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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단일공(감소공) 복강경 수술 어떻게 볼 것인가?

 


근대 외과가 태동하던 19세기 말에 영국의 한 저명한 외과 의사는, 정상적인 생각을 하는 의사라면 흉강, 복강, 두개골은 절대로 열고 들어가려는 생각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천명하였다. 그런데, 그 말을 책으로 남긴지 불과 7년만에 비엔나 의대의 빌로스 교수는 배를 열고 위 절제를 감행하여 세상을 놀라게 하였다. 그 당시 일화에는 빌로스 교수가 비엔나 시내를 걸어갈 때 시민들이 화가 나서 돌을 던졌다고 한다. 수술 후 사망률이 너무 높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로부터 130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위 절제를 통해 많은 위암 환자들의 생명을 구하고 있다. 이렇듯, 의학은 점진적으로 진화된 것이라기 보다는 용기있는 개척자들에 의해 계단식으로 발전해 왔다. 그러나 나 자신도 이런 혁신의 소용돌이 속에 직접 휘말리게 될 줄은 꿈도 꾸지 않았다. 외과 전공의를 시작할 무렵인 1989년만 해도 외과 수술은 너무도 명백한 과정이라 더 이상 새로울 것이 없으며 발전의 여지가 없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당시 외과에 혁신적인 뭔가 다른 것이 나올 가능성은 적어도 내 미숙한 눈에는 보이지 않았다. 전공의 4년차 때 처음으로 복강경 수술을 접했는데, 당시 대다수의 외과 의사들은 이 수술은 그저 한가지 시도에 지나지 않고 곧 사라지거나 쓸개나 충수돌기 정도만 제거할 수 있는, 매우 역할이 제한된 수술 방법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20년이 채 지나지 않아 복강경 수술 및 최소 침습 수술의 개념은 대부분의 외과 수술에 적용되고 있고 표준적인 치료 방법으로 자리 잡았다. 미력하나마 위암에 대해서 임상 시험 연구를 통해 복강경 위수술의 효과와 안전성을 전세계에 입증하는 역할을 해왔다.


그런데 이 최소 침습 수술의 혁신의 바람은 아직도 세차게 불고 있다. 아직 더 가야 할 길이 있어 보인다. 로봇 수술이 등장하여 영역을 넓히고 있고, 자연공을 통해 내장에 접근하는 무흉터 수술의 아이디어가 나오면서 단일공 수술, 혹은 감소 공 수술이 등장하였다. 복부에 흉터가 적게 되면 미용적 이점이 있고 통증이 적고 회복도 빠를 것이라 기대한 것이다. 이 아이디어는 기술적으로 복강경의 기본 원칙이던 삼각형의 법칙(복강경과 그 양 쪽의 기구가 목표물을 향해 이루는 각도)이 더 이상 의미가 없다는 경험적 지식과, 유연하게 휘어지는 내시경의 사용, 젓가락처럼 일자형의 도구가 아닌 적당히 휘어져 있어서 한 구멍으로 들어가도 기구간에 충돌을 없게 하는 간단한 아이디어로, 배꼽에 만든 단 하나의 구멍을 통해 수술에 필요한 모든 기구를 복강 안에 집어 넣고 수술을 할 수 있게 되어, 현실이 되었다.


의료기 회사들은 재빠르게 움직였다. 단일공 수술을 위한 도구들이 속속 개발되었다. 아직 완벽하지는 않지만 이를 이용해 환자 수술에 적용한 증례들이 계속 보고되고 있다. 외과 영역에서는 2004년부터 이미 충수돌기 수술에 처음 적용이 되기 시작하였고, 올해에는 우리나라에서 위암 50 예 수술을 단일공으로 하여 기존 복강경 수술과 비교한 논문이 출간되기에 이르렀다. 그 논문에 의하면 수술 결과가 비슷하면서, 환자의 통증이 적고 회복이 빨랐다고 한다. 단, 이것은 무작위 조절 임상 연구가 아니고, 오직 한 기관에서의 일부 외과 의사의 연구 결과이기 때문에 아직 일반화할 수 있는 정보는 아니다. 학계에서는 논란이 상당이 있다. 특히 복강경 수술조차 마땅치 않게 생각하지만 마지못해 인정하고 있는 의사들에게는 이 수술은 지나친 시도로 여겨진다. 복강경 수술을 활발하게 시행하고 있는 의사들조차 찬성하는 의견이 적다.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가 다루는 병은 암이고 암 수술은 묘기 대행진이 아니라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좋은 수술로 인정 받으려면, 너무 어려워 재현성이 어렵고 일관된 결과를 얻을 수 없는 수술이어서는 안된다.


그러나 많은 새로운 시도들이 엄청난 비난을 극복하고 우뚝 섰듯이 (다 그런 건 물론 아니다. 생명을 다루는 일은 언제나 신중하다. 조기 퇴출된 수 많은 치료법들이 있다.) 이 또한 그럴 여지가 없지 않다. 때로는 의학 발전의 방향은 전혀 예상치 않은 변화에 의해서도 이루어질 수 있다. 사실 엄밀하게 보면 복강경 수술과 로봇 수술은 의료계 내부의 과학적 검증과 무관하게 발전해 왔다. 그만큼 사람들의 통증에 대한 두려움과 덜 아픈 수술에 대한 기대와 요구가 컸던 것이다. 단일공 수술은 또 다른 면의 사회적인 요구와 연관된다. 작년에 우리나라에서 나온 책 중에 유엔 2040 미래 예측 보고서 라는 책에서는 흥미롭게도, 불과 5년 후에 많은 수술실에서 로봇 수술이 보편화될 것을 예측하고 있다. 이유는 전세계적인 외과 의사의 부족 때문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외과 의사 부족에 대해 아직 많은 사람들이 실감하지 못하지만 불과 몇 년 후에는 매우 심각한 상황이 벌어질 것이다. 오래 전부터 외과 전공의 지원율이 매우 낮은 것아 외과 의사의 질 저하뿐 아니라 의사 수 부족으로 장차 우리나라에서는 충수돌기염으로 응급 수술을 받아야 할 상황에서 수술을 제대로 받지 못해 생명이 위급한 사람들이 생겨날 판이다. 우리 사회는 외과 의사의 역할이 중요한 것을 알면서도 외과가 힘들고 스트레스가 많고 위험 부담을 감당해야 하는 것에 대한 균형 있는 보상이 이루어지는 것에 대해 무관심하게 방치해 왔다. 여기에서 보상은 단지 금전적 보상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외과 의사가 자긍심을 손상받지 않고 자랑스럽게 보람있게 일할 수 있는 제도적인 유도가 부족했다. 비단 심각한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대부분 힘들고 어렵고 위험한 일들은 인기가 없어지고 있기에 외과의사 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아무튼 오늘의 주제와 직접 연관은 없기 때문에 단지 현상만으로 되돌아가면, 외과 의사 수의 부족은 결국 수술할 때 최소 인력으로 수술을 감당해야 할 필요로 직결되는 것이다. 로봇 수술은 현실적으로 너무 비싼 치료이고 향후 10년내에 값이 떨어지기 어렵다고 보면, 단일공 수술은 하나의 대안으로 등장할 수 있다. 이것은 단일공 수술이, 초기의 단일공 복수 외과 의사 수술에서 단일공 단일 외과 의사 수술로 자리잡고 있는 것을 볼 때, 더욱 명백하다.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빠른 속도로 단일공 수술 혹은 최소한 2-3 개의 구멍을 통해 외과 의사 혼자서 수술하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수술 기구들이 게 빠르게 등장할 것이고, 개척자 외과의사 및 기구 개발 의사들을 등에 업은 의료기기 회사들이 변화를 주도하게 될 것이다. 이것은 사회적 필요에 대한 부응이다.


이에 대한 의학계의 역할은 수술 술기의 개발과 보급, 시의 적절하고 신속한 임상 시험 수행을 통한 검증과 방향 정립일 것이다. 이제 외과학계 내에서는 철학적, 과학적 논쟁과 더불어 인간 존중의 관점에서 사회적 요구도 바라보며 의학을 발전시켜야 하는 21세기의 외과 의사상의 정립이 절실하게 필요하며, 우리 사회는 이러한 외과 의사들이 재대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마련해 주는데 관심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외과 의사는 바로 우리의 귀중한 생명을 가장 일선에서 다루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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