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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우리나라는 메르스에 왜 취약했고, 지금은 무엇이 변했나?

메르스 사태 이후 변화를 짚어본다.


이 종 구
서울의대 이종욱글로벌의학센터 센터장 

메르스 이후 지카 바이러스에 의한 국제보건위기상황이 다시 발생하였는데 국제사회는 어떻게 대처하고 있고, 그중 WHO의 역할은 무엇이며, 2015년 합동조사단(WHO Joint Mission)은 제대로 역할을 한 것인가? 

초기 우리나라가 진단을 지연한 것은 이 질병을 경험해 본 사람이 없었다는 점에서 그 대비에 대해 질책을 할 수 있었다. 특히 2014년 한국인의 사망 시 좀 더 적극적인 조사로 필요한 조치를 취했어야 했는데 못 했다는 점에서 말이다. 따라서 정부가 WHO에 역학조사관을 파견해서 정보를 신속히 알고자 하는 개선안은 매우 적절한 방안이다. 우리는 WHO의 역할을 잘 알고 있는가? 2015년 5월 20일 환자가 확진되어 조사가 시행될 무렵 이미 이웃 중국으로 접촉자가 출국했다는 것이 알려졌다. WHO는 국제보건협약(International Health Regulation)에 따라 조사 권리를 들어 우리나라에 와서 합동조사를 실시하였다. 그러나 문제의 대처는 당사국 일이므로 괴리가 발생한다. 책임도 없고 비현실적일 수 있다. 과학적 지식을 창출하는 기관도, 문제를 해결하는 기관도 아니므로 조사만 하고 지원 없는 대안을 제시하거나 이미 다하고 있는 것을 재탕하는 것이 사실이다. 빌게이츠는 의료상설예비군을 나토에 두자고도 했었다. 최근 미국은 나름대로 국제보건안보구상(Global Health Security Agenda)을 만들어 양자 외교로 보건위기상황에 대처하고 우리나라에 CDC 직원을 파견하여 자문도 했다. 한편 미국 국립과학한림원(National Science of Academy)은 중립적 견지에서 그래도 WHO가 이 일을 맡아서 하여야 한다고 하면서 국제 사회는 매년 신종감염병에 대비하여 45억 불 정도를 만들어서 저소득국을 도와야 한다고 했다. 지카 바이러스 이후에도 보건위기 상황은 앞으로 수없이 생긴다. 따라서 우리의 역량을 키우는 것이 핵심이고 사전에 충분한 현지조사-감염병 취약 국가나 유출 가능성 있는 국가-능력을 키우는 대책이 더 필요하다. 

지카 바이러스 사례를 보더라도 지역 1차 의료기관, 2차 병원은 1년 전과 변함없이 전염병에 대한 대비가 아직 안 되어 있다. WHO는 메르스 확산 요인으로 한국의 관습적인 ‘닥터쇼핑’을 예로 들었다. 이 문제 해결에는 지속적 노력이 필요한가? 

환자를 처음 대면하는 의사는 결국 일차 의료를 담당하는 내과, 소아과, 가정의학과 등 개업한 의사들이다. 이들에 대한 철저한 환자 감시 활동, 신고와 보고, 지역사회 관리는 아직 시일을 요하는 것 같다. 일차 의료에서 대부분 진단을 못 내리고 큰 병원으로 간다. 질병의 자연사를 보면 이해가 된다. 그러나 이 부분은 사스를 겪었던 대만, 홍콩 사례에서 보듯 일차 의료 역할을 대폭 강화해야 하는데 하루 7-80명 환자를 보아야 하는 우리나라 상황에서 일상적 발열 환자를 조기에 유입질환과 감별진단이 쉽지 않다. 충분히 병력으로 알아낼 수 있는 시간 소요에 대한 수가가 이 문제를 해결한다. 병력청취수가가 하나의 방법이다. 이를 주치의 제도와 연계하는 것도 생각해볼 만하다. 책임성 있는 진료가 이루어진다면 많은 부분이 해결된다. 의료계는 보건소를 원인 미상 열성환자 진료소로 업무를 분장하자고 하는데 다소 좋은 방법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보건의료 위기나 대유행시 한시적으로 가능할 수 있지만, 첫 대면 일차의료의 주치의 기능을 정착시키고 이송병원에 충분한 가능성을 알리고 환자를 치료하는 체계가 정상일 것이다. 의원과 병원, 또 병원 간 이송에서 서로 정보를 잘 제공해야 하는데 환자가 알아서 응급실에 가 누워버리면 준비되지 않은 병원은 또다시 메르스와 같은 일을 또 당하게 될 것이다. 진료의뢰서에 충분한 정보를 담고 이에 대한 충분한 보상, 병원 간 정보교환을 강제화하는 것이 될 것이다. 병원에 원인 미상 열성환자를 위한 격리 진료 공간을 확보하라고 하는 것도 무리가 있다. 대학병원 응급실은 그 병원에 다니던 환자가 나빠져서 오는 경우가 많고 신환자로 찾아오는 경우는 많지 않아서 선투자하고 적자를 보라고 이야기하는 꼴이다. 감염예방 시설과 인력의 배치는 새로운 예산이 소요되는데 결핵관리처럼 국가나 나서서 투자해야 한다. 원인미상 발열질환을 관리하는 집중감시 병원과 SARI(Severe Acute Respiratory Infection)체계 구축에 예산을 쓰고 이런 병원으로 환자가 이송되도록 해야 한다. 

메르스는 다른 호흡기 질환과 증상이 비슷해 초기 대응이 제대로 안 되었다. 이러한 전염병을 막는 데는 초기에 정확한 진단을 내리는 것만큼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정확한 ‘역학조사’이다. 메르스 사태의 초기에 진단, 역학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는데, 문제 됐던 점들은 개선되었나? 

초기 병원 감염을 놓친 것은 메르스 환자의 접촉감염 의심을 진료접촉 2m 이내, 시간공유 2시간 이상으로 정한 것인데 지금도 세계 어느 나라에도 이런 기준은 없었다. 이런 기준을 적용한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모르는 것에 대한 접근과 사후 처리에 대한 자세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그동안 역학조사는 공보의 중심으로 짜여 있어서 나름대로 한계는 있었으나 어느 정도 전문성도 있었다. 그러나 교육훈련으로 얻어진 지식과 기술이 내부 역량으로 축적되지 못한 것은 단기 공중보건의사에만 집중한 탓이기도 하지만 역학조사와 이 문제를 다루는 과가 분리되었던 탓이기도 하다. 이 문제는 해결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식의 축적을 위한 지속적 교육체계는 미흡하다. 선배 역학조사관이 후배를 지도 관리하는 내부 교육체계는 미흡하고 또한 역학 조사관을 인구 20만 명당 1명을 권장하고 있는 GHSA 기준으로 보면 아직 전체 수에서 부족해 보인다. 지금의 중앙 정부 중심의 운영체계도 조사의 양적이나 질을 문제로 보면 많은 부분을 지방으로 이관시켜 현장 교육을 중심으로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초기 역학조사가 미흡한 점은 있었으나 우리는 이번에 다른 나라가 가질 수 없었던 과학적 근거를 많이 모았다. 현장에서 열심히 노력한 일선 조사요원과 각 학회의 지원 덕일 것이다. 이를 공중보건에 적용하기 위한 고민을 더 해야 한다. 환자와 접촉자 격리 기간, 안전 격리 간격과 시설의 개보수 기준, 의심부터 환자 확진까지의 관리체계 등은 이러한 역학적 증거 위에서 새로 써져야 한다. 가습기 피해 원인조사와 달리 법에 없다고 조사와 대책 마련에 주저하는 사이 유행이 확산된 이번 경험을 반면교사로 생각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2009년 신종플루 이후 인수공통감염병을 포함한 감염병 연구에 전 부처가 수천억을 쏟아부었지만, 메르스를 막지 못했다. 우리나라에서 전염병 관련 연구의 한계는 무엇이며 개선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 

‘연구비에 비해서 대책이 없었던 것이 문제이다’로 정의하면 연구를 더 집중화하지 못했다는 것으로 결론 내릴 수 있다. 즉 메르스 생기면 다음 해는 메르스 연구, 에볼라 연구는 에볼라 유입 이후, 인플루엔자는 인플루엔자 유행 이후 이런 식으로 뒤따라가는 연구는 새로운 질병이 생길 경우에 대비한 대책을 만들 수 없다. 사실 어떤 질환이 유행할 것이란 예측이 거의 불가능하다. 매번 다른 감염병이 유행하여 학자 간 나누어먹기식, 칸막이식 연구행정은 현장에서 필요한 제품, 중개연구, 기초 연구의 거버넌스가 제대로 작동되지 못한 탓이다. 현장에서 무엇이 필요한지도 잘 모르고 요소 기술만 같다고 붙여 놓은 제품(예 : 동물질병 진단용 PCR)을 쓰라고 하는 것이 문제였고, 반면에 안전성, 유효성에 대한 자료가 없는 상태에서도 제품을 쓸 수 있는 위기 대응 절차와 최소한의 법령도 없어서 문제가 되었다. 미래를 예측하여 연구, 그 기반이 되는 연구를 해야 하는데 이것이 부족했다. 

전염병을 막으려면 아무래도 가장 중요한 것이 공항 검역일 것 같다. 최근 에볼라 바이러스에 지카 바이러스까지 막아야 할 전염병도 늘고 있다. 공항 검역과정의 문제점과 앞으로 보완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 
감염병의 특성에서 대부분 검역 당시 무증상일 경우가 많다. 에볼라가 그렇고 메르스도 그렇다. 따라서 사전 현장 파악과 교육, 홍보가 중요하고 검역이 검역질문서 청구로 일이 완성된 것이 아니라 여행력을 따로 물어보지 않더라도 여행정보를 자동으로 파악해 낼 수 있도록 항공사, 여행사를 연계하여 정보가 실시간 파악되도록 해야 한다(미국의 경우). 발열자, 설사자 등에 각종 질병과 지역별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교육 공간을 공항 밖이 아닌 안에 부스를 만들고 적극적으로 제공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고 미국 CDC와 같은 여행정보 책자도 발간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메르스는 선진국에서 발병한 사례로 다른 나라들이 이해 못 하는 측면이 많이 있어서 알고 싶어 한다. 그 중에도 정보의 투명한 공유, 지역 병원과 보건소, 광역자치단체와 중앙정부 간 감염병 관리 거버넌스도 문제라고 했다. 새로운 감염병 관리법은 오히려 이러한 혼란을 가중시키는 개악으로 표현되는데 이들 대책은 있는가? 

우선 지역 질병관리본부 설립을 권장하고 예산을 중앙 정부가 지원하고 있어서 곧 지역 대응 체계가 돌아갈 것이다. 그러나 중앙의 EOC처럼 광역 EOC도 있어야 하고 보건소의 현장 대응반도 있어야 한다. 특히 현장 대응반과 광역 EOC간의 정보공유와 소통도 중요하다. 광역자치단체의 자치구와 행정구의 정치적 성향이 다름으로 인한 지휘 혼란 상황도 뉴욕시나 동경시처럼 지역을 몇 개로 나누어서 통합 관리하고 수시로 훈련한다면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질병관리본부 신속 대응팀 파견은 자치단체와 갈등이 커질 소지가 많은데 파견기준과 절차, 역할에 대하여 법령 체계를 다시 정비하고 관리에 중요한 정보를 신속히 공유해서 공동 대처를 해야 한다. 중앙정부 혼자서 다 책임지는 시대는 지났다. 같이 노력해야 감염병 위기를 관리해 나갈 수 있다. 이런 면에서 공중보건 위기관리를 위한 공중보건기본법이나 공중보건위기관리법 같은 특별법 제정도 검토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의과학에 관한 소통이 필요하다. 보도자료를 내는 것보다 PHWR에 과학적 조사결과를 신속하게 제공하는 것이 의료계와 소통하는 것이고, 연구결과를 투명하게 공유하는 것을 학술단체는 바라고 있다 

**참고문헌 
이종구 긴급한 감염병 발생과 한국의 보건의료체계, 건강보장정책, 건강보겅정책연구원, 제14권 제2호 2015년 12월 : 9-30 쪽 
이종구, 박미정, "감염병 예방 및 확산방지 법제와 국가의 책임", Health care 법제의발전 방안, 2015년도 한국과학기술법학회 연차학술대회 심포지움, 2015.9 : 
Gates, Bill. The next epidemic-lessons from Ebola.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372.15 (2015): 1381-1384. 
Peter Sands, M.P.A., Carmen Mundaca-Shah, M.D., Dr.P.H., and Victor J. Dzau, M.D. N Engl J Med 2016; 374:1281-1287 

출처 ; 대한의학회 E-Newsletter No. 73 (2016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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