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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보건의료근로자, 국민건강, 공공성을 외면하는 대한병원협회는, 의사 증원 정책 찬성 입장을 철회하라

2020. 07. 28


전례 없는 신종감염병 국가재난사태에 맞서 전국의 의과 공중보건의사는 6개월이 넘게 방역활동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대구·경북 대규모 감염 상황 때 연인원 1,000여명이 넘는 공중보건의사들이 현장의 다급함을 정리했을 뿐만이 아니라 그 뒤로 발생하였던 부천·광주 등 다양한 각지로 공중보건의사들이 긴급 파견되어 현장을 정리하였습니다. 150여개에 달하는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각 지역의 성공적인 방역을 이끌어내기 위하여 끊임없이 활동하며, 생활치료센터·임시생활센터·화상진료센터·검역소를 포함한 중증 환자 진료 등 이번 코로나19 사태에 있어 의과 공중보건의사의 손이 닿지 않은 곳을 찾기 힘들 정도입니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장의 상황은 지속적으로 힘들어지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하여 중지해왔던 일반진료, 일반예방접종, 보건사업 등을 상황이 종료되지 않았음에도 재개하는 것을 비롯하여 시군구 역학조사관 임명, 보건소 개방형 호흡기전담클리닉 동원 등을 포함하여 공중보건의사를 포함한 보건소 관리의사, 보건소 의료진·행정진에게 부과되는 업무는 날로 늘어만 가고 있습니다. 전쟁터와 같은 현장을 지원해줄 정책이 즉시 필요한 상황이지만, 의대 정원 증가와 같이 현재와 전혀 관련 없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OECD 통계 중 단순히 인구 대비 의사 수가 적기 때문이라며 진행하는 이번 일은 코로나19 사태와 관계가 없을뿐더러 해법이 될 수 없습니다. 코로나19 사태에 있어 의사 수가 부족했다고 이야기 하지만, 현장에 있었던 저희들로서는 전혀 공감할 수 없는 이야기입니다. 급박했던 대구·경북 파견 속에서 없는 권한에도 불구하고 최선을 다하는 저희에게 “왜 의사가 타 중요 업무에서 배제된 채 이렇게 검체채취 만을 해야 하는가?”라고 물었을 때 “의사보다 간호사가 더 구하기 힘든 사정이어서 그렇다.”고 이야기 했던 답변을 아직도 잊을 수 없습니다. 심지어 ICU 환경과 같이 비교적 부족할 수 있었던 부분에서도, 여러 전문의 공중보건의사가 투입되었으며 부족하다는 감염내과 선생님보다는 응급의학과, 타 분과의 내과 선생님 등 의기 있는 선생님들께서 스스로 와 중증 호흡기 환자를 지켰습니다. 도무지 이 부족한 수는 어디서 나온 것이며, 정확히 어디서 얼마나 부족했습니까? 저희 공중보건의사가 납득할 수 있는 답을 분명히 주어야 할 것입니다. 

비슷한 정책이 펼쳐지고 있는 간호사의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2017년 기준으로 간호사 역시 인구 1000명 당 활동 간호사 수는 3.5명으로 OECD 평균 6.5명에 비해 최하위권 수준이었습니다. 또한, 의사와 똑같이 수도권 쏠림 현상으로 지역별 격차가 많이 나 서울은 4.5명에 충남은 2.3명에 달합니다. 이런 문제가 이전부터 계속해 있어 왔기 때문에, 지난 10년간 간호사 정원을 증원하여 2008년 1.1만명에서 2018년 1.9만명으로 늘렸습니다. 이때에도 대한병원협회는 이번과 마찬가지로 “중환자를 살리기 위하여”, “환자안전과 양질의 의료서비스 제공을 위하여”라는 일견 듣기 좋은 명분으로 찬성해왔습니다. 하지만 결론은 어떠하였습니까? “처우와 근무환경 개선”이 본질인 문제에 인력만을 증가하자, 질 나쁜 일자리만 양산되었으며 결국 낮은 처우와 힘든 근무환경에 취업을 포기하거나 다른 일로 전환하는 등 현재는 절반에 가까운 유휴인력, 즉 “장롱면허”만이 늘어나며 사태가 더 악화되고 있을 뿐입니다.

대한병원협회의 의사 인력, 간호사 인력 증원, 간호조무사 활용 주장 등은 국민을 위한 방안이 아닌 병원의 경영자의 이익을 위한 주장입니다. 전공의들이 과중한 근무시간에 시달리거나, 간호사들이 배려 없는 2교대, 야간·휴일 근무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공의들은 피교육자라는 신분 때문에, 간호사들은 쉽게 대체될 수 있는 구조 때문에 일말의 저항조차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구조적 현실 속에 병원들은 신규 간호사를 2-3년 간만 이용하듯 고용하고 다시 신규 간호사로 대체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간호사의 평균 근무연수는 5.4년이며, 신규 간호사의 1년 내 이직률은 33.9%에 달하며, 그 이유로는 열악한 근무환경과 노동강도가 39.9%로 가장 많았고, 낮은 보수가 26.8%로 뒤를 이었습니다. 겉으로는 그럴 듯해 보였던 증원 논리 속에 이렇게 병원의 “이윤 추구 논리”가, “영리화 논리”가 숨어 있었던 것입니다. 이제는 그늘 뒤의 진실에 주목해야 합니다.

국민건강의 입장에서도 우려할 만한점이 많습니다. 대개 사람의 생명을 다루기 때문에 난이도가 높을 수밖에 없는 보건의료서비스는 좋은 교육제도와 일정 기간의 직장내훈련(OJT, On-the-Job Training)을 통하여 질이 높아지게 되는데, 아무래도 지금과 같이 소모품 같이 의료인력을 이용하여 빠르게 손이 바뀌는 환경 속에서는 매번 새로운 이가 일을 맡을 수밖에 없어 최선의 서비스는 제공될 수 없습니다. 이러한 병원의 구조 속에서 발생한 피해는 알지도 못한 채 국민들이 지불하고 있었습니다. 보건의료근로자는 착취되고, 국민건강은 외면된 채, 겉으로만 공공성을 외쳐온 행위가 계속된 것입니다.

이제 “이윤 추구 논리”가 “위선(僞善)의 공공성”과 결합하여 의료취약자들에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민간병원, 공공병원에서 근무하는 공중보건의사가 신분상의 이유로 24시간 온콜 강요, 과도한 업무 분배, 폭언·폭행 및 위협 등으로 고통 받고 있습니다. 실제로 올해에도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로 직·간접적으로 접수된 민원이 십 수건이 넘어가고 있으며, 정말 심각한 사례도 보고되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코로나19 사태가 어느 정도 진정된 후 많은 보건소 의사들이 일터를 떠나는 것을 보셨을 것입니다. 지금도 열악한 공공의사의 처우를 개선하지 않은 채 단순히 수를 늘리는 지역의사가 10년 간의 의무 복무 속에서 일한다면, 이 상황은 악화될 것이 분명합니다. 의무복무 동안 조금이라도 좋은 자리를 찾아 1년 혹은 수년 단위로 지역 내에서 이동하는 의사 속에 진료의 연속성은 무너지고 국민건강과 의료서비스의 질은 또다시 외면되어 버릴 것입니다. 의사도, 환자도 불행하게 되는 것입니다.

1980년 제정된 공중보건의사 제도의 근간인 「농어촌 등 보건의료를 위한 특별조치법」은 아직 경제적으로 부족하고, 성숙되지 못한 보건의료체계에서 우리나라에 무의촌을 위한 가뭄 끝 단비와도 같은 역할을 했던 것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바야흐로 2020년, 오늘 날 한국은 경제적으로 OECD 회원국 중 10위에 해당하며, 코로나19 사태를 잘 대응해낸 성숙된 보건의료체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같은 재원이 투입된다면, 다른 방식으로 의사와 환자가 모두 행복할 수 있는 길이 분명히 존재합니다. 현대적인 경영과 행정이론에서 성과달성을 위하여 좋은 처우와 근로환경을 통해 높은 역량과 창의성 있는 인재를 길러내고자 하는 것에 비해 너무 반대 방향으로 달려가고 있습니다. 개인의 자유를 지나치게 억압하는 구조 속에서 높은 역량을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지역의사의 처우와 근무환경 개선 등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여, 의욕 있고 실력 있는 의사로부터 “환자가” 진료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사라지고 있는 것입니다.

공중보건의사는 각 지역의 보건사업과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정책과 관련된 의견을 내는 등 의사 중 보건과 가장 밀접한 직역 중 하나입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에 있어 1월 초부터 스스로 공부하여 지역의 방역대책에 조언하고 중심역할을 하며, 적시에 역량을 발휘하여 대구·경북 대규모 감염 상황을 성공적으로 봉쇄하는 등 최선의 역할을 다해왔습니다. 보건의료정책에 언제나 관심을 가지고 참여할 수밖에 없는 우리이기에, 눈앞에 보이는 위선(僞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직접 의료취약지의 환자를 40년 간 마주하고 있는 저희로서는 앞으로 간호사 인력에게 있었던 일이 똑같이 지역의 의료취약지에서 일어날 미래에 참담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긴박했던 2월 20일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사회를 지키기 위해 불확실한 감염병의 전장으로 달려가던 마음과 똑같은 외침으로, 의사로서의 전문가적 양심과 헌신 아래에 대한병원협회의 의사 증원 정책 찬성에 철회를 요구합니다. 환자는 서비스 및 의학적으로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받을 권리가 있으며, 의사 역시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먼저 생각하고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진료환경에서 근무하고 싶습니다. 보이지 않게 병원을 제외한 모두가 불행해지는 이 정책 찬성에 결연히 반대합니다.

대한병원협회는 보건의료근로자, 국민건강, 공공성을 외면하는 정책 찬성 입장을 철회하라.

감사드립니다.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2020. 07.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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