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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숫자 놀음에 의료를 희생시키지 마라

2020년 7월 30일

- 우리가 공공이다 #3. 숫자 4000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 의대’ 설립에 관한 안이 국회 통과를 눈앞에 두고 있다. ‘공공 의료의 정상화’라는 보기 좋은 가치를 내세웠지만 그럴듯한 허울뿐인 이 법안은, 10여 년간 3,000명의 ‘지역의사’ 및 1,000명의 전문 의과학자 양성과 공공의대의 신설을 골자로 하고 있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이 발의가 얼마나 허구적인 환상 위에 세워진 것인지 알 수 있다. 지역 의료에 의무적으로 종사할 ‘지역의사’의 종사 기간 10년에는 전공의와 전문의 수련기간이 포함된다. 작금의 지역 의료인력 부족 현상이 30년 넘게 곪아온 잘못된 보험수가 및 의료전달 체계의 끔찍한 산물임을 고려하면 이 ‘지역의사’들이 의무 복무가 끝나면 더 이상 지역 의료를 위해 남지 않으리라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이들이 독립된 전문의로서 지역 의료만을 위해 일할 기간은 길어야 5년 안팎인 것이다. 정년까지 남은 30년, 이들은 공공의료에 대한 기여보다 여섯 배는 큰 의료 불균형과 쏠림을 야기할 것이다. 장학금 지원 등 결국 세금으로 양성될 인력이라면 더 조심스럽고 면밀한 열린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 

1,000명의 전문인력 및 의과학자 양성에 관한 법안도 마찬가지이다. 의무 복무라는 최소한의 제약도 없는 이 법안에서 기대하는 것은 무엇인가? 구체적인 의무도, 이들이 가져올 영향에 대한 고찰도 없이 내건 전문인력 양성은 허명일 뿐, 장밋빛 미래를 가져오지는 않는다. 의사를 더 양성하면 많은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발상은 완전히 오류이다. 근례로, 전국적인 감염병 사태가 과연 의사가 더 많았다면 오지 않았을 재난이었을까? 우리 모두 그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다. 제대로 된 초동 대처를 하지 못한 미숙한 행정과 소통의 부재, 일방적 명령체계와 현장의 어긋남이 만든 난국인 것이다. 인력의 문제가 아니다.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의료에도 바로 선 체계가 필요하다. 이쯤 되어서는 과연 이 법안들의 진의가 정말 ‘공공 의료 살리기’에 있기나 한지 되묻고 싶다. 다른 명목으로 숨기고 포장한 ‘의사 수 늘리기’ 정책일 뿐이 아닌가?

현장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하려는 노력도, 현안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고찰하려는 최소한의 책임 있는 노력도 없이 무작정 발의된 이 법안들은 무지와 몰이해의 산물이라고밖에 표현할 길이 없다. 근시안적인 정책이 가져올 여파에 대한 고려 없이 일시적으로 의대 정원을 확대할 뿐인 이 제안을 서둘러 통과시키려는데 다른 저의가 있지는 않은지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허울로 점철된 이 법안들의 철회를, 우리는 전문가로서 강력히 반대한다. 어설픈 계획과 잘못된 정책이 그 취지를 이루기는커녕 많은 국민에게 피해를 입혀 온 광경을 이미 우리는 목도해 왔다. 온 나라가 아직까지 코로나 사태로 힘겨워하는 지금, 정부와 국회가 다시 한번 현장 전문가의 말을 무시하는 과오를 범하지 않기를 촉구한다.


2020년 7월 30일
대한전공의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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