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외과가 태동하던 19세기 말에 영국의 한 저명한 외과 의사는, 정상적인 생각을 하는 의사라면 흉강, 복강, 두개골은 절대로 열고 들어가려는 생각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천명하였다. 그런데, 그 말을 책으로 남긴지 불과 7년만에 비엔나 의대의 빌로스 교수는 배를 열고 위 절제를 감행하여 세상을 놀라게 하였다. 그 당시 일화에는 빌로스 교수가 비엔나 시내를 걸어갈 때 시민들이 화가 나서 돌을 던졌다고 한다. 수술 후 사망률이 너무 높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로부터 130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위 절제를 통해 많은 위암 환자들의 생명을 구하고 있다. 이렇듯, 의학은 점진적으로 진화된 것이라기 보다는 용기있는 개척자들에 의해 계단식으로 발전해 왔다. 그러나 나 자신도 이런 혁신의 소용돌이 속에 직접 휘말리게 될 줄은 꿈도 꾸지 않았다. 외과 전공의를 시작할 무렵인 1989년만 해도 외과 수술은 너무도 명백한 과정이라 더 이상 새로울 것이 없으며 발전의 여지가 없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당시 외과에 혁신적인 뭔가 다른 것이 나올 가능성은 적어도 내 미숙한 눈에는 보이지 않았다. 전공의 4년차 때 처음으로 복강경 수술을 접했는데, 당시 대다수의 외과 의사들은
대개 갑작스럽게 위암 진단을 받고 큰 병원을 방문하면, 어떤 경우에는 수술이 불가하고 항암치료를 받으라는 얘기를 들을 수 있지만 더 많은 경우는 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이야기할 것이다. 위암이 많은 우리나라에서는 국가암검진 프로그램을 갖고 있고 세계에서 유일하게 내시경으로 검진을 하고 있으며, 절제로 치료가 가능한 경우가 전체 위암의 70 %를 차지한다. 수술 받으면 완치될 확률이 전체적으로는65 % 정도인데, 초기암의 경우 95% 완치가 가능하다. 만약에 담당 의사가 내시경 수술, 복강경, 로봇 수술 얘기를 꺼낸다면 우선 반길 일이다. 바로 초기암에 시행할 수 있는 최소 침습수술이기 때문이다. 그럼 진행성 암은 전혀 이런 수술이 불가능한가? 그렇지는 않다. 위암의 경우 림프절 절제가 개복 수술에서도 매우 어렵기 때문에 진행성 암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기술 수준이 충분히 발전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현재 대규모 다기관 임상연구가 우리나라에서 진행되고 있어서 5-6년 후에는 거의 모든 위암에서 복강경 수술이 일반화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내시경 점막절제술은 무엇인가? 이것은 진단용 위내시경을 이용하여 간단한 전기 소작 도구로 점막에만 국한된 암을 포를 뜨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