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문화자원 발굴전시
신당동 : 사대문(四大門) 밖 사람들
- ‘모루’에서 ‘큐큐’까지 -
■ 전시개요
- 전 시 명: 지역문화자원 발굴전시
<신당동 : 사대문(四大門) 밖 사람들 -‘모루’에서‘큐큐’까지>
- 전시기간: 2014.11.3 ~ 19(17일간, 기간 중 무휴)
- 주 최: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재)중구문화재단 충무아트홀
- 주 관: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재)중구문화재단 충무아트홀
- 전시장소: 충무아트홀 갤러리
- 문 의: 02)2230-6678, 6692
- 주요작품: 릴레이 인터뷰 현장사진, 생활&생업 변천사 연보, 원주민구술 기록, 생업장인 도구 및 작품(목공소·대장간·봉제), 영상, 연구조사자료(2013~2014년) 등
■ 부대행사
“사진 속 주인공, 지금 만나러 갑니다.”
-지역리서치 전문가의 해설과 함께 동네 길을 탐방하며, 전시된 사진 속 주인공을 만나 이야기를 듣는 지역 투어 프로그램
-일시 : 11.15(토) 오후 1:30
“전시 속 작가와 함께하는, 나만의 목공예품 만들기”
- 목공장인이 제작한 반제품을 조립하고 색칠해, 나만의 목공예품을 완성하는 프로그램
- 일시 : 11.15(토) 오후 1:00 / 오후 2:30
※ 각15명, 참가비 10,000원(중구민 50% 할인)
■ 전시취지
(재)중구문화재단 충무아트홀은 지역의 유·무형 문화자원을 발굴하여 전시하는 사업을 시작한다. 그 첫 번째 주제는 ‘신당동’이며, 추후 보존과 발굴의 가치가 있는 서울시 중구의 유서 깊은 지역을 찾아 순차적으로 연구·조사하고자 한다.
조사의 주요시점은 일제강점기부터 현재까지로, 2013년에는 신당동의 유래와 역사를 찾아 과거와 현재를 중첩해 시공간을 재구성 한 <신당동 시간매핑>이, 2014년에는 원주민의 증언과 기억을 ‘릴레이 인터뷰(relay interview)’로 담은 <Log in 신당>이 보고서로 발간되었다.
2년여 간의 연구·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한 <신당동:사대문(四大門) 밖 사람들 -‘모루’에서 ‘큐큐’까지>는 신당동에서 ‘생업(生業)’을 이어 온 27명의 릴레이 인터뷰의 진솔한 이야기를 전시로 재구성한다.
예) 꽃집→미용상사→떡집→목공소→대장간→화공약품→봉제공장→철학원
‘모루’로 대표되는 대장간의 모습과 ‘큐큐(단춧구멍)’로 대표되는 봉제업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이번 전시는, 적게는 10년 많게는 40년 이상 한 직종에 종사한 생업장인의 인물사진과 약력, 다큐멘터리 영상, 손때 묻은 작업도구들 그리고 크고 작은 제작품, 연보 등 총200여점으로 구성되었다.
이번 전시를 통해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신당동의 지역 문화를 이해하고, 여기에서 살펴볼 수 있는 지역의 문화적 가치와 콘텐츠를 재발견하여 시민과 공유하고자 한다.
■ 전시내용
- 사람은 마을을 만들고, 마을은 사람을 만든다.
최근 공공예술 영역에서 자주 도입되는 주제 중 하나가 사라져가는 지역과 사람에 대한 이야기이다. 급변하는 도심 속에서 변치 않고 고색(古色)을 유지하며, 생활‧생업을 이어온 물리적 공간이 지역 경제 활성화 정책과 맞물려 새로운 문화관광지역으로 부각되었다. 하지만 그 결과 지역의 가치를 장시간 지층처럼 쌓아온 원주민은 배제되었고, 방문객들의 추억만을 되새김질하기 위한 장소가 되었으며, 문화관광지라는 이름의 상업지구가 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이러한 현상은 서울 도심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인사동, 삼청동에 이어 북촌, 서촌 그리고 최근 경리단 길 까지 고즈넉하던 동네가 골목골목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하지만 유명해진 동네 덕에 정작 주민들의 생활에 필요한 세탁소나 철물점은 사라지고, 그 자리에 카페와 이색음식점, 소품가게가 줄지어 생기고 있다. 몰려드는 사람들 때문에 소음과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는 동네는 어메니티(amenity:인간이 역사,문화적 가치를 지닌 환경과 접하면서 느끼는 쾌적함 또는 쾌적함을 느끼는 장소)는 상실되고 원주민에게 불편하고 불안함을 초래하여 이주를 결정하기도 한다.
그러나 ‘신당동’은 2∼3대를 이어 살고 있는 원주민들의 증언처럼 아직은 ‘그리 변하지 않은 동네’다. 아직도 좁은 골목길이 미로처럼 엮여 있고, 곳곳에 중·소형 공장과 상점들이 밀집되어 있다.
이러한 ‘신당동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시로 담기위한 <신당동 시간매핑>, <로그인 신당> 연구는 사료(史料)에만 의존하기보다 원주민의 기억과 증언을 바탕으로 진행되었다.
특히 <로그인 신당> 릴레이 인터뷰는 꽃집, 떡집, 식당, 양복점, 동네슈퍼, 철학원, 봉제공장, 목공소, 대장간, 재봉틀 대여점, 오토바이 수리점 등 신당동에서 생활과 생업에 종사하고 있는 총20곳 27명을 대상으로 진행되었다.
이번전시는 척박했지만 담담하게 한 길을 묵묵히 걸어 온 생업장인들의 다양한 ‘일터’와 관련된 이야기를 담아, 그동안 잘 알지 못했던 신당동의 역사를 바로 알리고자 한다. 그리고 역사성과 장소성이 배재된 채 인위적 도심재개발로 표류하고 사라지는 원주민들의 기억과 바람이 관람객들의 공감대를 얻어 현실에 반영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다.
- 허·허·담·담 (虛許譚澹) : 신당동 사람들의 욕심 없는 담백한 이야기
서울 중심에 자리한 중구는 인구유입의 유리한 지역조건으로 대형 상업 지구를 품고 있다. 그로인해 파생된 다양한 직종의 종사자들은 곳곳에 포진해 지역의 이색적인 역사를 만들어 왔다.
특히 ‘신당동’은 조선시대부터 그 유래를 찾을 수 있는 지역으로 농기구, 훈련도감 납품용 무기, 무당촌 무속인을 위한 주술용품 등을 제작하던 대장간(풀무재:대장간 거리)이 19세기 후반 100여개 이상 성업했으며, 6.25전쟁 이후 60∼70년대 전후(戰後) 복구를 위한 건축업 호황으로 철근 구조물과 기구를 제작하며 불야성을 이루던 곳이었다.
그러나 현재 3곳의 대장간이 안타까운 명맥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충남공작소>를 운영하고 있는 김종계(65세) 대표는 17살에 대장기술을 배워 50여 년간 같은 일에 종사하고 있지만, 후계자 없는 대장간의 오늘을 안타까워한다. 그가 사용하던 수십 년 된 모루와 망치, 그리고 불가마에서 벌겋게 달궈진 쇠붙이를 두들겨 만든 완성품들을 이번 전시를 통해 만날 수 있다.
75년째 같은 자리에서 철물점(1대), 액자·거울 점포(2대)를 거쳐 현재 화원(2∼3대)으로 운영 중인 <서울 꽃 화원>의 2대 김인남(70세) 대표는 신당동의 산 증인이다. 목욕탕이 성업하던 시대 개수통을 만들어 돈을 번 후, 상을 만들어 중국에 팔고, 6.25 이후 주둔한 미군들을 위해 가족사진을 품고 다닐 수 있는 액자를 만들어 대량납품 했다. 이후 동대문 쇼핑몰 인테리어 업체 하청으로 거울이나 유리를 납품했고, 지금의 화원에 이르고 있다. 꽃집을 하는 이유에 대해 그는 “태어나면서부터 세상을 떠나는 날까지 꽃은 사람들에게 늘 필요하죠. 그래서 망하지 않는 사업입니다.”라고 말한다. 소소하지만 시대의 흐름을 읽어가며 사업을 번창시킨 사업주의 지혜가 3대째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물로 가족사진과 1대 창업주가 60여 년 전부터 사용하던 송곳·망치·대패와 함께 오래된 증명서 등이 전시된다.
현재 신당동의 대표적 산업은 봉제업이다. 대부분 동대문 쇼핑몰 납품용으로 제작되며 소규모부터 대규모까지, 패턴·샘플제작부터 대량제작까지, 때로는 한 땀 한 땀 손으로, 때로는 재봉틀로, 여름에는 겨울옷을 그리고 겨울에는 여름옷을 만드는 종사자들이 곳곳에 있다. 그로 인해 파생되는 업종은 재봉틀 수리 및 판매, 부자재(실, 지퍼, 단추 등) 판매, 자수 및 나염뿐만 아니라, 24시간 안에 제품을 완성하기 위한 이동수단용 오토바이 개조 및 판매점 등이 밀집되어 있다.
특히 무학빌딩에는 40여개의 봉제공장이 입주해 있으며 대부분 열악한 환경에서도 서로 도와가며 10∼40년간 종사하고 있다. 그중 <명성어패럴>은 가족이 13년째 운영 중으로 무학빌딩 봉제공장 중 가장 규모가 크다. 디자인이 넘어오면 패턴제작, 원단 재단, 재봉, 완성, 마무리까지 하루면 납품이 가능하다.
그리고 의류제조업의 또 한명의 장인이 있다. <YB샘플> 대표 김용복(54세)이 바로 그다. 20대 유명 디자이너 숍에서 옷 만드는 일을 시작해 35년간 옷을 제작하고 있다. 30년 전에는 층층시하에서 맞아가며 옷 만드는 법을 배웠다고 한다. 옛날에는 다 그렇게 배웠다고 말하는 그는, 그때 배운 사람들은 모두 장인이라고 말한다. 유명 디자이너의 숍에서 일을 배우고 독립해 압구정에서 신당동으로 옮긴지 10년이 되었다.
예전에는 주로 제일평화시장에 납품용 의류 샘플을 제작했고, 15년 전에는 일본에 다니는 보따리 장사들의 주문의류를 제작했다. 현재는 대기업에서 요청한 샘플을 만들면 공장에서 대량으로 제작한다. 어쩌면 그의 손에서 탄생한 옷을 지금 내가 입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역시도 후계자가 없는 대장간의 어두운 그림자를 토로한 김종계씨처럼, 요즘 젊은이들이 옷 만드는 기술보다 디자이너로만 빠지거나 중국의 위협을 걱정하고 있다.
“옛날에는 한 땀 한 땀 손으로 떠서 옷을 만들어 거의 작품이었죠. 양장점에서 만든 옷은 장인이 만든 명품이었는데 그런 것들이 사라지니 아쉽습니다.”
봉제업 종사들에게 가위는 장인의 제2의 손으로 중요한 작업도구다. 무직했던 가위는 수십 년간 주인의 손 기름을 먹어 아기살처럼 매끄럽게 변했으며, 날 세우기를 반복해 크기는 반으로 줄었다. 그리고 전시를 통해 그 가위와 도구, 의류들을 볼 수 있다.
충무아트홀 앞 퇴계로 대로변에는 목공예사와 화공약품사가 모여 있는데, 대부분 을지로에서 일하다가 월세가 저렴한 신당동으로 독립한 업체들이 많다. 25년 가까이 <금강공예사>를 운영 중인 정일기(49세) 대표는 기계보다는 다양한 문양을 조각도로 깎아 완성하는 장인이다. 어떤 주문이든 제작이 가능하다는 그의 자신감처럼 손끝에서 탄생한 목공예품들은 감탄사가 절로 나오게 한다. 이번전시에는 그가 직접 만든 조각도와 각종 문양의 목공예품이 전시된다.
그리고 7년 전 목공예 작가로 전직해 2009년부터 2013년까지 4차례의 개인전을 갖은 진홍범(45세)은 신당동 토박이로 현재 <진홍범 공작소>를 운영 중이다. 고가구의 현대화를 추구하는 그가 만든 가구들은 선 하나에도 소홀함이 없이 서정적이다. 그래서 낯설지 않다. 이번전시에는 책상과 의자와 함께 유머 넘치는 동물조각들이 전시된다.
신당동을 대표하는 산업과 그곳에 종사하는 ‘생업장인’들이 주인공이 된 이번 전시를 통해 새롭게 그려진 신당동의 지도를 눈으로 마음으로 만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