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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세 번째 젊은의사 단체행동에 앞서

2020년 8월 17일


미세먼지 없는 깨끗한 공기를 위해서는 환경전문가의 조언을 들어야 했고, 부동산 가격의 안정을 위해서는 경제전문가의 의견을 들어야 했듯이, 국민에게 좋은 의료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의사의 이야기를 들어보아야 합니다. 

지금까지 정부는 단순히 대한의사협회 지도부의 정치성향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의사의 목소리에 귀를 막은 채 위험한 의료정책을 마구잡이로 쏟아 내었습니다. 국민 건강과 환자 생명을 담보로 한 정부의 정치 논리와 숫자 놀이 앞에 저희 또한 무기력하고 두려움을 느낍니다. 하지만 더 이상은 보고만 있을 수 없었습니다. 비겁하게 침묵할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저희 젊은 의사들이 용기 내어 단체행동을 시작했습니다.

이미 지난 8월 7일과 14일 두 번에 걸쳐 수만 명의 젊은 의사들이 진료실을 나와 광장에서 한목소리를 냈습니다. 하지만 거대한 정부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각종 언론 공작으로 손발을 묶고 입을 막으려 합니다. 양쪽 귀를 틀어막고 달려가는 폭주기관차가 세계 최고 수준의 대한민국 의료를 짓밟기 전에 멈추지 못하면 대화라도 해야겠다는 절박함으로 저희 젊은 의사들은 세 번째 단체행동을 시작하려 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인구 천 명당 의사 수가 전 세계 최고인 쿠바와 그리스를 보면, 숫자를 늘리는 것이 해답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매년 수천 명의 의사가 공중보건의사로 3년간 의무복무하는 전 세계 유례없는 제도를 가진 우리나라에서, 지역 의료의 가장 큰 문제는 숫자로 해결할 수 없음을 우리는 이미 옛날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산부인과 전문의가 매년 백 명 넘게 늘어나는데도 매년 수십 개의 분만실이 적자를 못 이겨 문을 닫는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그런데도 산부인과 의사 수가 문제라고 이야기한다면, 분만실에 지원할 돈은 없지만, 생리통 완화 목적의 한방첩약에 돈을 쏟아붓겠다고 한다면 이것은 가치판단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성과 비이성의 싸움입니다. 

어제도, 그제도 우리는 환자 곁에서 밤을 지새우며 보냈습니다. “Do no harm, 환자에게 해를 끼치지 말라”는 원칙을 수도 없이 되뇌며 긴 시간을 버텨온 지친 청춘들입니다. 무엇보다 365일 24시간 지켜온 대한민국 의료 현장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처절하게 알고 있는 젊은 의사들입니다. 그런 젊은 의사들이 이제 정부의 독선 가득한 질주를 올바른 방향으로 바꾸기 위해 8월 23일부터 기한 없이 병원을 떠나겠다고 이야기합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환자 곁을 지켰던 사람은 정부 인사도 국회의원도 아닌, 저희 젊은 의사들이었습니다. 의학 외에 아무것도 모르던 저희가 정부의 독선 아래 대한민국 의료가 망가지는 것을 막으러 청진기 대신 피켓을 들고 나섰습니다. 저희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생사의 고비에 선 환자 곁을 지킬 수 있도록, 제발 진정성 있는 대화의 장을 열어 주십시오.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대화를 해달라는 젊은 의사들의 진심 어린 목소리를 외면하지 말아 주십시오. 올바른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를 위해 모든 것을 걸고 나선 저희들의 고달픈 용기를 무참히 꺾지 말아 주십시오. 정부와의 진정성 있는 대화가 이루어지는 순간, 저희 젊은 의사들은 온 힘을 모아 정부의 정책 전문가들과 함께 다방면의 활발한 논의를 거칠 것입니다. 그리고 이로써 더욱 효율적이고 안전한 대한민국 의료를 만들기 위해 힘껏 노력할 것을 국민 여러분께 약속드립니다. 대한민국 의료를 바로 잡기 위해 저희 젊은 의사들이 용기 내어 한 발 더 나서겠습니다. 그리고 다시 곧 제자리로 돌아오겠습니다. 저희가 옳은 방향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손을 잡아 주십시오.

죄송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2020년 8월 17일 현장에서,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 박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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