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의 생활방식은 점점 척추에 부담을 주는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 장시간 앉아서 일하거나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시간이 늘고, 운동 부족과 잘못된 자세가 더해지면서 허리 통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처음에는 단순 근육통으로 여기기 쉽지만, 방치할 경우 추간판의 퇴행성 변화가 진행돼 추간판 탈출증(허리디스크)으로 악화될 수 있다.
요추부 추간판 탈출증은 척추뼈 사이의 완충 역할을 하는 추간판이 손상돼 내부의 수핵이 빠져나오면서 신경근을 압박해 통증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염증과 압박이 더해지면 요통뿐 아니라 다리로 내려가는 방사통, 감각 이상, 근력 저하 등의 신경학적 증상이 동반된다.
추간판은 나이가 들수록 수분이 줄고 탄력이 떨어지면서 퇴행성 변화를 겪는다. 이로 인해 외부 압력에 쉽게 손상되고, 내부의 수핵이 빠져나와 신경을 자극한다. 유전적 요인, 비만, 흡연도 퇴행을 촉진하는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흡연은 추간판 내 혈류를 감소시켜 영양 공급을 방해하고, 체중 증가는 허리에 가해지는 부담을 높인다. 젊은 층이라도 오랜 시간 구부정한 자세로 앉거나 무거운 물건을 반복적으로 들면 추간판에 부담이 누적돼 탈출 위험이 커진다.
대표적인 증상은 요통과 함께 다리로 뻗치는 방사통이다. 탈출된 수핵이 신경근을 압박하면 다리 감각이 둔해지거나 저리며, 심할 경우 발등 감각이 떨어지고 근력이 약해져 발뒤꿈치로 걷기 힘들게 된다. 드물게 수핵이 크고 중앙 부위로 돌출되면 대소변 장애, 하지 마비, 성기능 장애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이런 경우는 응급상황으로, 신속한 진료와 치료가 필요하다.
진단은 증상과 진찰, 영상검사 등을 종합해 이뤄진다. 누운 자세에서 다리를 들어 올려 통증 여부를 확인하는 ‘하지 직거상 검사’를 시행하며, 통증이 발생할 경우 신경 압박을 의심할 수 있다. 이후 방사선 검사로 척추의 정렬 상태를 확인하고,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로 추간판 탈출 부위와 신경 압박 정도를 정확히 평가한다.
최지욱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자기공명영상 검사는 진단적 가치가 높지만, 모든 환자가 처음부터 정밀검사를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며 “대부분의 환자는 안정, 약물치료, 물리치료 등 보존적 치료만으로도 호전된다”고 설명했다.
보존적 치료로 6~12주 이상 경과를 지켜봐도 통증이 개선되지 않거나 신경마비 증상이 진행되는 경우에는 수술적 치료를 고려한다. 과거에는 절개 범위가 크고 회복 기간이 길었던 고전적 수술법이 주로 시행됐지만, 최근에는 절개를 최소화한 척추내시경수술이 또 다른 치료 선택지로 활용되고 있다.
척추내시경수술은 1cm 내외 미세한 절개를 통해 특수 카메라가 부착된 내시경을 삽입해 실시간 영상으로 병변 부위를 확인하면서 탈출된 추간판을 제거하는 방법이다. 근육 손상과 출혈이 적고, 회복이 빠른 것이 장점이다. 또한 전신마취 대신 부분마취로 진행할 수 있어 고령자나 만성질환자에게도 비교적 안전하다.
최지욱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척추내시경수술은 절개 부위가 작고 근육 손상이 거의 없어 수술 후 통증과 출혈이 적고, 회복이 빨라 일상으로의 복귀가 빠른 것이 장점이다”며 “수술 시간이 짧고 입원 기간이 보통 2~3일에 불과해 환자 만족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다만 수술만으로 척추 건강이 완전히 회복되는 것은 아니다. 치료 후 꾸준한 생활습관 관리가 재발 방지와 척추 건강 유지에 핵심이다. 올바른 자세를 유지해 요추의 정상 전만곡을 지켜야 하며, 무거운 물건을 들 때는 허리를 굽히지 말고 무릎을 굽혀 들어 올리는 습관이 필요하다. 장시간 앉아 있어야 할 경우에는 30분마다 일어나 가볍게 스트레칭하는 것이 좋다.
비만은 디스크에 가해지는 압력을 높이고, 흡연은 디스크 내 혈류를 저하해 퇴행을 촉진하므로 체중 관리와 금연이 필수다. 걷기, 자전거, 수영 등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은 척추 주변 근육을 강화해 통증의 재발을 예방한다.
최지욱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한 번 손상된 디스크는 원래 상태로 완전히 회복되기 어렵기 때문에 꾸준한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내시경수술로 통증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근력 강화와 자세 교정이 병행돼야 건강한 척추를 유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