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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ULTURE

국립창극단 세계거장시리즈 2 <안드레이서반의 다른 춘향>


“새롭지 않으면 서반이 아니다.”


                                                                      
세계적 연출가 안드레이 서반과 변신의 귀재 국립창극단의 만남.

 

창극 <안드레이 서반의 다른 춘향>


◆ 타자의 눈으로 새롭게 그린 창극! 새로움을 위한 세계거장시리즈!

◆ 혁신의 대명사 안드레이 서반, 놀랍게 공감할 수 있는 오늘의 창극을 만들다

◆ 판소리는 그대로, 연기는 오늘날로! 전통과 현대의 완벽한 공존

◆ 아주 다른 차원의 인간으로 태어나는 춘향, 그 고결함이 아름답다

공연명

국립창극단 세계거장시리즈 2

<안드레이 서반의 다른 춘향>

일시

2014.11.20.(목)~12.6.(토)

평일 8pm, 주말 3pm (월 공연 없음)

장소

달오름극장

주요 제작진

각색·연출·조명컨셉디자인 안드레이 서반(Andrei Serban)

드라마투르그·협력연출 다니엘라 디마(Daniela Dim)

무대·의상디자인 앙카 루페스(Anka Lupes)

음악감독 이태백 작창 및 소리지도 유수정

영상디자인 신성환 안무 안은미 윤색 안재승

주요 출연진

춘향 민은경·정은혜·이소연

몽룡 이광복·김준수 월매 김금미·박애리

방자 유수정·조유아 변학도 김학용·최용석

관람료

R 5만원, S 3만5천원, A 2만원

관람연령

만 12세 이상

소요시간

2시간 20분 예정(중간휴식 20분 포함)

자막

영어 자막 제공

예매

국립극장 02-2280-4114~6 www.ntok.go.kr

국립극장(극장장 안호상)의 국립창극단(예술감독 김성녀)이 오는 11월 20일(목)부터 12월 6일(토)까지 창극 <안드레이 서반의 다른 춘향>을 달오름극장에 올린다. 

독일의 저명한 오페라 연출가 아힘 프라이어의 <수궁가>(2011)에 이은 두 번째 ‘세계거장시리즈’다. 이번에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영국 로열 오페라하우스 등 세계무대에서 활약 중인 루마니아 출신 재미 연출가 안드레이 서반(Andrei Serban, 1943년생)이 연출을 맡았다. 

연극과 오페라를 넘나들며 대담하고 혁신적인 연출을 선보여온 그의 눈으로 바라본, 이전에는 없던 색다른 춘향전을 올린다.

서양 연출가는 춘향을 어떻게 바라볼까? 

공연의 제목처럼 그가 바라보는 춘향은 우리가 생각하는 춘향과 ‘다르다’. 그는 기존의 몽룡과 춘향의 사랑이야기가 아닌, 사랑이라는 이상을 지키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 불의에 맞서 싸우는 ‘춘향’이라는 한 인물에게 초점을 맞췄다. 춘향은 이상(理想)이 사라져버린 오늘날, 우리가 놓쳐서는 안 되는 소중한 가치인 사랑을 지키는 영웅이라고 말한다. 몽룡은 고위관직자의 아들로, 클럽에도 즐겨가는 요즘 대학생 캐릭터로 설정하였고, 춘향과 몽룡을 이어주는 역할의 향단은 아예 등장하지 않는다. 가난한 처지의 춘향에게 비서가 있다는 설정이 현실적이지 않기 때문. 전형성을 거부하는 그답게 다양한 춘향을 보여주기 위해 국립창극단의 젊은 주역 민은경, 정은혜, 이소연이 트리플로 춘향을 연기한다. 또한 춘향전의 감초 역할로 국립창극단 대선배 유수정이 여자방자를 연기한다. 이런 인물 설정과 함께 대사, 연기, 의상 또한 완전 현대적이다. 이처럼 주제나 캐릭터의 설정은 아예 새롭지만 판소리는 원형을 그대로 유지하여 춘향가의 눈대목인 ‘사랑가’, ‘쑥대머리' 등 많은 노래가 그대로 불린다.(단, 극중 고어(古語)투의 판소리들은 자막을 통해 현대어로 소개)

안드레이 서반은 스승 피터 브룩의 권유로, 춘향 연출을 결심할 당시 단 하나의 조건으로 해오름극장(1563석)이 아닌 달오름극장(512석)을 내걸었다. 

그가 대극장에 비해 3분의 1밖에 안 되는 크기의 중극장을 선택한 이유는 관객과 무대 사이의 긴밀한 소통을 중시하기 때문. 무대에는 검은 철골 구조 틀을 세워 모래와 물을 가득 채울 예정이다. 자연과 인공을 대비시키는 간결하고 현대적인 무대로, 그가 매 작품마다 새로운 공간 활용을 선보여온 만큼 기대되는 부분이다. 안드레이 서반이 콕 집어 선택한 안무가 안은미와의 작업도 주목할 만하다. 

틀을 깨는 일, 재미를 찾는 일에 둘째가라면 서러운 두 사람이 만난 것! 

두 사람의 시너지가 어떠할지도 이번 공연의 주요 관람 포인트 중 하나다. 특히 그가 가장 신경 쓰는 부분 중 하나는 공연 내내 투사되는 영상이다. 그는 영상을 또 하나의 언어로서 적극 활용할 예정이다. 예를 들면,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오늘날의 ‘현실’과 달리 동시에 영상으로는 ‘전통’을 이야기하며 관객들로 하여금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주는 것. 

이번 작업은 아힘 프라이어 연출의 <수궁가> 때보다 한 발짝 더 나아간다. 당시 대본 작업과 협력 연출을 국립창극단 단원이 맡았던 데에 비해 이번 공연에서는 안드레이 서반의 협력자이자 부인인 다니엘라 디마(Daniela Dima)가 드라마투르그 및 협력 연출의 역할을 맡았다. 

지금 현재 <안드레이 서반의 다른 춘향> 연습실에서 창극에 대해 던지는 질문의 폭은 매우 전방위적이며, 그동안 창극을 가둬온 틀과 편견에 마주하게 하고 있다. 이 작품을 기대하지 않을 수 없는, 가장 본질적인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 공연 자세히 보기


하나 만들면 20년 정도 공연되는 선구적 연출가

1943년생으로 20세기의 종지부를 찍던 1999년‘20세기 최고의 연출가’로 칭송받은 안드레이 서반. 

그는 1968년 연출가 데뷔 이래 지금까지 연극과 오페라를 넘나들며 혁신과 파격을 주 무기로 세계 관객을 매료시켜왔다. 1984년 그가 세계적 오페라하우스인 런던의 로열오페라하우스에서 플라시도 도밍고를 캐스팅해 초연한 <투란도트>는 지난 2013-2014 가을 시즌까지 무려 30년간 공연되었고, 프랑스 파리 바스티유 오페라극장에서 1995년 연출한 <람메르무어의 루치아>는 기존 오페라 팬들의 엄청난 반발 속에 초연된 이래 지난해까지 공연되며 전 세계 관객을 사로잡았다. 

한국 관객도 그의 무대에 매료된 바 있다. 1997년 그가 한국을 포함한 다국적 배우 21명과 함께 세계연극제에서 선보인 연극 <트로이의 여인들>은 “세계를 보고 말문 막힌 한국 연극계”라는 한국 언론의 극찬 속에 잊지 못할 강렬함을 선사했었다. 무엇보다 이 작품은 1974년 뉴욕 라마마극장에서 초연한 것을 리바이벌한 것이었다. 이처럼 세월이 무색하게 격찬 받는 그의 작품은 그가 얼마나 앞서 있는 연출가인가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 극장들 말고도 2014년 현재 세계적 오페라하우스들은 그의 작품 올리기에 여념이 없었다. 오스트리아 비엔나의 슈타츠오퍼에서는 그의 연출작인 오페라 <마농>이, 파리 국립 오페라에서는 <알제리의 이탈리아 여인>이 올라갔다. 그의 조국인 루마니아의 이아시 국립오페라는 <트로이의 여인들>과 <인도의 우아한 나라들>을 선택했다. 안드레이 서반의 작품은 항상 세계무대에서 공연 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몽룡은 믿을 수가 없다! 그래서 ‘다른’ 춘향이 가능하다!

이런 안드레이 서반이 대한민국에서 가장 다양한 장르로, 가장 자주, 가장 변화무쌍하게 태어나는 춘향의 이야기와 노래를 우리가 전혀 상상해보지 않았던 새로운 해석과 방식으로 과감하게 바꾼다. 

‘혁신’의 대명사이자 선입견에서 자유로운‘타자(他者)’이기에 가능한, 그래서 안드레이 서반의‘다른’ 춘향이다. 연출가는 “춘향은 우리와 같은 범주의 인간이 아니다. 이상(理想)도, 영웅도 없는 시대, 춘향은 ‘사랑’이라는 이상적 가치를 지키기 위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맞서 싸우는 영웅이다”고 말한다. 

연출가는 몽룡은 믿지 않는다. 고관대작의 아들로서, 자신보다 신분이 낮은 여인과 비공개로 사랑을 하다가 자신의 이해관계 때문에 이별을 요구한 이 젊은이는 필히 그녀를 잊어버렸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안드레이 서반이 주목하는 지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이처럼 신뢰할 수 없는 상대임에도 불구하고 춘향은 어찌 그리 충실하게 사랑할 수 있을까? 바로 연출가에게 춘향은 이몽룡이라는 인물보다는 ‘사랑’이라고 하는 절대적 가치를 믿는 존재다.

그래서 우리가 알고 있는 춘향의 해피엔딩은 비틀어진다. 몽룡은 오지 않았을 수도 있다, 춘향이 백발이 될 때까지. 춘향은 절대 가치를 믿는 이상적 존재로서 그 때문에 시련을 겪는 비극의 주인공으로 재탄생한다. 마치 그리스비극의 안티고네처럼. 이런 해석은 연출가의 공연관에서 기인하는 측면도 크다. 그는 “폭력과 잔혹이 현대적 연극의 필수조건으로 여겨지는 요즈음, 이상적 존재인 춘향을 부각시킴으로써 관객이 인간을 긍정하게 만드는 것이 공연의 큰 역할”이라고 말한다.


춘향가 눈대목은 그대로, 대사는 완전히 현대적

주제는 이처럼 새롭지만 판소리는 오롯하게 즐길 수 있다. <안드레이 서반의 다른 춘향>에서 판소리‘춘향가’의 눈대목인 ‘사랑가’,‘십장가’,‘쑥대머리’, ‘갈까부다’를 포함해 많은 노래가 그대로, 제대로 불린다. 그런 반면 대사와 연기는 완전히 현대적이다. 

“이전의 춘향과 같을 것이라면 내가 연출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동안의 창극 작품들과 매우 다른 새로운 양상의 공연을 만들어 오늘날과 소통할 것”이라는 연출가의 포부대로, 그는 요즘 관객과 소통할 수 있는 오늘날의 언어를 사용한다. 

작품의 설정도 당연히 바뀌었다. 몽룡은 정부 요직에 있는 ‘영감님’의 자제로, 검사를 꿈꾸는 대학생이고, 향단이는 아예 없다. 은퇴한 월매의 주머니 사정상 향단이를 부릴 수 없어 내보낸 것. 이런 가운데 극중 불리는 고어(古語) 투의 판소리 가사들은 자막을 통해 우리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현대어로 소개된다. 현대적 연기와 고전적 판소리의 배치를 통해 관객은 춘향의 이야기를 오늘날의 것으로 받아들이는 한편, 세계가 인정한 인류의 문화유산인 판소리의 소중한 가치를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자유로운 해석에 걸맞은 독창적 시각화

무대는 간결하고 모던하다(디자인 앙카 루페스(Anka Lupes)). 

검정색 톤의 차가운 철골구조의 틀 속에 모래와 물이 가득하다. 인공물과 자연물의 대비인 셈. 특히 영상은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한다(디자인 및 촬영 신성환). 실황 혹은 사전에 촬영된 다양한 영상이 공연 내내 무대 뒤 스크린에 투사되는데 영상 속은 ‘전통’이고 무대 위는 오늘날의 현실이다. 예를 들어, 영상 속 춘향과 몽룡이 한복을 입고 벗고 사랑을 나눈다면, 무대 위 몽룡은 노트북을 사용하는 요즘 젊은이다. 이처럼 영상은 무대 위 극 행동과 묘하게 어우러지면 관객의 시선을 확장시키는 역할을 하면서 새로운 감흥을 선사한다.

움직임도 매우 중요하다. 

특히 <안드레이 서반의 다른 춘향>의 안무는 2013년 서반이 이번 작업을 하기로 결심했을 때부터 이 사람과 같이 하게 해달라고 콕 집어 말한 안무가 안은미가 맡았다. 틀을 깨는 일, 재미를 추구하는 일에 있어 둘째가라면 서러운 두 사람이 만난 것! 안은미는 창극 배우들이 움직임을 오늘날의 것으로 만드는 일부터 군무까지를 연출가와 협력해 창조하고 있다. 국경과 나이를 초월해 발산된 두 사람의 시너지가 어떠할지도 이번 공연의 주요 관람 포인트 중 하나다.


각자 주역은 해왔지만 제대로 맞붙기는 처음! 입단동기 3인방.

그냥 춘향도 아니고 ‘다른’ 춘향은 국립창극단의 젊은 주역인 민은경(1982년생), 정은혜(1984년생), 이소연(1984년생)이 트리플로 연기한다. 

한국인의 고정관념에서는 ‘절대(?!)’ 춘향을 할 수 없었던 민은경과 정은혜는 생애 최초의 춘향 역을 맡아 각자의 해석이 부각되는 춘향을 찾아가고 있고, 노란 저고리와 진분홍 치마의 전통적 춘향 역에 제격이었던 이소연도 일생일대의 변신을 시도한다. 무려 3명의 춘향을 선택한 것은 “다른 문화권에서 온 연출가로서 내 춘향이 구체적으로 어떤 이미지를 가져야 할지에 대해서 찾고 있는 중”이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전형성을 거부하는 그의 스타일로서도 자연스러운 선택이다. 

연출가는 세 배우가 어떤 춘향을 보여줄지 상상하지 않는다 했다. 상상하면 흥미가 떨어지므로. 대신 그는 “매 순간 배우의 새로운 모습에 놀라기를 바랄 뿐”이라고 했다. 

보는 사람으로서 더욱 흥미진진한 것은 춘향 세 명이 입단 동기라는 점이다. 민은경은 <서편제>의 어린 송화와 <장화홍련>의 홍련, 정은혜는 <메디아>의 메디아와 <단테의 신곡>의 베아트리체, 이소연은 <배비장전>의 애랑과 <변강쇠 점 찍고 옹녀>의 옹녀 등으로 각기 뚜렷한 존재감을 형성해왔다. 처음으로 같은 역을 맡게 된 세 사람이 펼치고 있는 지금 이 선의의 경쟁은 분명 ‘다른’ 춘향을 보는 재미를 배가시킬 것이다.


■ 연출가 안드레이 서반(Andrei Serban)이 최고의 연출가인 이유

“제가 받은 가장 소중한 찬사는,

제 연극을 아주 많이 보신 관객이 해준 말입니다.

‘팸플릿에 당신 이름이 나와 있지 않았더라면,

저는 당신이 연출한 작품인 줄 전혀 몰랐을 겁니다.

완전히 달랐어요.‘

정말 듣기 좋은 말이었습니다.“

발군의 연출력! 세계적 연극인들이 알아보다!

1943년 루마니아에서 태어났다. “커튼 뒤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을 참지 못해 1961년부터 1968년까지 루마니아 부쿠레슈티 예술학교(Theatrical and Cinematographic Art Institute in Bucharest)에서 공부했고, 학교를 졸업하던 해인 1968년 연극 <줄리어스 시저>로 루마니아 관객을 충격에 빠뜨렸다(훗날 서반은 이 작품을 “가장 대담했던 작품”이라 말하기도 했다). 그는 일본 가부키 무대의 대표적 특징인 하나미찌[花道, 객석을 건너질러 만든 등·퇴장로]를 사용하면서 프로시니엄 무대의 전통을 깼고, 시저의 죽음을 가부키와 매우 유사한 슬로우 모션으로 표현하는 등 연극 강국 루마니아 연극계가 상상치 못하는 연출력을 보여주었다.

이런 그를 1969년 미국 전위 공연예술의 성지인 뉴욕 라마마극단(La MaMa E.T.C.) 엘렌 스튜어트(Ellen Stewart) 대표가 미국으로 초청한다. 그리고 이듬해인 1970년 미국 데뷔작인 <Arden-Ubu> 개막일 밤 현대 연극의 거장 피터 브룩(Peter Brook)의 눈에 단번에 띄어 1971년 피터 브룩이 파리에서 창설한 그 유명한 국제연극연구소(Centre International de Recherches Theatrales, 약칭 CIRT)에 합류하게 된다. 이후부터 그는 미국 라마마극단을 근거지로 프랑스, 루마니아, 영국 등 세계 공연예술의 중심지에서 연극과 오페라(오페라 연출은 1980년부터 시작)를 넘나들며 극장과 관객이 가장 사랑하는 최고의 연출가로 활약한다. 이런 그에게 20세기의 마지막 해인 1999년 보스턴 연극비평가협회(Boston Theater Critics Association)는 최고 권위의 비평가 엘리엇 노튼의 이름으로 딴 엘리엇 노튼 어워드(Elliot Norton Award)에서 ‘지속가능한 탁월함에 수여하는 노튼상(Norton Prize for Sustained Excellence)을 안긴다.


시대를 앞지르는 혁신성! 20년 전 작품도 오늘날 세계무대에서 각광

그가 세계적 명성을 갖게 된 이유는 대담하고 실험적인 연출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며 그것이 관객의 사랑을 받게끔 했다는 것이다. 작품을 통해 살펴보자. 1984년 그가 런던의 로열오페라하우스에서 올린 <투란도트>는 지난 시즌까지 공연되며 그가 연출한 서정적 스타일의 작품 중 가장 장수했다. 초연 당시 플라시도 도밍고가 칼라프 왕자 역을 맡았고, 투란도트 역은 귀네스 존스, 안무는 훗날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안무로 유명해진 케이트 플랫이 맡았다. 이 작품은 중국의 건축과 경극에서 영감을 받은 창의적인 연출로 관객에게 환상 세계로의 문을 열어주었다. 로열오페라하우스는 지난해 이 “황홀한” 작품의 15번째 레퍼토리 공연 실황을 DVD와 블루레이로 제작해 현재 판매 중이다. 한 연출가의 작품이 세계 유수의 오페라 극장에서 사반세기 넘게 공연되고 또 영상으로도 사랑받는다는 것은, 그 생명력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새삼 놀라움을 준다.

프랑스 파리 바스티유 오페라극장에서 1995년에 초연해 지난해까지 레퍼토리로 공연된 그의 오페라 <람메르무어의 루치아>도 주목할 만하다. 루치아를 신경증으로 병원에 입원한 정신병자로 묘사한 이 작품은 ‘잔인하다’는 이유로 그가 파리에서 연출한 10여 편의 오페라 중 가장 심하게 기존 오페라 팬들의 반발을 샀다. 하지만 작품은 대성공을 거두었고 오늘날까지 세계적 무대에서 관객과 소통했다.


한 나라 공연계를 뒤흔들다, 그것도 리바이벌로

1997년 매우 큰 규모로 개최되었던 대한민국 세계연극제에서 공연했던 연극 <트로이의 여인들>은 국내 관객에게 처음 서반이 소개된 작품이라 특기할 만하다. 이 작품은 원래 서반이 1974년 뉴욕 라마마극장에서 초연한 것을 20년이 훨씬 지난 1997년 뉴욕 라마마극단과 한국 동랑레퍼토리극단의 합작으로 미국, 캐나다, 이탈리아, 터키, 중국, 일본의 배우 21명과 함께 한국의 드라마센터에서 리바이벌한 것이다. 한국의 국악인 박윤초(대명창인 만정 김소희의 딸) 씨가 트로이의 여왕 헤카베 역을 열연했는데, 당시 국내 평단은 “단순히 체모까지 드러낸 누드를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배우의 몸에서 뿜어내는 철철 넘치는 기와 원시적 에너지로 무대와 객석을 가득 메웠다”고 극찬했다. 25년 전 연출한 작품으로 이렇게 한 나라의 공연계를 들썩거리게 했다는 것은 그의 혁신성이 얼마나 시대를 앞서 있는 것인가를 여실히 보여준다.

그가 두 번째로 한국 관객과 만난 작품도 대단했다. 국립극장의 초청으로 2013년 5월 그가 연출한 루마니아 클루지 헝가리어 극단 제작의 연극 <크라이스 앤 위스퍼스>가 해오름극장 무대 위에서 공연되었다. 세계적 명성의 영화감독 고 잉그마르 베르히만의 동명 영화를 바탕으로 한 이 연극은 나체의 여배우들, 날카로운 유리조각으로의 자해 등이 가득한 만 19세 미만 관람불가 무대로, 세 자매의 불안하고 절망적인 내면을 섬세하게 파헤치며 놀라움을 선사했다. 연극평론가 이경미는 “그 어떤 해체적 실험에도 불구하고 절대 놓쳐서는 안 되는 연극의 본원성을 보여주는, 전혀 새로운 <크라이스 앤 위스퍼스>다.”라고 극찬했고, 언론은 “원작 영화의 몽환성 뛰어넘는 강렬한 생동감에 박수를” 쳐야 한다고 평가했다.


관객을 즐겁게 해주면서 연출가의 의도를 전달해야 한다!

서반은 자신의 주요 공연 사진을 모아 간단한 코멘트와 함께 발간한 서적 『나의 여행들-오페라 편(My Journeys-Opera)』에서 이렇게 말한 말한다. “오페라의 리허설 중 가장 오래 걸리는 부분은 굳어진 오랜 습관과 참신한 태도 사이의 협상 단계이다. 보이지 않는 적은 진부한 오페라 전통에 있다.” 오페라와 같은 음악극인 창극 연출에 있어서 서반의 태도도 확실하다. 그는 “이전의 춘향과 다르지 않을 것이라면 내가 연출할 이유는 없다”며 창극에 대한 고정관념과 정면으로 맞설 것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그는 관객을 최우선에 둔다. “사실 젊은 시절 나는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는 일은 깊이와 진중함이 떨어진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다. 연극이나 오페라에서나 우리는 사람들을 즐겁게 해야 한다.” 지루함이 진지한 것으로 강요되는 무대에 실망한 적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말에 공감할 것이다. 특히 그는 첫 작품부터 대중적 성공을 맛본 연출가이고 연출을 거듭할수록 관객의 환호를 받았다. 이런 성공이 가능했던 이유는 그가 대중을 즐겁게 해줌과 동시에 연출가로서의 의도를 드러내는 데 집중하고 그 방식을 집요할 정도로 새롭게 해왔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루마니아 비평가 조르지 바누(George Banu)는 “어디에서 공연하건 그의 연극은 논란을 부추기는 것이 아니라 기쁨을 주었고, 조롱이 아닌 충만함을 느끼게 했으며 냉소적이지 않고 신뢰를 불러일으키는 연극이었고, 그에 대한 화답으로 박수를 받았다”고 했다.

혹자는 오로지 ‘어려운 공연을 즐기는 마니아’만이 그에게 환호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는 “연극의 숙제는 연극을 보러 가는 일이 꼭 필요한 경험이고, 전체 지역 사회에 필수적인 사회적 행위가 되도록 하는 것이다. 이는 손쉬운 연극의 대중화로 얻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연극을 관객의 취향에 맞춘다고 얻어지는 것도 아니며, 엘리트들의 기대나 기준에 연극을 제한해서 얻어질 수 있는 것 역시 아니다. 그러한 연극은 오직 연극을 개혁의 가능성으로 보는 모든 지역 사회 주민들에게 봉사하려는 자세로 새로운 관객을 키워감으로써만 창조할 수 있다.”는 국제연극연구소의 창단 선언문에 매우 충실히 복무하고 있다. 그의 앞선 연출은 곧 관객이 돈과 시간을 투자해 꼭 보고 싶은 무대를 위한 것이다.


“안드레이라고 부르시고요, 저와 대화해주세요.”

잘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까탈스럽고 괴팍할 것으로 오해받기도 하는 안드레이 서반은 격의없고, 천진하면서도 유쾌한 연출가이다. 지인들로부터 “영원한 젊음의 소유자”라는 평가를 받는데, 이런 성격에다가 “함께 작업하는 팀 전체를 극적인 경험을 매개로 하나로 아우르는 자석 같은, 전염성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국립창극단과도 마찬가지다. 그는 평생 판소리 ‘춘향가’의 노래를 잘 부를 수 있도록 반복 연마하는 것이 책무였던 창극단 단원들과 마주한 첫 연습에서 “나와 대화해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춘향에 대한 해석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했다. 세계의 거장이 대화해달라는 말에 갸우뚱하기도 했던 배우들은 곧 춘향 이야기를 어떻게 하면 오늘날의 관객과 소통하는 이야기, 특별히 대사를 어떻게 하면 요새의 말로 바꿀지에 대해 질릴 정도로 서로, 그리고 연출과 끈질긴 토론 시간을 가졌다. 기생이 오늘날로 하면 어떤 직업이냐, 사또를 어느 정도 직책으로 바꾸면 되겠냐, 이 대사는 오늘날의 말로 바꾸면 어떤 것이냐 등등 그간 창극 연습실에서는 흔치 않았던 매우 열린 대화가 오고갔고, 그런 과정에서 연출가와 창극단 배우 사이에 이 작품에 대한, 이 작품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끈끈한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바로 그 결과물이 이번에 선보이는 <안드레이 서반의 다른 춘향>이라고 할 수 있다.


■ 줄거리

명예훼손과 반역죄로 철창신세가 된 춘향

정치인 아버지를 따라 남원에 내려온 대학생 이몽룡은 광한루에서 꽃처럼 아름다운 성춘향을 보고 첫눈에 반한다. 몽룡은 춘향의 집을 찾아가 그녀의 어머니 월매에게 춘향과의 결혼을 허락해달라고 매달린다. 연금을 받아 생계를 이어가던 월매에게 춘향과 몽룡의 결혼은 신분상승의 기회! 딸이 자신처럼 버림받을까 한편으로 망설이던 월매는 몽룡에 대한 춘향의 마음을 확인한 후 둘의 결혼을 허락한다. 꿈같은 시간도 잠시, 몽룡은 정부 요직으로 발령을 받은 아버지를 따라 서울로 떠나게 된다.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는 서약과 징표를 나눈 몽룡과 춘향은 아쉬운 이별을 하게 된다. 호색한으로 유명한 신임 시장 변학도는 춘향에게 이몽룡을 잊고 자신의 애인이 되라 강요한다. 하지만 춘향은 변학도의 협박과 폭력에 굴하지 않고 끝까지 몽룡에 대한 정절을 지킨다.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변학도는 자신의 권력을 이용하여, 명예훼손과 반역죄를 이유로 춘향을 감옥에 가둔다.

서울로 간 몽룡은 춘향을 잊고 학업에 매진해 검사가 되고, 아버지를 등에 업고 출세가도를 달린다. 몽룡은 부패 정치인을 내사하던 중 춘향의 소식을 듣고, 신분을 위장한 채 남원으로 내려온다. 방자를 통해 춘향의 비참한 상황을 듣게 된 몽룡은 월매를 만나러 간다. 월매는 초라한 행색으로 나타난 몽룡을 보고 크게 실망한다. 춘향에게 허락된 유일한 면회일인 크리스마스. 몽룡은 차디찬 감옥에서 시들어가고 있는 춘향과 재회한다.

변학도의 생일 파티 겸 출판기념회가 열리는 날. 이날은 춘향의 선고공판일이기도 하다. 화려한 파티가 벌어지는 가운데, 초대받지 않은 손님 몽룡이 초라한 행색으로 파티장에 들어선다...


■ 주요 스태프 소개

드라마투르그・협력연출 다니엘라 디마(Daniela Dima)

판소리 ‘춘향가’의 사설을 받고 안드레이 서반과 협업하여 작품 방향을 잡고 이후 현재까지 ‘다른’ 춘향의 방향 만들기에 매진 중이다. 1962년생. 루마니아 부쿠레슈티 연극원에서 연극・영화・TV 연출을 전공했다. 졸업 후 1987년에 몰리에르, 골도니, 카라지알레 등의 작품을 루마니아 여러 극장에서 무대에 올렸다. 부쿠레슈티 국립극장에서도 작품을 상연했고, 1990년부터 안드레이 서반이 이 극장 총감독으로 일하게 되면서 그와 협력을 시작해 조연출 혹은 드라마투르그, 공동 각색자 등으로 협력을 시작했다. 서반의 대표작 중 하나인 <그리스 삼부작>의 고대 합창단원 역을 맡기도 했다. 유쾌하면서도 치열한 이 연출가의 공연 외 시간까지 책임지는 아내이기도 하다. 이번 공연 이후에는 헝가리 극작가 몰나르의 <릴리옴>의 공동 번역 및 각색으로 서반과 협력할 예정이다.


무대・의상 디자인 앙카 루페스(Anka Lupes)

뉴욕에서 무대 및 의상 디자이너로 활동 중이다. 건축학 교육을 받은 후 뉴욕대학교에서 무대・의상 디자인 석사학위를 땄다. 2007~2009 아츠/시어터 커뮤니케이션 그룹/포드재단 펠로십 국가기부금 대상자로 선정되었다. 최근에는 워싱턴 국립교향악단 <라 트라비아타>의 무대・의상 디자인, <워 호스>의 연출가 톰 모리스가 의욕적으로 이끌고 있는 영국 브리스톨 올드빅 극장의 <세비야의 이발사> 의상 디자인, <한여름 밤의 꿈> 무대 디자인(클래시컬 시어터 오브 할렘), <마리 앙투아네트> 의상 디자인(뉴욕 소호 레퍼토리 시어터), <헨리 4세> 무대 디자인(버지니아 셰익스피어 페스티벌) 등을 했다.


작창 및 소리지도 유수정

현재 국립창극단의 소리꾼 중 입단 년도로나 나이로나 가장 선배이다. 만정 김소희 선생과 안숙선 등 대명창들에게서 판소리 ‘춘향가’를 사사했다. 이번 공연에서 창극단 입단 이래 최초로 작창을 맡았다. 창극에서 작창은 웬만한 공력이 아니면 맡지 않는 것이 예의로 여겨지는 매우 중요한 역할이다. 소리 자체도 잘 해야 하지만 그 이면(裏面)을 속속들이 잘 파악하고 있어야 하는 것. 그동안 국립창극단에서 유수정은 출연자 중 가장 소리를 잘하는 사람이 맡는 ‘도창’ 역을 주로 해왔고, 연기력도 뛰어나 <춘향전>의 춘향, <논개>의 논개, <심청가>의 심청 등 주역들을 연기해왔다. 이런 경험들을 바탕으로 드디어 이번에 작창을 맡은 것이다. 무엇보다 연출가 안드레이 서반은 이번 창극단과의 만남에서 아주 열린 모습으로 적극적으로 임하는 그녀에게 홀딱 반해버렸다. 최초의 작창에 더해 최초로 여자 방자를 연기하기도 한다.


영상디자인 신성환

미디어 아트와 공연 영상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는 디자이너.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조소학과를 졸업했고, 독일과 스위스에서 뉴미디어를 공부했다. 다양한 개인전, 그룹전을 통해 미디어 아트 작가로서 탄탄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으며, 공연 영상 디자이너로서 무대예술 후학들을 양성하는 역할에도 열심이다. <안드레이 서반의 다른 춘향>은 촬영 영상, 라이브 영상, CG영상 등 다양한 영상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디자이너는 다양한 경험과 도전정신으로 이 새로운 작업에 임하고 있다. 2000년 뉴-프론티어 공모전 특선, 2007년 뉴욕 아트페스티벌 공로상, 2011년 SeMA 신진작가 전시지원 및 포항 아트페스티벌 특별상 수상의 경력이 있고, 2008년 스위스에서 IKES(Informations- und Koordinationsstelle ERASMUS Schweiz) 장학금을 받았다. 그가 영상을 디자인한 공연으로 국립오페라단의 <돈 조반니>, <박정자의 19 그리고 80>, 2012년 각종 연극상을 휩쓴 <과부들> 등이 있다.


안무 안은미

한 번 만나면 절대로 잊을 수 없는 강렬한 비주얼의 소유자. 한 번 보고 나면 절대 잊히지 않는 무용을 만드는 파격적 안무력의 소유자. 국립창극단과의 첫 작업에서도 이 안무가의 놀라운 능력을 새삼 확인할 수 있다. 그는 ‘창극스러운 몸짓’에 익숙해있는 배우들에게서 특유의 카리스마와 친화력을 무기로 새로운 움직임을 뽑아내는 중이다. 1988년 2월 안은미컴퍼니를 창단한 이후 현재까지 미국, 프랑스 등 세계를 무대로 활동 중인데, 몸으로 표현되는 섬세하고 특별한 언어, 신비한 색감, 역동적인 에너지, 유머를 특징으로 하는 그녀의 춤은 한국 전통의 경계를 넘어 세계와 소통한다. 그렇기에 연출가 안드레이 서반은 그녀와의 협력을 전제하다시피 하며 이번 창극의 연출을 맡았다. 두 사람의 호흡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최근 들어 이 안무가는 <조상님께 바치는 댄스(땐스?)> 등 일반인과 함께하는 춤 작업을 펼치며 팍팍한 일상에서 갇혀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춤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전파하고 있다.


윤색 안재승

<안드레이 서반의 다른 춘향>이 오늘의 말을 할 수 있게 만드는 일등공신. 창작뮤지컬의 대부 윤호진의 조연출이자 극작가로 활동 중이다. 외국인 연출가, 그것도 현대의 관객과 소통하는 데 방점을 찍은 연출가의 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말 만들기’를 담당하고 있다. 연출과 배우들이 원하는 대사는 그의 손끝을 통해 현대적이면서도 연극적인 언어로 옷을 갈아입었다. 2009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희곡 부문에 <청구서>로 당선되었고, 2013년 서울문화재단의 남산예술센터 상주 극작가로 선발되었다.

*참고자료 Andrei Serban 『My Journeys-Theatre』 Romanian Cultural Institute Publishing House, Bucha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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