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이하 대공협)은 최근 근무지의 폐쇄적 환경 속에서 의과 공중보건의사(이하 공보의)가 지속적으로 폭언, 폭행에 노출되고 있다는 다수의 사례를 발표하였다. 환자의 건강을 위해 처방을 변경하거나, 경과를 면밀히 지켜보기 위하여 단기처방을 하거나, 필요에 따라 외부 의료기관으로 검사의뢰를 하는 경우 자신의 몸을 생각해주는 공보의에게 오히려 불편하게 한다며 폭언, 위협, 폭행 등을 행사하는 것이다.
이러한 닫힌 사회로 인한 진료 강요 행위는 인터넷 백과사전인 나무위키에도 잘 나타나 있다.
일반적으로 공보의들이 가장 많이 어려움을 호소하는건 다름아닌 '진료'의 문제다. 지방, 특히 섬 쪽으로 갈수록, 그리고 원내처방 지역으로 갈수록 '정상적인 진료' 가 아니라 그쪽 동네 사람들끼리 합의해서 마음 내키는 대로 약을 타서 먹인다든가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혈압이나 혈당이 제대로 조절되지도 않는데 막무가내로 약을 달라고 한다던지, 증상도 없는데 증상을 지어내며 감기약, 소화제 등을 쟁여 놓으려고 한다던지하는 식이다. 감기약을 한달치 두달치씩 받아가는 사람이 비일비재. 드물기는 하지만 이렇게 받아가서 이웃에 한 봉지씩 팔아먹는 사람도 가끔 나온다. 정상적인 의사가 와서 이러한 막장스러운 약 복용을 제지하려고 하면 그 동네 사람들이 거의 협박에 가까울 만큼 반발하는 경우가 많으며, 이런 일이 자주 반복되다 보면 결국 그 공보의 역시 의욕부재로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퍼지게 된다. 당사자가 오지 않고서 처방을 받아가는 일도 부지기수.
대공협에 접수된 최근 민원 사례는 위의 상황이 현실에서 실제로 벌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산간지역에서 근무하는 한 공보의가 최근 환자와의 다툼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 공보의는 당뇨환자가 내원하여 지속적으로 복용하던 당뇨약의 처방전을 요구하여, 일단 식후 2시간 혈당을 측정했다. 이 공보의는 측정 검사 결과 혈당이 200mg/dl이 지속적으로 여러 번 넘게 측정되어 관련 사항을 우선 점검한 후 당뇨가 조절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외부기관에서 보다 정확한 측정을 위해 당화혈색소 검사를 환자에게 권유하였다. 그러자 환자는 공보의에게 “약을 달라면 줄 것이지 무슨 말이 많냐”, “나이도 어린놈이.. 너 뭐하는 놈이야”등의 폭언을 하며 멱살을 잡았다. 이 공보의는 수치심과 분노로 법적 조치를 고려하며 보건소에 협조 요청을 하였으나, 보건소 측에서는 민원이 생기면 곤란하다는 이유로 웬만하면 약을 처방해주라고 할 뿐 별다른 중재 조치는 없었다.
대공협 관계자는 "이런 사례는 공보의의 길고 긴 3년간의 복무 동안 한 번도 겪지 않은 사람을 찾기 힘들 정도로 빈발한다. 폭언과 폭행에 무방비로 노출된 공보의들은 결국 두려움과 공포로 의학적 판단과는 무관하게, 때로는 그것이 최선의 의료의 질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환자의 무리한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다. 이러한 현실을 타개하고자 상급기관에 문의하거나 외부에 협조 요청을 하더라도 관례라는 이름으로 지속된 지역사회 여건을 공중보건의사 개인이 바꾸긴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라 하였다.
대공협은 이 외에도 근무와 관련된 불합리한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고 발표하였다. 특히 섬에서 근무하고 있는 공보의의 경우 정규 근무시간 외 환자 내원 시에는 응급환자만을 진료하도록 되어있으나, 감기/근육통과 같은 가벼운 질환 진료를 강요받고 있으며, 지역 여건상 이를 거부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또한 섬에서 근무하는 대다수 공보의는 24시간 응급대기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무원 초과근무수당 인정시간에 따른 제대로 된 초과근무시간을 산정 받고 있지 못하며, 사실상 새벽에도 내선 전화를 핸드폰과 의무적으로 연결하여 사실상의 '온콜 당직'을 매일 밤 서게 되어 만성적인 수면부족과 스트레스를 호소하지만 이에 대한 당직비 역시 전혀 지급받지 못하고 있다. 이와 같은 사항에 대해서 대공협에서는 수년에 걸쳐 문제를 제기하고 있으나 현재까지 시정된 내용은 전무하다.
대공협은 "위에서 언급한 사례 외에도 관련된 일은 너무 많아 모두 실례를 들기 어렵다."고 말하며, "이러한 폭언·폭행 행위를 근절하고 적절한 진료를 통해 국민건강을 증진하기 위해서는 보건복지부, 지자체와 함께하는 논의가 절실하다. 특히, 이번 10월 24일에 시행된 보건의료인력지원법의 제12조 제2항에서 '보건의료기관의 장은 보건의료인력등에 대한 폭언ㆍ폭력ㆍ성희롱 등의 인권침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인권침해 대응지침을 마련하고 이를 준수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만큼 문제해결을 위한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공협은 "문제가 발생한 곳에 유효한 행정적 페널티가 없어, 가장 약자인 공보의가 희생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러한 문제가 지속적으로 방치되는 지역에 공보의 배치 불이익과 같은 행정 조치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지역 상황을 잘 반영하기 위하여 공보의 등의 현장인력의 의견을 반영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며, 지자체 내에서 계속 근무해야할 가능성이 큰 공보의들이 해당 의견을 적극적으로 피력할 수 있도록 공익제보와 같은 형태로 고충민원을 제기한 공보의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대공협은 "이렇게 민원인으로부터 고통받고, 지역사회에서 홀로 어려움을 견디며 일하기에는 정신적으로 힘들며, 최근 의사를 대상으로 한 강력범죄가 반복되어 발생함을 고려할 때 제정신으로, 정상적으로 근무하기가 상당히 힘들다."라는 의견이 많았다고 전하며, "차라리 현역으로 재입대하고 싶다."라며 가능한지에 대해 문의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하였다.
대공협 조중현 회장은 "도서산간지역의 의료적 위험을 해소하기 위하여 배치되는 공보의들이 오히려 위험에 처하고 있다. 이는 공보의 개인의 문제를 넘어 지역사회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문제가 크다"고 말했다.
대공협은 마지막으로 “보건복지인력지원법 시행에 발맞추어 이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마련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대공협으로 공식적·비공식적으로 제기된 사례 외의 수많은 폭언·폭행뿐 아니라 불합리한 행정 처분도 상당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전 회원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하여 근본적인 해결책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