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에서 간은 ‘생명 유지 공장’이라 불릴 만큼 다양한 기능을 수행한다. 섭취한 영양소를 에너지로 전환하고, 독성 물질을 해독하며, 혈액 응고와 면역 기능까지 담당한다. 하지만 이런 중요한 역할과 달리 간은 손상이 상당히 진행될 때까지 특별한 증상을 드러내지 않는 침묵의 장기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간에 발생하는 암 역시 조기 발견이 쉽지 않아 여전히 예후가 나쁜 암 중 하나로 꼽힌다.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간암의 사망률은 11.7%로, 폐암에 이어 2위를 차지한다. 5년 생존율은 39.4%로 전체 암 평균(72.9%)에 비해 현저히 낮다. 치료 기술이 꾸준히 발전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발견 시점이 예후를 결정짓는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한다.
간암은 간세포에서 발생하는 원발성 간암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초기에는 특별한 통증이나 불편감이 거의 없어 건강검진이나 정기 추적검사에서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증상이 나타날 정도로 진행되면 복부 팽만, 체중 감소, 황달, 복수 등이 동반될 수 있고, 이 시기에는 치료 선택지가 제한될 가능성이 높다.
이순규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간은 상당 부분 손상이 진행돼도 자각 증상이 거의 없어 간암 역시 발견 시점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정기검진이 사실상 가장 효과적인 조기 진단 방법”이라고 말했다.
간암 발생의 가장 큰 위험요인은 만성 간질환이다. B형·C형 바이러스성 간염, 알코올성 간질환, 비알코올성 지방간염 등으로 간에 만성 염증과 섬유화가 지속되면 간경변으로 이어지고, 이 과정에서 간암 발생 위험이 크게 높아진다. 특히 간경변 환자의 상당수에서 간암이 동반되거나 이후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비만과 대사증후군 증가로 비알코올성 지방간염이 간암의 새로운 주요 원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순규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간암은 대부분 기존 간질환을 바탕으로 발생하는 만큼, 간염이나 간경변 진단을 받은 환자는 증상이 없더라도 정기적인 추적검사가 필수”라며 “위험군에서는 6개월 간격의 초음파 검사와 종양표지자 검사가 조기 발견에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진단은 복부 초음파 검사로 1차 선별을 시행하고, 이상 소견이 발견되면 CT나 MRI 정밀검사로 종양의 크기와 위치, 혈관 침범 여부를 확인한다. 필요에 따라 간암 종양표지자 검사도 병행한다.
치료는 종양의 크기와 개수, 혈관 침범 여부, 환자의 간 기능 상태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된다. 조기에 발견된 간암은 수술적 절제나 고주파 열치료 등 국소 치료로 완치를 기대할 수 있다. 간 기능이 비교적 유지된 환자에서는 간 절제술이 우선적으로 고려되고, 작은 종양의 경우 비수술적 국소 소작술로도 좋은 치료 성과를 얻는다.
초기 간암 치료에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간이식이다. 종양이 초기 단계에 해당하고 전신 상태가 적합할 경우, 간이식을 통해 간암과 기저 간질환을 동시에 치료할 수 있어 장기 생존율이 높다. 다만 공여 간 확보의 어려움과 대상자 선정 기준 등의 제한으로 모든 환자에게 적용하기는 어렵다.
종양이 여러 개이거나 수술이 어려운 경우에는 간동맥화학색전술을 시행해 종양으로 가는 혈류를 차단하고 항암제를 직접 투여한다. 또한 간암의 상태에 따라 방사선색전술이나 방사선치료를 활용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면역항암제 요법의 발전으로 진행성 간암에서도 치료 성적이 점차 개선되고 있다. 환자의 간 기능과 전신 상태에 따라 맞춤형 치료 전략을 세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간암은 치료 후에도 재발률이 높은 암으로 알려져 있다. 수술을 해도 2년 내 재발률이 30% 이상으로 보고된다. 치료가 끝난 뒤에도 정기적인 영상검사와 혈액검사를 통해 재발 여부를 면밀히 관찰해야 한다. 또한 간염 치료, 금주, 체중 관리 등 원인 질환에 대한 지속적인 관리가 재발 위험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
이순규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간암은 조기에 발견할수록 적용 가능한 치료 방법이 많아지고 완치 가능성도 높아진다”며 “간질환 위험 요인이 있는 경우 증상이 없더라도 정기검진을 생활화하는 것이 간암을 이기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