 제한적으로 허용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치과적 치료목적을 벗어나 의료법상 전혀 인정되지 않은 부위에 시술이 이루어진다면 이는 치과의사의 면허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에 치과의사가 치과적 치료목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피부로 치과의 영역을 확장할 근거는 전혀 없다고 생각합니다.
존경하는 대법관님!
이번 치과의사 보톡스 사건 관련 대법원 판결 후 치과의사들은 안면부의 전면적인 미용치료 허용을 기정사실화하고 본격적인 광고를 통해 의료소비자를 현혹하고 있는 반면, 저수가에도 묵묵히 자리를 지켜온 저희 11만 의사들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전전긍긍하는 상황이 초래되고 말았습니다. 의학적으로만 보면 명확하고 분명한 사건이 단지 법이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로, (실제로는 그렇지 않지만) 치과의사도 의사와 같은 교육을 받는다는 애매한 이유로 뒤집혀 버려, 앞으로 치과의사의 안면 시술사건이 있을 때마다 면허범위 이외가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법원의 판결을 받아야 하는 불안정성이 생겨버렸기 때문입니다.
솔직히 이렇게 극명하게 의사와 치과의사 두 집단의 희비가 엇갈린 판결은 이번이 처음이고, 그래서 더욱 당황스러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희 의사들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습니다. 이미 수만 명의 안면부를 담당하는 의사들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과연 추가적인 치과인력이 필요할까요? 또한 혹시나 그로 인해 치과 본연의 분야에 대한 진료공백이 발생하지는 않을까요? 그러면 그로 인한 치과 분야에 대한 진료공백은 같은 학문을 공부한 저희 의사들이 메우면 되는 것인가요?
존경하는 대법관님!
저희 의사들은 이번 대법원의 판결이 자칫 의료법에 근거한 우리나라 면허제도의 근간을 송두리째 흔들어 버릴 수 있으며, 이는 곧 면허제도 붕괴를 불러와, 국민의 건강권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저희 의사들은 진정 치과의사 미간, 눈가 보톡스 판결이 향후 있을 치과의사 프락셀레이저 사건(대법원 2013도7796)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앞으로 있을 프락셀레이저 사건은 치과 보톡스 사건 판결 후 향후 법의 추이와 파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시금석이 될 사건이며, 이에 국민의 건강과 사회통념에 어긋나는 판결이 나올 경우 자칫 사회적으로 치과 보톡스 판결보다 더 큰 파장을 초래할 수 있고 국민건강에 미치는 영향도 예측할 수 없을 정도 크다고 할 것입니다.
아무쪼록 사려 깊고 신중한 판단을 내려 주시기를 간절히 부탁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16. 8.
대한민국 11만 의사 회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