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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병원의사협의회 성명서

자신의 정치적 목적으로 의사들을 공개적으로 모욕한
이용호 의원은 즉각 사죄하고, 국회와 복지부는 공공의전원
설립 계획을 폐기하라



지난 18일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국립공공의료대학원 왜 필요한가'를 주제로 열린 토론회의 개회사를 한 이용호 의원은 "의사들이 제 몫을 못했기 때문에, 돈벌이에만 집중하고 관심을 가졌기 때문에 국민들이 공공의료 필요성을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용호 의원의 이 발언은 의사들을 돈만 밝히면서 국민 건강을 등한시하는 파렴치한 집단으로 매도한 것일 뿐만 아니라 의료계를 공개적으로 모욕한 것이다. 이용호 의원의 이러한 몰상식한 발언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자 의사들은 분노를 금할 수 없었으며, 곳곳에서 규탄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용호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인 전북 남원에 있던 서남의대의 폐교가 결정된 이후부터 서남의대가 있던 자리에 다시 의대를 유치하기 위해서 정치적인 행보를 보였다.

지난해 3월에는 지자체에 공공의사 양성을 위한 의대 설립 권한을 부여하고, 공공의대 졸업자들이 의사면허 취득 후 일정 기간 의료취약지에서 근무하도록 하는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하여 서남의대 자리에 공공의대를 설립하려는 무리한 시도를 하였다. 그리고 그 이후 보건복지부 및 여당과 협의해서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하여 공공의전원 설립을 추진하려고 했으나, 의료계와 국회 내부에서의 반대로 인해 현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계류중이다.

제대로 된 토론회라면 찬성과 반대의 의견을 서로 나누면서 토론 후 합리적인 결론을 도출하는 모양새를 보여야한다. 그런데 지난 18일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이루어진 토론회에서는 공공의전원을 찬성하는 의견만 나왔고, 공공의전원의 문제점을 지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토론이 없는 이런 일방적인 토론회를 여론 몰이를위해서 여는 행위는 올바른 정치인이 할 도리는 아니다. 그리고 그런 자리에서 공공의전원의 설립이 순조롭게 되지 않는 이유가 의료계의 반대 때문이라고 생각했는지 의사들을 향해 작심한 듯 모욕적인 발언을 하면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이용호 의원의 태도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공공의전원 문제는 한 개인의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해 이용되어서는 안 되는 매우 중대한 사안이다. 공공의전원 설립은 천문학적인 국가 재원이 투입되는 사업으로서 그 실효성과 현실성에 대해서 냉정히 분석해 보아야 한다. 의료계를 비롯한 많은 단체에서는 공공의전원 설립 시 서남의대에서 나타났던 교육의 부실화가 재현될 것이고, 막대한 혈세 낭비가 이루어질 것이며 인권 침해 등의 위헌적 요소 때문에 지역의료 인력 양성이라는 본래의 취지를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대한병원의사협의회(이하 본 회)는 성명을 통해서 “정부는 실효성도 없고 혈세만 낭비하는 공공의대 설립시도를 중단하고, 의료서비스 지역격차 해소를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하였다. 이 성명에서 본 회는 구체적인 근거를 들어 부실의대 발생 원인에 대한 철저한 고찰 없이는 공공의대도 부실화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또한 간호 인력이나 진료지원 인력의 보강 없이 단순히 의사 수 증원만으로는 지역 의료서비스 향상은 이루어질 수 없으며, 저수가 및 취약한 인프라 등 지역 의료 서비스 격차가 발생한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지 않으면 그 어떤 대책도 실효성이 없다는 점도 분명히 하였다.

하지만 본 회를 비롯한 많은 의료계 단체들의 합당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용호 의원을 비롯한 몇몇 정치인들과 보건복지부는 공공의전원 설립을 위한 예산까지 편성해 가면서 준비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면서 이들은 OECD 평균을 들먹이며 우리나라는 의사 수가 부족하다고 하고, 지방에는 의사를 구하려고 해도 구할 수가 없다는 말을 하면서 자신들의 주장을 정당화하고 있다. 하지만 2013년 경희대 의료경영학과 김양균 교수가 발표한 '향후 10년간 의사인력 공급의 적정수준'이라는 연구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 인구 1000명당 활동의사 수는 빠르면 2023년, 늦어도 2025~2026년 사이에 OECD 국가 평균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예측됐고, 의대 정원을 늘리면 2025년부터는 초과 공급 될 것으로 전망했다. 결국 지금 의사 수가 부족하여 의사 수를 늘려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의사 인력 수급에 대한 장기적인 안목이 없다는 사실을 자인하는 것이다.

이번 공공의전원의 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 일본 자치의대의 경우를 보면, 실제 일본에서는 이미 자치의대가 지역의료 발전에 효과가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어서 자치의대 정원 증가나 추가적인 의대 설립을 계획하고 있지 않고 있다. 또한 대부분의선진국들은 지역 의료 발전을 위해서 의사 수 증원 보다는 근본적인 제도나 인프라 개선에 대한 노력을 우선적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는 이러한 근본 문제에 대한 해결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고, 단순히 의사만 더 뽑으면 된다는 식의 안이한 판단과 정치적인 논리에 입각하여 이 문제를 접근하고 있다.

의료 인력의 양성과 수급의 문제는 국민 건강과 직결된다는 측면에서 매우 신중하고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 단순히 의사를 많이 뽑는다고 의료의 질이 높아지고 국민들의 건강수준이 높아지는 것이 아니다. 현재의 지방 의료인력 부족현상은 적정 인력이 부족해서라기 보다는 인력의 배분이 제대로 되지 않아서 생긴 문제로, 이는 지방의 생활 인프라 부족 등으로 인한 수도권 및 도시 집중화 현상과 관련이 깊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따라서 정부가 제대로 의료 서비스의 지역 격차를 해소하고자 한다면 체계적이고, 충실한 교육을 통해 배출된 의료 인력들이 적절한 비율로 전국에 골고루 배치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의 구축이 가장 먼저 해야할 것이다.

이에 본 회는 국회와 정부에 아래와 같이 요구한다.

하나, 자신의 정치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의사들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모욕적인 언사를 서슴지 않은 이용호 의원은 의사와 국민 앞에 무릎 꿇고 사죄하라.
하나. 국회와 정부는 실효성도 없고, 혈세 낭비만 우려되는 공공의전원 설립 계획을 폐기하라.
하나, 정부는 실질적인 의료 서비스 지역 격차 해소를 위해서 의료 취약 지역 발생의 근본 원인을 조사하고, 인력과 시설 등의 의료 인프라 구성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라.

2019년 1월 23일
대한병원의사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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