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의 지침으로 지정된 날짜보다 늦게 제출된 어떤 국내개발 천연물신약에 대해 정부는 매우 강경한 처벌을 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처벌의 내용은 두 가지, 급여제한과 일정한 비율의 약품비 환수였다. 국내 개발 신약으로는 드물게 성공한 제품으로 평가되었다. 제법 잘 나가던 약으로 평가받으면서 그 약은 업계의 부러움의 대상, 또는 시기의 대상이 되었다. 어쨌든 다른 회사들은 그 제품을 연구개발의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기도 했다.
따라서 해당업체 뿐 아니라 업계는 혼란스러워 한다.
임상시험을 하다보면 환자모집이 늦어지거나 데이타 처리가 지연되어 예정된 일자를 맞추지 못하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그런 일이 발생하는 경우 업체는 임상시험의 환경이 원활치 않아 발생된 지연된 사유를 들어 제출시한을 연장해 달라고 감독관청에 협조를 요청하고 제출시한의 연장요청에 대해 허락을 받는 것이 상식이다. 다만, 고의로 시간을 끌거나 의도적으로 시간을 이행해야 할 지시사항을 어긴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이번 경우 복지부의 지침에 따라 임상시험의 이행을 안 한 것도 자료제출을 안한 것도 아니다. 그리고 3년이 늦은 것도 1년3개월이 늦은 것도 아니다. 어느 스터디든지 연구를 진행하다보면 예상하지 못했던 여러가지 변수가 생기면서 임상시험기간은 예정된 날짜보다 늦어지는 일이 다반사로 발생하게 되고 그 때문에 예정했던 기간보다 일찍 마무리가 되거나 정해진 제 시간에 맞춰서 연구를 종료하고 데이타를 제출하기란 지극히 어렵다는 것은 업계의 상식에 속한다.
3개월이 늦었단다.
통상적인 업계의 관례상 업체가 이런저런 사유를 설명하며 3개월 정도 늦을 것이 예상된다고 해당기관에 이야기했을 때 대개의 경우 지연사유에 대한 공문을 내라고 답을 해주고 접수된 사유가 타당하다고 판단되면 자료제출연장에 대한 승인을 해주거나 업체의 설명이 타당성이 있다고 판단하면 그런 서류절차도 요구하지 않고 구두로 동의할 수도 있는 기간이다.
해당업체가 임상을 아예 시행하지 않았거나 임상연구결과를 제출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 임상연구의 결과가 가설을 만족시키지 못해 실패한 것도 아니다. 더구나 비교약제에 대해 비열등을 입증하여 임상적 유용성이 있다는 결론을 도출한 임상연구 결과가 나온 약제에 대해, 단지 3개월 늦게 제출되었다는 이유로 급여제한과 약품비의 환수같은 조치를 취한다는 정부입장이 쉽게 수긍이 가지 않는 것은 바로 지금까지 시행되어왔던 정부조치의 일관성이란 측면에서 과연 업계전반에 대한 설득력이 있겠는가하는 의문이 드는 까닭이다.
정부의 조치에는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말도 안 되는 것을 눈감아주고 넘기자는 것이 아니다.
만에 하나 세월호 참사의 영향으로 규제완화에 대한 부담이 작동하여 반사적으로 복지부가 이런 조치를 취하는 것이라면 이건 이만저만한 넌센스가 아니다. 그런건 절대 아니기를 바란다.
이런 가운데 시류에 편승하듯, 마치 정부의 조치에 화답하듯 일부 의료단체에서는 스티렌의 급여제한과 약품비환수가 당연하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그러면서 이 의료단체는 아이러니하게도 한의사협회에서 제기했던 발암물질함유란 철지난 이슈를 꺼내 들었다. 해당약은 전문약이다. 전문약은 반드시 의사의 처방을 필요로 한다.
의사의 처방이 없이는 환자는 전문약의 사용은 물론 해당약제에 대해 아예 접근이 불가능하다.
어제까지 처방을 하다 관의 가혹하다싶은 행정조치에 하루아침에 태도를 바꿔 안전성을 제기하는 행동은 매우 당혹스럽다.
작금에 벌어지는 상황들은 블랙코미디다.
정부와 전문가집단에서 연출하는 블랙코미디는 한류의 새로운 장르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