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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

뇌의 비밀을 밝히는 뉴런 백과사전: 앨런 연구소, 빅뉴런 프로젝트 시작

KISTI 미리안 『글로벌동향브리핑』 2015-04-02


 세계 최대의 뉴런 구조 카탈로그(catalogue of neuronal structures)를 구축하기 위한 야심 찬 계획이 시작되었다. 3월 31일 앨런 뇌과학연구소(워싱턴주 시애틀 소재)에서 발표된 「빅뉴런 프로젝트(BigNeuron project)」는 `과학자들이 인간의 뇌를 자극하고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이 프로젝트를 계기로 하여 신경과학자들은 「뉴런을 어떻게 분류할 것인가」라는 근본적 문제(때로는 감정적 문제)와 씨름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때는 바야흐로 「거대 규모의 두뇌연구 프로젝트 시대(era of the mega-scale brain initiative)」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럽의 인간두뇌프로젝트(Human Brain Project)는 슈퍼컴퓨터로 인간의 두뇌를 모델링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미국의 브레인 이니셔티브(BRAIN Initiative)는 뉴런의 네트워크가 협동하여 인간의 생각과 행동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밝혀내는 것을 희망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프로젝트에는 어이없는 맹점이 하나 있으니, `연구 대상의 기본적인 사항`조차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두뇌 속에 있는 뉴런의 가짓수가 몇 개인지조차 아직 모르고 있는 실정"이라고 컬럼비아 대학교의 라파엘 유스테 교수(신경과학)는 말했다.

「빅뉴런 프로젝트」는 초파리, 제브라피시, 마우스, 인간 등 다양한 종(種)들을 대상으로 하여 수만 개의 개별 뉴런들을 기술(記述)하고, 현미경으로나 들여다볼 수 있는 미세한 데이터로부터 개별 뉴런의 세부형태에 관한 정보를 뽑아내는 최고의 컴퓨터 알고리즘을 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후자(後者)는 매우 까다롭고 오류가 발생하기 쉬운 과정으로 정평이 나 있다.

뉴런의 행동을 정확하게 모델링하려면, 먼저 뉴런의 형태를 세부적으로 기술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뉴런의 기하학적 구조를 알면, 그들이 전기 및 화학 신호를 이용하여 정보를 처리하고 전달하는 과정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빅뉴런 프로젝트」가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방식으로 시작한다고 생각하면 오해다. 뉴런의 유형을 기술하려는 시도는 1800년대로 거슬러올라간다. 스페인의 신경해부학자 산티아고 라몬 이 카할은 현미경으로 본 뉴런의 형태를 그림으로 그렸다. 성상뉴런(Stellate neuron)이라는 이름은 별 모양으로 생겼다는 데서 유래하며, 피라미드 뉴런(pyramidal neuron)이라는 이름은 끝이 뾰족한 세포체에서 유래한다. 하지만 이 같은 정의(定義)는 수억 개(마우스의 경우) 내지 수백억 개(인간의 경우)의 다양한 뇌신경에서 극히 지엽말단적인 특징을 포착한 것에 불과하다. "뇌 안에는 너무 많은 뉴런들이 존재하고 있으며, 우리가 채취한 샘플은 그야말로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 「빅뉴런 프로젝트」를 이끄는 앨런 연구소의 펑 한추안 박사는 말했다.

지금까지 카탈로그에 실을 뉴런의 수를 늘리는 데 있어서 최대의 걸림돌은, 현미경으로 얻은 수십 만 개의 2차원 현미경 이미지 뭉치에서 3차원 구조를 얻어내는 것이었다. 뉴런들은 때로 획 돌아서거나 비비 꼬이거나 서로 뒤엉키기도 한다. 따라서 모든 뉴런을 추적하는 것은 매우 까다로운데, 그건 -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 인간이나 기계나 마찬가지다. 간단한 뉴런 하나를 수동으로 재구성하는 데만도 며칠이 걸리며, 좀 복잡한 뉴런을 재구성하려면 몇 달이 걸릴 수도 있다. 그럼 컴퓨터는 어떨까? 컴퓨터가 뉴런을 추적하는 방식은 인간과 달라, 어떤 컴퓨터는 복잡한 문제를 단 몇 시간 안에 해치운다. 하지만 컴퓨터의 성공은 궁극적으로 입력 데이터의 품질과 실험조건에 달려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수천 개의 뉴런을 특징짓기 위한 첫 번째 단계로, 「빅뉴런 프로젝트」는 특정 작업에 알맞은 알고리즘이 무엇인지 알아내려고 한다. 향후 몇 달 동안, 「빅뉴런 프로젝트」는 코드 개발자들에게 의뢰하여 최고의 재구성 알고리즘을 제공받는 한편, 신경과학자들에게는 이미징 데이터를 제공받을 예정이다. 그런 다음에는, 슈퍼컴퓨터에서 (프로그램 개발자들이 보낸) 알고리즘을 돌려 (신경과학자들이 보낸) 이미징 데이터를 직접 처리해볼 생각이다. 이렇게 하여 재구성된 뉴런의 모습들은 서로 비교될 것이며, 가능하다면 인간의 뉴런과도 비교될 것이다. 이상의 과정에서 사용된 알고리즘과 데이터들은 모두 온라인을 통해 공개될 것이다.

「인간두뇌프로젝트」, 웰컴트러스트, 자넬리아팜 연구캠퍼스 등 거물급 연구기관들이 「빅뉴런 프로젝트」와 관련된 모임과 워크숍을 후원하겠다고 나섰다. 오크리지 국립연구소와 로런스 버클리 국립연구소도 「인간두뇌프로젝트」와 손을 잡고 슈퍼컴퓨팅 자원을 제공할 것으로 알려졌다. 앨런 연구소측은 「인간두뇌프로젝트」 수행에 소요되는 비용을 공식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있다.

「빅뉴런 프로젝트」의 관계자들은 2016년이 되면 뉴런의 형태(neuron morphologies)에 대한 방대한 데이터베이스(주석 포함)가 구축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유스테 교수는 「빅뉴런 프로젝트」가 새로운 논란을 키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것은 `신경세포 유형 간의 경계선을 어디에 그을 것인가?`라는 문제다. 현재 일부 뉴런에 대해서는 연구자들의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예컨대 샹들리에 세포(chandelier cell)에 대해서는 이견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없지만, 고전적 개념인 피라미드 세포(대뇌피질의 80%를 차지하고 있음)를 포함하여 일부 뉴런에 대해서는 의견이 일치하지 않고 있다. 일부 학자들은 피라미드 세포가 다양한 뉴런들을 총칭한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반해, 어뗜 학자들은 다소 이질적인 세포들을 포괄하는 단일유형이라고 보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뉴런을 분류하는 데는 자존심 문제도 걸려 있다. "많은 세포유형들은 발견자의 이름을 따서 명명되었기 때문에, 어떤 연구자들은 이 문제를 감정적 차원에서 접근하기도 한다"고 유스테는 말했다. 유스테에 의하면, 신경분류학의 가장 큰 문제점은 역사적 배경에 있다고 한다. 즉, 과거의 연구자들은 현미경으로 본 이미지를 주관적·정성적으로 기술하는데 의존했는데, 그것이 오늘날에 와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는 것이다. "영상화 기술과 자동화 분석알고리즘이 발달함에 따라, 오늘날의 과학자들은 뉴런을 좀 더 자세히 정량적으로 분류할 수 있게 되었다"고 유스테는 덧붙였다.

"장담컨대, 이제 곧 듣도 보도 못했던 뉴런이 탄생할 것이며, 지금껏 우리가 알고 있었던 뉴런이 한방에 훅 가는 일도 벌어질 것"이라고 유스테는 말했다.

※ 출처: Nature 520, 13–14 (02 April 2015) doi:10.1038/520013a

http://www.nature.com/news/neuron-encyclopaedia-fires-up-to-reveal-brain-secrets-1.17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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