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전증을 바로 알기
2월 13일은 세계 뇌전증의 날이다. 뇌전증은 뇌손상이나 뇌종양, 뇌경색, 뇌혈관기형 등 다양한 뇌병변에 의하여 발생하는 누구나 앓을 수 있는 질환으로 당뇨병, 고혈압, 뇌종양과 같이 약물이나 수술로 잘 치료하면 완치될 수 있고 정상인과 똑같이 생활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도 뇌전증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사회적으로 많은 차별을 받고 있는 한국의 현실이 매우 안타깝다. 예를 들어서 당뇨병을 앓고 있는 직장인이 저혈당증에 빠지면 정신이 혼미해지는데 단 것을 먹게 하고 휴식하게 배려하여 준다. 또한 심장부정맥 또는 심장마비 환자는 심폐소생술 등을 통하여 생명을 구해준다. 그런 후 이런 환자들을 이상한 눈으로 보지 않는다. 반면에 뇌전증 환자가 가벼운 경련발작을 하거나 뇌전증 진단이 알려지면 사랑하는 사람이 떠나기도 하고, 혼사는 깨지고, 실직되는 경우가 훨씬 많다. 왜 다른 병 환자들과 같이 돌보아주고 격려해 주지 못할까? 그 이유는 뇌전증에 대한 과거의 틀린 인식이 아직도 변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뇌전증은 단지 뇌신경의 손상 등으로 신경이 일시적으로 놀라는 현상이다. 놀라는 신경의 부위에 따라서 손발을 떨 수도 있고 의식을 잠시 잃을 수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 환자들(70%)은 항경련제 투여로 당뇨, 고혈압과 같이 잘 치료된다. 일상생활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실제로 1년 이상 무증상인 뇌전증 환자는 60세 이상의 운전자 또는 20대 운전자 보다 교통사고의 위험도가 더 낮다.
뇌전증 주간 선포 및 뇌전증 건강강좌 개최
대한뇌전증학회는 세계 뇌전증의 날을 맞이하여 2월 13일 - 2월 17일 1주일을 뇌전증 주간으로 선포한다. 뇌전증 주간에는 전국 33개 병원에서 뇌전증 건강강좌를 개최한다. 건강강좌는 뇌전증에 대한 최신 정보 및 치료법을 소개하고 환자, 보호자와 질의-응답을 하는 대화로 이루어진다. 이를 통하여 뇌전증을 전국에 바로 알리고 환자, 보호자에게 좋은 정보를 제공하며 의사들과의 대화 시간을 제공하여서 환자와 의사가 함께 뇌전증 바로 알기와 치료향상에 노력하고자 한다.
전국 뇌전증 건강강좌의 일시 및 장소 (첨부-1)
뇌전증의 날 행사
뇌전증은 두부외상, 뇌종양, 뇌경색, 뇌염 등 뇌손상이 일어나면 우리 가족, 친구 둥 누구라도 앓을 수 있는 일반적인 뇌질환의 증상이다. 뇌전증 환자들도 당뇨, 고혈압, 뇌경색 등과 같이 누구에게나 쉽게 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하여는 언론과 국민들의 협조가 꼭 필요하다. 대한뇌전증학회는 작년 10월에 서울에서 제1회 뇌전증의 날 행사를 시작으로 2월 11일에는 부산에서 제2회 뇌전증의 날 행사를 연다 (첨부-2). 뇌전증의 날 행사는 3부로 이루어져 있는데 1부는 희망음악회로 환자, 의사, 전문연주자가 함께 음악을 연주하고, 2부에서는 뇌전증의 최신 치료법에 대한 강의를 한 후 환자, 보호자들과 뇌전증 명의들과의 질의-응답을 통한 대화시간이다. 마지막 3부는 뇌전증 환자들의 사회적인 문제(장애인등록, 운전, 사보험 등)에 대하여 국내외 상황에 대한 발표 후 환자, 보호자들과의 질의-응답이 이어진다. 질의-응답 중에는 각 지역의 뇌전증 명의들이 연단에 앉고 환자, 보호자들은 질문지에 질문을 써서 제출하거나 직접 물어보면 의사들이 돌아가면서 답변을 하고, 부족하면 다른 의사가 답변을 추가한다. 7-8명의 뇌전증 명의들과 환자, 보호자들의 대화는 환자와 의사 모두에게 큰 도움이 된다. 제3회 뇌전증의 날 행사는 광주에서 열 예정이다.
위에서 언급한 사회적인 냉대와 차별은 뇌전증 환자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주고 희망과 의욕을 떨어뜨릴 수 있다. 뇌전증올 포함한 4대 신경계 질환(뇌졸중, 치매, 파킨슨병, 뇌전증) 환자들에서 우울증의 발생빈도가 높다. 다행히 2017년 1월 1일부터 가장 안전한 SSRI계 항우울제의 60일 처방제한이 4대 신경계 질환들에서 풀렸다. 작년 하반기에 열렸던 2차례의 국회 토론회 (심상정, 박인숙, 이종걸, 윤소하 의원 주최)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이제 약 200만명의 달하는 4대 신경계 질환 환자들의 우울증을 조기에 진단하고 치료할 수 있게 되어 각 질환 환자들의 치료, 재활 및 삶의 질이 크게 향상하게 되었다. 또한 우울증의 조기 치료는 만성 우울증으로의 진행을 예방하여서 이들 환자들의 자살률이 크게 줄이게 될 것이다. 이번 급여기준 변경을 위하여 많은 노력을 한 보건복지부의 고형우과장과 구미정사무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하성희 차장에게도 감사드린다.
한국 14년간 자살률 1위
한국의 자살률은 2003년 이후로 OECD 1위를 지키고 있다. 한국이 14년간 1위를 지키고 있는 것은 자살률뿐일 것이다. 노인의 자살률은 계속 증가하여 세계 1위이다. 또한 청소년의 사망원인 1위가 자살이다. 자살은 전체 국민의 사망원인 4위이다. 하루에 자살로 사망하는 사람의 수가 약 40명이다. 2015년 온 나라를 공포에 몰아넣었고 매일 언론에서 특보를 하였던 메르스의 총 사망자 수가 38명이다. 매일 같은 수의 사람들이 자살로 죽고 있는데 언론이나 대선주자들 중 그 누구도 자살예방에 관심을 보이거나 대책을 촉구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 모두 특검, 탄핵, 또는 선거용 장미빛 정책만 말하고 있다. 국민들은 죽어가고 있는데 말이다. 국민의 생명을 가장 귀하게 여기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울증은 자살의 가장 흔하고 중요한 원인이며, 절망감은 자살을 시도하게 만든다. 사람들은 희망이 없고 절망할 때 자살하게 된다.
범의료 자살예방연구회 발족
대한뇌전증학회는 2월 9일 저녁에 대한내과의사회, 대한소아과학회, 대한가정의학회, 대한신경과의사회, 대한간호협회와 함께 범의료 자살예방연구회(범자연)을 창립하기로 결졍하였다. 외국과 달리 한국에서는 불행히도 지금까지 자살예방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할 의료계는 제외되어왔다. 일본은 1년에 3-4회 모든 의사들에게 자살예방교육을 한다. 필자는 의대를 졸업한 후 34년 동안 단 한번도 자살예방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 중앙자살예방센터와 보건복지부 자살예방 관계자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 많은 예산과 연구비는 어디에 쓰고 있는가. 한국의 자살률이 지속적으로 1위인 배경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모든 병의원을 방문하는 환자들은 자살의 고위험군이다. 모든 신체질환자들의 자살위험율은 50% - 2000% 더 높다. 물론 우울증이 동반되는 경우에는 더 높아진다. 내과, 신경과, 외과, 산부인과 등에 다니는 신체 질환 환자들에서 우울증 유병율의 2 - 5배로 높다. 참고로 자살한 사람들의 심리부검 결과 80-90%가 우울증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고, 자살하는 사람들의 80% 이상이 자살하기 한달 이내에 여러 가지 신체 증상으로 병의원을 방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살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도움을 요청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필자가 알기에 그 어느 병원에도 자살고위험군 환자의 응급대처 프로그램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자살하려고 준비하고 있는 환자를 발견해도 대처할 준비가 안되어있다. 어제 오후 5시 15분에 중앙자살예방센터에 전화를 했는데 자동응답만 나오고 받지를 않았다. 매일 40명이 자살로 죽고 있는데 말이다.
해결책을 알고 있는데도 더 이상의 방관은 죄를 짓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제 자살을 막기 위하여 의사들과 간호사들이 팔을 걷고 나섰다. 범의료 자살예방연구회는 아래와 같은 자살예방 대책을 제안하고, 보건복지부, 중앙자살예방센터,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의 협조를 촉구한다. 또한 대선주자들에게도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자살예방에 관심을 부탁한다.
모든 병의원에 자살예방 프로그램 및 전국적인 자살예방 캠페인 즉각 실시
1. 병의원을 다니는 모든 환자들에서 우울증 스크리닝을 실시한다 (국제 우울증 회의에서 합의함).
: 우울증의 두 가지 주요 증상(기분이 가라 앉거나 우울함, 흥미나 즐거움을 느끼지 못함)을
물어 본다. 이 중 하나 이상이 양성일 때에는 9가지 우울증 증상(PHQ-9 우울척도)에 대하여
물어보아서 우울증 스크리닝을 한다. 주요우울장애 또는 중등도-심한 우울증으로 진단되면
치료를 시작한다.
2. 병의원을 다니는 모든 환자들에게 자살을 생각하고 있거나 시도한 적이 있는지 물어본다.
: 있다면 자살척도(Mini-suicide scale)을 시행하고 자살문진을 한다.
자살척도 점수가 10점 이상이면 자살의 위험성이 심각하므로 즉시 자살예방 coordinator
(간호사 또는 심리사)를 만나게 하고 자살예방 프로그램에 등록하게 한다.
3. 보건복지부와 중앙자살예방센터는 대형병원들과 지역에 자살고위험군을 위한 자살예방
coordinator를 육성하여 지원한다. 자살 coordinator는 자살고위험군 (Mini-suicide scale 점수 10점 이상)을 즉시 면담하여 자살예방 프로그램에 등록시키고 monitoring 한다. 국가 예산은 이렇게 필요하고 실효적인 곳에 사용해야 한다.
4. 자살예방 교육 및 캠페인 (방송 포함) 실시
보건복지부, 대한의사협회, 중앙자살예방센터는 전체 의료인들을 대상으로 시급히 자살예방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또한 보건복지부와 중앙자살예방센터는 자살예방 캠페인을 주도하고, KBS, MBC, SBS, JTBC, YTN 등 주요 방송사들은 자살예방 캠페인이 동참을 요청한다.
신문, 방송을 통하여 다음의 내용을 홍보해야 한다.
"우울감과 자살사고는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흔한 병이다. 우울감이나 자살사고가 발생할 때에는 반드시 주위의 병의원을 찾아가서 상담을 해야 한다. 내과, 소아과, 가정의학과, 산부인과, 신경과, 정신과 등 구분이 없이 가면 된다"
이상의 대책을 시행하면 한국의 자살률은 빠르게 감소할 것으로 100%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