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회(대한의학회 세부 분과전문의 제도인증운영위원장)
'전임의'란 전문의를 획득한 이후 특정 세부 분야에 대해 더 깊이 있는 의학 지식과 의료 기술을 습득하기 위해 전공의 이후에 추가적인 수련 교육 과정을 밟고 있는 의사를 말한다. 임상강사 등 다양한 용어로 불리우지만 의료계에서 가장 흔히 통용되는 '전임의'로 칭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40여 년 전 초창기 일부 대학병원의 내과, 외과 등에서 전임의 제도를 도입한 취지는 좀 다른 측면이 있지만, 이후에 현재와 같이 전임의 제도가 확대 되고 많은 분야와 병원에서 활성화 된 것은 임상의학분야가 크게 발전하면서 의료계와 사회가 보다 깊고 전문성이 강화된 지식과 술기를 요구하게 됨으로써 가능했던 것이다. 현재 전임의로 근무하고 있는 전문의는 전국에 3,000명을 훨씬 상회하고 있다.
대개 2년 수련과정을 밟고 있다 하여도 엄청난 수의 고급 의료 인력이 전문의 이후에 추가적인 수련을 받고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임의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아무런 법률적 정의가 내려져 있지 않다. 이에 의료 인력의 관리를 맡고 있는 보건복지부가 그 중요성을 인식하고 2014년도에 대한의학회 용역으로 국내 전임의제도 실태에 대한 연구를 시행하게 되었다. 의학회 연구팀은 전국 수련병원과 회원학회 등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와 방문 인터뷰 등을 통해 현황을 파악하고 일부 전임의들과 인터뷰를 시행하는 등 현장감 있는 연구조사를 시행하였다. 필자는 연구 결과를 근거로 전임의 제도에 대한 문제점과 과제를 몇 가지 짚어 보고자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의과대학 졸업생 수만큼의 전문의가 매년 배출된다. 그 전문의 취득자의 50% 이상이 전임의 과정을 밟고 있다. 물론 전문과목에 따라서 많은 차이가 있겠지만 내과, 외과 등 주요 전문과목은 이 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 전체 전임의 중 2/3는 서울 소재 5~6 개 대형병원에 집중되어 있어서 서울 집중 현상이 매우 심하다. 의학회 인증 세부분과전문의 제도와 연계되어 있는 전임의 과정도 있지만, 비인증 제도를 운영하면서 전임의와 연계를 하고 있거나, 아예 세부전문의제도와 무관하게 전임의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분야도 많다. 전임의 수련과정에 대한 구체적인 목표와 수련 내용, 기준 등을 들여다 보면 인증제도와 연관되어 있는 경우가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비교적 잘 확립되어 있는 편이지만, 전반적으로 표준화가 되어 있지 않고 전임의들의 인식에도 큰 편차가 있다. 또한 전임의 수련이 확대되면서 상대적으로 전공의 교육이 점차 위축되어 가고 있고, 전공의 수련과 전임의 수련의 목표와 내용의 경계가 불명확하게 되었다.
본 연구를 통하여 우리가 갖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점이 드러났다. 우리나라의 의사 수련체계는 거의 대부분의 의사들이 전문의가 되는 체계이다. 이제는 그것도 모자라서 대부분의 전문의가 전임의 까지 수련을 받게 되는 상황이 되었다. 의대생, 의사들의 교육, 수련 기간이 장기간인데다 군복무 기간도 다른 직종 보다 길고 전임의 까지 하게 된다면, 수련기간에 대한 효율성에 대해 재고를 할 필요가 있겠다. 일차진료가 활성화 되고 이를 담당할 임상의사(일반의)가 많이 양성되어야 하는데 의과대학을 졸업하거나 인턴만 마친 일반의가 할 수 있는 일차진료를 지금처럼 전문의들이 하게 되면 이들이 받은 전공의 교육은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볼 수 밖에 없다. 의과대학 교육 목표는 졸업과 동시에 일차진료의 역량을 갖추도록 하고 있지만 현실이 그렇지 못한 것도 원인 중 하나이고 전공의 T/O가 의과대학 졸업생 수 보다 많아서 각 분야의 전공의 T/O가 너무 많은 데도 원인이 있다. 각 전문분야에서 익혀야 할 지식과 술기가 점차 방대해지고 세부분야가 발전하면서 전공의들은 전문분야의 전반적인 것을 습득하기에는 역부족이 되었다. 따라서 자발적으로 또는 의료계의 필요에 의해 추가 수련을 위한 전임의제도가 도입되고, 나아가 전임의의 역할이 점차 확대 되면서 전공의는 교육 수련의 기회가 위축되었다. 결국 전문의가 되어도 독립적인 진료를 하기가 어려워지는 악순환 현상을 보이게 되었고 전문분야에 따라 상당한 차이가 있겠지만 이러한 현상은 주요 전문과목 분야에서 더욱 두드러져 보인다.
전임의 수련 과정이 여러 측면에서 매우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질 관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분야뿐만 아니라 병원에 따라서도 전임의의 교육 수련 과정, 여건, 처우 등이 너무 다양하고 심한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집중되어 있는 등의 다양한 문제점 때문에 일반적 기준 설정 등 표준화 작업이 현재로서는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전임의 현황에 대한 연구를 통하여 밝혀진 향후 추진될 필요성이 있는 과제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전임의’에 대한 개념이 좀더 명확히 정리되어야 한다. 그에 따른 전임의 수련의 목표, 교육과정, 평가와 인증 등이 제대로 이루어져야 그 과정이 법률적으로 사회적으로 인정 받고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비록 현재는 일부 분야의 전임의 만이 세부분과전문의제도와 연계하여 비교적 잘 관리, 수행되고 있으나 향후 인증제도가 확대되고 다양화되면서 전임의제도가 체계화된 자격인증제도로 자리잡고 적어도 신인도가 높은 권위 있는 전문가 집단, 또는 정부가 인정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둘째, 전임의 수련과정은 국가적으로 가장 효율적인 의료체계와 의료인 수급을 위한 전반적인 의사 교육수련과정의 일환으로 함께 검토되어야 하겠다. 의과대학 졸업역량이 실질적인 일차진료가 가능하도록 의과대학 교육의 내실화를 위한 개혁이 필요하고, 정부는 일반의의 일반진료가 활성화 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 줘야한다. 전공의 T/O를 대폭 줄이고 전문의 진료는 전문진료가 필요한 경우로 제한함으로써 일차진료와 전문진료에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의학발달에 의한 세부전문화가 가야 할 길이라면 역시 전문진료와 세부전문진료를 구분하도록 하고 전문의 중에 일부만 세부전문 수련을 받도록 하고 그 여건을 조성해야 할 것이다. 상당수의 전문의들이 세부전문을 위해 전임의를 한다면 인턴을 없애고 전공의 기간도 줄이면서(예를 들어 4년에서 3년으로) 전임의 수련 (2년)을 앞당기는 조기 세부전문 수련을 고려해 볼만하다 (전체 7년을 5년으로 단축). 다른 나라에서는 찾기 어려운 군복무 기간 3년은 절정기의 능력을 발휘할 젊은 의사들이 완성된 의사로서 우리 사회와 의학연구 분야를 위해 공헌할 시기를 늦추게 되는 안타까운 일이다. 군복무는 별도의 문제지만 기간을 재고하든지 군 복무를 하며 진료뿐만 아니라 연구 등 다양한 공헌을 하며 자기계발을 계속할 수 있도록 하는 체계 개선이 필요하다고 본다.
셋째, 현실적으로 당면한 시급한 문제는 전공의 수련과 연계된 문제 해결이다. 전공의와 전임의 수련의 목표를 명확히 구분하고 앞서 언급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전임의 활성화가 필요하긴 하지만 그것이 전공의 역할 축소에 따른 전공의 교육의 부실화, 전문의의 독립 진료역량 부족 등으로 이어진다면 아무 효력 없이 의사 교육 수련에 추가적인 기간만 낭비하는 사회경제적 손실을 가져오게 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전임의에 대한 처우에 대해 늦기 전에 모두 함께 고민해 보아야 할 것이다. 병원들은 싼 인력으로 병원을 운영하기 위해 전임의를 고용하는 것은 아닌지, 이들 전문의에 대한 대우가 곧 고용인 의사들 자기자신의 위상을 말하는 것일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전공의는 협의회 등 권익을 대변하는 단체가 있고 이들의 처우개선이 사회 이슈가 되 있는 반면, 전문의가 되어 1-2년 근무하는 전임의들은 권익 단체도 없을 뿐더러 그들에 대한 처우는 전공의 문제에 가려져 전임의의 근무조건은 더욱 악화된 바 없지 않다. 독립적으로 전문진료를 할 수 있는 전문의로서 첫 발을 내딛는 젊은 우리 동료들에게 너무 관심이 적지 않았나 생각해 보고, 국민들 모두가 관심을 갖기를 기대하기에 앞서 의료인들, 의료인단체가 전문의로서 이들이 합당한 대우를 받고 있는가를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출처 ; 대한의학회 e-뉴스레터 No.58 (2015년 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