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선방호는 국제기준에 따라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중
조 건 우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책임연구원
우리나라의 방사선방호 관리 체계는 원자력 이용에 따른 방사선의 위험으로부터 공공의 안전과 환경을 보전하기 위한 목적으로 방사선방호에 대한 법적·제도적 요건들과 동 요건들의 현장 이행 규제 관리를 위한 정부 조직으로 구성되어 있다.
우리나라의 방사선방호에 대한 법적·제도적 요건들은 「원자력안전법」과 「생활주변방사선안전관리법」 등에 규정되어 있으며, 정부조직으로서는 원자력 및 방사선 안전규제를 전담하는 독립적 행정기관으로 설립된 원자력안전위원회(NSSC)와 안전규제전문기관인 원자력안전기술원(KINS)으로 조직되어 있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 모든 나라의 방사선방호에 대한 법적·제도적 요건들은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의 방사선방호 권고(ICRP 103 (2007))에 근거하고 있다. 따라서, ICRP 방사선방호 권고의 역사적 흐름과 현재의 동향을 살펴봄으로써, 방사선방호 관리 체계의 양대 축 중의 하나인 법적·제도적 요건들의 미래 발전 방향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ICRP 방사선방호 체계는 1895년에 렌트겐이 엑스선을 최초로 발견한 이후 의료분야에서의 방사선 이용이 급격히 증가했었던 약 30년 동안의 기간이 지난 이후인 1928년에 이르러서야 국제엑스선및라듐위원회(IXRPC)가 방사선방호 권고를 처음으로 제시하면서 생겨났다. 즉 19세기 말에 인류가 방사선의 존재에 대해서 알기 시작한 직후에 방사선은 인체에 대한 영상을 얻기 위한 의료 목적으로 주로 활용되었고, 1950년에 현재의 이름인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란 이름을 갖게 된 IXRPC는 의사 또는 간호사와 같은 의료계 종사자에게서 종종 나타났던 심각한 피부 손상과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하는 국제 의료계의 요청에 의해 방사선방호 권고를 최초로 만들었던 것이다.
1928년 권고의 핵심 내용은 의료시설에 종사하는 엑스선과 라듐을 취급하는 종사자들의 방사선방호에 집중해서 "과도한 방사선피폭의 위험성은 적절한 방호 조치들을 통해 방지될 수 있다"라는 해로운 피부손상을 방지하고자 하는 권고였다. 그 당시에는 방사선피폭으로 인한 건강 영향의 종류는 일정한 선량값 즉 발단선량값(문턱선량값 또는 역치) 아래에서는 해로운 영향이 나타나지 않는 특성을 지닌 결정론적 영향만이 알려져 있었고, 방사선방호는 해로운 영향이 나타나는 것을 방지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였다.
1950년대에 이르러서 방사선피폭의 영향에 대한 우려가 방사선작업종사자뿐만 아니라 일반인 및 환자들에게까지도 확산되었다. 이러한 우려의 확산은 원자력 및 방사선의 이용이 원자력에너지 발전 등으로 다양하게 확대된 것과 방사선생물학과 역학 등 학문의 발전에 따른 동물실험 결과로 확인된 유전적 영향의 존재 확인, 원폭생존자 및 방사선사 집단에서 나타나는 뚜렷한 백혈병의 증가 추세 등에 주로 기인했으며 이러한 경향은 ICRP의 방사선방호 체계 변화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이러한 유전적 영향과 암 발생은 선량에 선형적으로 비례하여 그 리스크가 증가하는 확률적 영향인 것으로 이해되었고, 낮은 선량에서도 그러한 리스크가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또한 없다고 무시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따라서 해로운 영향의 발생 즉, 결정론적 영향의 발생을 방지하는 것으로 충분했던 ICRP 방사선방호 체계는 이제 확률적 영향의 발생 가능성을 가능한 한 낮게 관리하는 쪽으로 변화하게 되었다.
그 결과 1965년에 발간한 ICRP Pub. 9 권고에서 최초로 확률적 영향은 발단치가 없다는 점과 낮은 선량에서는 선량-영향 관계에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하였고, 1977년에 발간한 ICRP Pub. 26 권고에서 최초로 현재 우리가 적용하고 있는 것과 동일한 세 가지 방사선방호 원칙 즉, 정당화, 최적화 및 선량한도의 원칙이 담긴 방사선방호 체계를 구축하게 되었다. 이후 1991년에 발간한 ICRP Pub. 60 에서는 방사선의 이용이 가져다주는 경제적 이득과 방사선방호로부터 얻어지는 건강 이득 사이의 균형과 조화 문제에 보다 집중하였고 또한 서서히 인간뿐만 아니라 식물과 동물 등 자연환경에 대한 방사선방호 등으로 방사선방호의 대상과 영역을 넓혀갔다.
그 이후 최근에는 1986년에 발생한 체르노빌 원전 사고, 2001년에 발생한 미국 세계무역센터에 대한 테러, 2011년의 후쿠시마 원전 사고 그리고 과거 핵무기 개발 과정에서 방사능으로 심각하게 오염된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인간과 환경의 피폭, 라돈 등과 같은 자연방사선에 의한 상당한 양의 방사선피폭 등을 ICRP 방사선방호 체계가 적절하고 충분히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은 방사선방호 체계 진보에 중대한 도전 과제가 되었고, 그 결과 ICRP 방사선방호 체계는 방사선원에 대한 관리가 적절히 이루어질 수 없는 상황과 방사선피폭이 복잡한 사회적 이슈들과 결부된 상황들을 보다 더 잘 다루기 위한 방향으로 집중해서 발전하게 된다. 그 결과 2007년에 발간한 ICRP Pub. 103 권고에서는 계획피폭상황 이외에 별도로 기존피폭상황과 비상피폭상황을 새로이 도입해서 설정하였고 이러한 추가된 피폭상황들에서 모든 이해당사자들의 견해와 우려를 고려하는 것이 강조되는 방호를 제공할 수 있는 방사선방호 권고를 제시하게 되며, 이는 사고 후 피폭상황에서 이해당사자들이 의사결정 과정에 적극 참여해서 자기 스스로와 가족을 위해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방사선방호 관점에서 가장 적절한 행동인가를 알게 되고, 그에 따라 방호 조치를 스스로 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ICRP Pub. 111에서 강조하게 된다.
이와 같이 국제 방사선방호 권고는 20세기 초에 의료시설에 종사하는 의료진들에게서의 결정론적인 영향 발생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태어나서 점차 원전 등과 같은 원자력 및 방사선 시설에서의 종사자와 일반인, 환자, 식물 및 동물과 같은 자연환경 방호 등으로 그 영역을 점차 넓혀 왔고, 21세기 초인 지금은 라돈 등과 같은 천연 기원 자연방사선에 의한 방사선피폭과 원자력 시설에서의 사고로 인해 초래되는 일반인들의 방사선피폭에 대한 방사선방호에 그 초점이 맞추어지고 있다.
이러한 ICRP 방사선방호 권고의 동향은 의료분야에서 주목되는 최근의 한 예로서 IAEA와 WHO가 공동으로 주최해서 2012년 12월 독일 본에서 77개국 530여 명이 참가해서 열린 의료방사선방호국제컨퍼런스에서 채택한 “Bonn Call-for-Action”에 잘 반영되어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방사선방호에 대한 법적·제도적 요건들도 이와 같은 국제적인 흐름에 맞추어서 향후 지속적으로 발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한다.
출처 ; 대한의학회 E-Newsletter No. 73 (2016년 6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