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중재치료의 새로운 흐름
이 덕 희
대한신경중재치료의학회 학술이사 / 울산의대 영상의학
서론
신경중재(neurointervention)라는 용어는 다양한 신경계 질환을 두개골이나 척추골 절개 없이 영상 유도(image guidance)하에서 경피적으로 접근하여 치료하는 행위를 말하며, 신경중재치료의학은 그에 대한 진료와 연구를 수행하는 다학제 임상의학의 한 분야이다. 이때 사용될 수 있는 영상장치로는 X선 투시조영장치, CT, MRI, 초음파영상장치 등 다양한 방법이 있으며, 투시조영장치가 가장 보편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척추를 포함한 신경계의 다양한 질환이 치료 대상이 되며, 그 적응증은 점점 확대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를 보면, 신경중재치료의 대표적인 대상 질환의 하나인 뇌동맥류 색전술(cerebral aneurysm embolization)이 2015년 한 해만 7,555건이 실시되었는데, 2010년도에는 4,656건이었던 점을 고려해보면 실로 놀라운 증가세이다. 더불어 아래에 기술할 여러 다양한 질환들의 치료에 있어서도 역시 그 역할이 커지고 있어, 그 성장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 대표적인 질환과 시술법에 대해서 간단히 소개해 본다.
뇌동맥류 혈관내중재시술(endovascular intervention for cerebral aneurysms)
90년대 중반 분리형색전코일(detachable embolization coil)이 개발되면서, 클립을 이용한 결찰술과 함께 뇌동맥류 치료의 대표적인 방법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X선을 이용한 투시하에서 미세도관(microcatheter)을 동맥류 내에 위치시키고 코일을 삽입하여 적절하게 위치한 경우 분리하고, 그림과 같이 동맥류가 완전히 폐색될 때까지 여러 개의 코일을 삽입하는 방법으로 치료하게 되며, 동맥류 목이 넓어서 코일이 안정적으로 삽입되지 않는 경우 모혈관에 스텐트를 설치하는 방법을 사용할 수 있어, 그 적응증이 점점 더 넓어지고 있다. 최근 혈류전환술(flow diversion)을 이용한 치료법이 개발되면서 그 동안 난치성으로 분류되었던 큰 동맥류의 치료에도 새로운 전기가 마련되는 등 급속하게 관련 치료법이 개발되고 있다.
(그림 A는 뇌동맥류 (흰색 화살표) 내에 미세도관(여러 개의 작은 화살표)을 삽입한 후에 백금코일을 삽입하고 있는 장면. 그림 B는 코일의 위치가 적절하여 분리시키기 직전이며, 그림 C는 몇 개의 코일을 더 삽입하여, 조영제가 더 이상 동맥류 내강을 채우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 마지막 코일을 분리한 뒤, 미세도관을 제거하는 장면. 이후 동맥류의 목 부분은 1-2개월에 걸쳐 서서히 혈관내피세포가 덮히면서 완전한 치료를 유도하게 된다.)
뇌/척수의 동정맥기형 색전술(embolization for cerebro-spinal arterio-venous malformations)
동정맥기형은 동맥과 정맥 사이에 비정상적인 혈관 덩어리가 형성된 질환으로 출혈 등 합병증이 문제가 된다. 다양한 색전물질(embolic material)을 이용하여 비정상적인 혈관을 폐색시켜줌으로써 직접 완치를 유도하거나 수술적 절제술이나 감마나이프를 이용한 방사선 치료 전에 보조적인 치료법으로 활용되고 있다. 또한, 유사한 질환으로서 뇌척수 경막동정맥루(dural arterio-venous fistulae)라는 질환도 색전술로 용이하게 치료할 수 있는 질환이다. 색전물질은 주로 액상의 생체적합성 고분자 물질을 사용하고 있으며, 향후 개선의 여지가 많은 분야이다.
뇌동맥 풍선 혈관성형술 및 스텐트 삽입술(cerebral balloon angioplasty and stent placement)
관상동맥에서의 풍선혈관성형술과 마찬가지로 경동맥(carotid artery), 척추동맥(vertebral artery), 두개강내 동맥(intracranial artery) 등 뇌혈관에서도 동맥경화 등에 의한 협착증이 있을 경우 임상 양상을 고려하여 좁아진 혈관을 넓혀 주기 위해 풍선도관(balloon catheter)을 이용하여 혈관성형술을 하거나 필요한 경우 스텐트 삽입술을 실시하고 있다.
급성 뇌경색의 중재시술(endovascular treatment of acute ischemic stroke)
갑작스러운 뇌혈관 폐색에 의한 뇌졸중은 심장 또는 여타 원인에 의한 혈전색전증(thromboembolism)에 의한다. 증상 발생 4.5시간 이내라면 혈전용해제를 곧바로 투여할 수 있다. 그러나 그 효과가 없거나 증상 발생 4.5시간 이상 경과한 경우에는 혈관조영술을 실시하면서, 뇌혈관 폐색의 원인인 혈전을 제거함으로써 좋은 치료 효과를 얻고 있다. 혈전용해제를 국소적으로 투여하는 방법 이외에도 최근에 개발된 흡입 도관(aspiration catheter) 또는 스텐트형 혈전제거장치(stentriever)를 이용하여 안전하고 신속하게 뇌혈관을 재개통시켜줌으로써 획기적인 치료 결과를 얻고 있다.
그 외 다양한 시술
뇌혈관 질환의 경우 거의 대부분 중재 시술의 대상이 된다고 볼 수 있다. 그 외에도 두경부의 혈관성 종괴는 미용상, 기능상의 문제를 심각하게 초래할 수 있는데 수술적 요법만으로는 근치가 어려워 경피적 경화술(sclerotherapy)이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다. 또한, 다양한 과혈관 뇌척수 종양의 경우 수술 전 색전술을 실시함으로써 출혈을 줄일 뿐만 아니라 전절제의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척추 압박골절 환자에서의 경피적 척추성형술(percutaneous vertebroplasty)도 넓게 볼 때 신경중재치료의 한 부분으로 볼 수 있다.
전망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에서 볼 수 있는 추이 변화가 신경중재치료의학의 미래를 잘 대변해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뇌신경계 질환 특히 뇌혈관 질환에 대한 병태생리학적인 이해가 더 깊어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급속한 의료기기와 치료재료의 발전에 힘입어, 현재 시점에서 혈관내 치료가 어렵거나 제한적인 부분들도 앞으로는 칼 없는 경피적 치료의 대상이 될 것으로 믿는다. 대한신경중재치료의학회는 1994년 영상의학 전문의들의 연구회 규모로 시작된 이래 점차 그 문호를 개방하여 영상의학 전문의뿐만 아니라, 이 분야의 수련을 거친 신경외과, 신경과 전문의까지 참여하고 있는 명실공히 다학제 임상학회를 지향하고 있다.
출처 : E Newsletter No. 74 (2016. 07 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