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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의대협 호소문]

2020.09.11.


비바람이 불었습니다.

2020년. 학생들은 치열하게 고민하고 싸웠습니다. 누구보다 먼저 의견을 수렴했고, 공청회를 열었으며, 목소리를 냈습니다. 대내적으로는 인식의 제고를, 대외적으로는 의료정책의 정상화를 위해 바쁘게 움직였습니다.

우리는 그저 앞으로 책임져야 할 환자 앞에 떳떳한 의사가 되고 싶었습니다. 전문가 집단이 철저하게 배제된 정책에 항거했고, 당정청이라는 거대한 벽이 던지는 폭거에 맞섰습니다. 비와 땀에 절어도 거리로 나서 피켓을 들고 묵묵히 자리를 지켰습니다.

학생들을 시작으로 의료계 모두가 움직였습니다. 완벽히 원하는 내용과 절차는 아니었지만 당정과 합의도 이뤄냈습니다. 선배님들은 병원과 학교로 돌아갔습니다. 학생들은 홀로 남아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었습니다.


당정과의 합의는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망가졌습니다. 의협 회장에 대한 신뢰는 무너졌고, 대전협의 결정에 슬퍼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마저 멈출 수는 없었습니다. 빛나던 우리의 투쟁이 역사의 먼지에 파묻혀 퇴색되기 전에 움직여야 했습니다.

우리는 남은 명분이 없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을 받습니다. 구제만을 위한 이기적인 투쟁이라며 비난과 질타가 이어집니다. 그렇지만 연대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흐트러지지 않는 오와 열로, 온전히 스스로의 권리인 수업 거부와 동맹 휴학, 국가시험 거부를 유지했습니다.

정치를 모르는 청년들은 분노하며 스스로 되물었습니다. 왜 투쟁했고 무엇에 싸웠는지 되돌아봤습니다. 냉철한 이성으로 현실을 똑바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새로이 뜬 눈으로 의료를 해하려는 움직임을 바라봅니다. 또다시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려 슬그머니 움직일 때 다시금 연대를 부르짖을 것입니다. 다시금 투쟁할 것입니다.


2000년과 2014년의 역사를 봅니다. 정당한 목소리를 내려 학교와 병원을 떠나야하는 아픔을 봅니다. 그 오욕을 되풀이하지 않으려 얼룩진 옷매무새를 바로 합니다. 승리도 중요하지만 승전고를 울리는 것도 중요합니다. 2020년, 오늘 우리의 승전고는 건설적이고 합리적인 의료 정책 추진을 항시적으로 감시, 운영할 수 있는 의료계의 감독기구임을 천명합니다.

학생으로 시작해서 학생으로 끝내겠습니다. 선배님들, 이 조용한 투쟁에 부디 함께해주십시오. 외로운 낙동강 오리알이 아니라, 건실한 둥지에서 떳떳한 의사로 클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선배님들과 스승님들께읍소합니다. 저희와 함께 두 눈을 부릅뜨고 감시해주십시오.

우리 자신을 내려놓음으로 일궈낸 비옥한 토양 위에, 건강한 의료를 선배님들과 함께 길러나가고 싶습니다. 언제나처럼 선배님들과 함께하여 우리를 올바른 길로 이끌어주시리라 믿습니다. 올바른 의료를 위해 움직였던 투쟁의 유일한 이유를 우리 몸에 다시금 아로새기며, 함께해주시길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2020.09.11.
대한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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