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anced Materials 표지논문 발표, “한 단계 진화된 위조방지 기술”
사람의 지문을 먼지만한 크기로 모사한 복제 불가능한 위조 방지 신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되었다. 이 기술은 한 단계 진화된 위조방지 기술로 평가된다.

서울대 권성훈 교수(39세)와 경희대 박욱 교수(36세)가 주도하고 서울대 배형종, 배상욱 박사과정생 등이 참여한 이번 연구는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의 학문후속세대양성사업(대통령 Post-doc 펠로우십)의 지원으로 수행되었고, 재료과학 분야의 권위지 ‘Advanced Materials’ 최신호(3월 25일자)에 표지논문으로 게재되었다.
지금까지 위조방지를 위해 상품 표면에 붙이거나 상품 속 내용물과 섞어서 사용하는 다양한 마이크로식별자*가 개발되었다.
* 마이크로식별자(microtaggant) : 어떤 물건을 추적하거나 위조를 방지하기 위해 사용되는 크기가 매우 작은(마이크로크기, 백만분의 1미터) 입자

그러나 기존의 마이크로식별자들은 바코드처럼 예측이 가능한 코드부여방식이여서 쉽게 복제되는 한계가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물체가 고유하게 지니고 있는 특성(예, 종이표면에 있는 섬유구조)을 코드로 활용하는 위조방지 기술들이 개발되었으나, 코드해독방식이 까다롭거나 다양한 상품에 적용하기 어려운 단점이 있었다.
또한 이러한 방식들은 원하는 대로 코드를 조절할 수 없어 사용목적에 따라 다양하게 식별자를 개발할 수 없었다.
연구팀은 효과적인 위조방지를 위해 사람의 지문을 모사하여 복제가 불가능하면서도 코드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는 ‘인공 미세지문’을 개발하였다.
이 인공지문은 마이크로(백만분의 1미터) 크기의 식별자에 자연 주름을 넣고, 그 안에 랜덤하게 존재하는 특징점*들의 분포를 기존의 지문인식방법을 그대로 적용해 읽어낸다. 각각의 인공지문은 주름 형성과정에서 예측 불가능하게 만들어졌기 때문에 복제가 불가능하다. 즉, 마이크로식별자 자체가 복제할 수 없도록 만들어져 위조품 생산을 원천적으로 봉쇄할 수 있다.
* 특징점(minutia) : 연속되는 융선과 중간에 끊어지는 끝점 및 2개의 융선이 만나는 분기점을 특징점이라 함. 특징점은 사람마다 다르며, 지문 인식은 특징점의 위치와 개수를 DB화하여 비교 조사하는 것임
특히 연구팀은 폴리머* 입자의 물성을 이용해 주름을 조절하는 방법을 개발하여, 패턴의 랜덤성은 유지하면서도 코드 보안등급(단위면적당 특징점들의 개수)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보안 특성에 따라 고사양의 현미경부터 휴대폰 카메라 등 다양한 장치로 인공지문을 인식할 수 있도록 하여 실용성을 높였다. 아울러 인공지문의 외형을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어 실제 제품에 사용할 때 외형에 따른 분류가 가능하도록 하였다.
* 폴리머 : 한 종류 또는 수 종류의 구성단위가 화학결합으로 중합되어 연결된 고분자 화합물. 여기서는 광경화성 단위 물질에 자외선을 조사하여 폴리머 입자를 합성함.
박욱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인공지문이 지폐, 제약 및 고가의 귀중품 등에 다양하게 활용되어 위․변조 행위를 원천적으로 근절하는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연 구 결 과 개 요
1. 연구배경
국제적으로 화폐, 의약품 등의 위조시장 (counterfeiting markets)은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으며 이를 방지하기 위한 위조방지 기술들 (anti-counterfeiting strategies) 또한 이에 대응하여 진화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마이크로식별자(microtaggant) 기술이 부각되고 있는데, 이는 특정 정보가 특정 코드 형태로 새겨진 마이크로미터 크기의 입자로서 원재료나 제품에 첨가되어 위조 방지 기능을 수행한다. 그러나 기존에 개발된 마이크로식별자들은 코드를 부여하는 방식 자체가 예측 가능하여 같은 코드를 가지는 마이크로식별자를 복제해 낼 수 있다. 따라서 진정한 의미에서의 위조방지용 보안 식별자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같은 코드를 만들어 낼 수 없게 하여 마이크로식별자 자체의 복제가 불가능 하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예측 불가능한 코드 부여방식을 사용해야 하는데, 물리적 복제방지 기능 (physical unclonable function, PUF)이 대표적이다. 이는 물체 자체에 물리적으로 입각되는 예측 불가능한 정보로, 읽기는 쉬우나 복제가 불가능한 특징을 가진다. 기존에 물리적 복제방지 기능을 통해 코드를 부여해서 마이크로식별자로 사용할 수 있는 기술들이 개발되었지만, 이러한 위조방지 기술들은 적용시킬 수 있는 상품이 제한적이거나 사용 목적에 따라 마이크로식별자의 기능을 조절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하지 못하는 한계를 가진다. 본 연구에서는 복제 불가능하면서도 코드 조절이 가능한 마이크로식별자를 제작하여 다양한 제품에 보편적으로 사용 될 수 있는 한 단계 발전된 위조 방지 기술을 제시하였다.
2. 연구내용
본 연구에서는 자발적으로 형성된 주름 패턴을 코드로 하고 지문 인식 방법을 이용해서 안정적으로 정보를 추출할 수 있는 마이크로식별자를 제작한 후, 여권, 시계 등의 제품에 부착하여 위조를 방지하는 기술을 시연하였다.
지문은 사람마다 서로 다른데 이는 태어나기 전에 이미 결정 되고 평생 동안 변하지 않는 특성을 가진다. 이러한 지문을 인식하는 데에는 지문 내에 존재하는 특징점(minutia) 들의 위치나 방향성을 이용하는데, 대표적으로 융선의 단점(ridge ending)과 분기점(ridge fiburcation)이 있다. 주름패턴 형성 과정은 예측 불가능한 융선들의 분포를 만들어내기 때문에 사람마다 고유한 지문이 생성되는 것과 유사하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마이크로입자에 주름패턴을 형성하여 복제 불가능하며 고유한 식별자로 활용할 수 있는 인공지문을 개발하고자 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이러한 주름패턴이 새겨진 마이크로식별자를 제작하기 위해서 광미세유체 마스크리스 리쏘그래피 (Optofluidic maskless lithography, OFML) 기술과 실리카코팅 방법을 이용하였다. OFML 장치는 digital micromirror device (DMD)에 의해 패턴되어 반사된 자외선을 현미경 렌즈를 통해 광경화성 폴리머 액체에 투사하여 원하는 모양으로 마이크로 입자를 제작할 수 있는 장치이다. 광경화성 폴리머 액체에 형광 물질을 섞은 후 자외선을 조사함으로써 폴리머 마이크로입자를 만들고, 용액 상에서 그 표면을 실리카로 코팅하여 코어쉘 구조로 만든다. 마지막으로 이 마이크로입자를 건조시키면 수축하는 폴리머와 단단한 실리카 필름 사이에 발생하는 부정합 변형(mismatched strain) 때문에 표면에 주름 패턴이 형성된다. 따라서 수많은 서로 다른 고유한 주름 패턴을 가지는 마이크로식별자를 한 번에 제작할 수 있다.
주름 패턴은 지문인식 알고리즘을 그대로 적용하여 분석이 가능하다. 먼저 공초점현미경을 이용해서 입자 표면의 주름 이미지를 얻고 이로부터 융선 패턴을 획득한 후 지문인식 알고리즘을 적용하여 특징점들의 위치와 방향을 추출할 수 있었다. 또한 각 마이크로식별자로부터 추출되는 특징점들의 개수가 사람의 지문에서 추출할 수 있는 개수보다 훨씬 많기 때문에 충분한 수의 코드 생성이 가능하였다. 따라서 이 주름 패턴을 가지는 마이크로식별자를 인공지문이라고 명명하였다.
인공지문은 코드의 랜덤성은 유지하면서도 코드의 보안 등급을 조절이 가능하다. 보안 등급은 단위면적당 특징점의 개수에 따라 구별할 수 있는데, 본 연구에서는 이 특징점의 밀도가 주름 패턴의 간격에 반비례한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그런데 주름 패턴의 간격은 인공지문을 제조하는 과정에 있어서 실리카의 두께와 폴리머 입자의 경화된 정도에 따라 쉽게 조절이 가능하였다. 따라서 필요에 따라 다른 수준의 보안 등급을 가지는 인공지문 제작이 가능하다. 또한 광미세유체 마스크리스 리쏘그래피를 이용하여 마이크로입자의 모양을 원하는 대로 디자인 할 수 있기 때문에, 인공지문을 위조방지를 위해 제품에 적용시킬 때 그 외형에 따라 분류해서 효율적인 사용이 가능하다.
인공지문은 상호상관(cross-correlation) 값을 분석하여 실제로 고유한 패턴을 제공한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또한 사람의 지문과 인공지문 각각에 대해서 융선의 단점들의 방향성을 분석하여 비교해 보았을 때 인공지문이 훨씬 랜덤한 분포를 보였다. 이러한 결과들을 통해 인공지문이 실제 지문보다 더 높은 수준의 개별성을 제공해 줄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하였다.
인공지문을 여권, 반지, 시계 등의 제품에 부착한 후, 인증 과정을 시연하였다. 먼저 주름이 패턴된 마이크로식별자를 제품 표면에 올린 후 현미경으로 인공지문을 관찰하고 이로부터 특징점들을 추출하여 식별하였다. 이 때 인공지문의 보안 등급에 따라 공초점현미경과 같은 고사양의 장비를 이용해야만 식별이 가능할 수도 있고 시중에서 쉽게 구입 가능한 휴대용 현미경을 핸드폰에 부착해서 식별할 수도 있다. 이처럼 인공지문을 이용한 위조방지기술은 기존의 물리적 복제방지 기능에 기반한 마이크로식별자에서는 제공할 수 없었던 다양한 코드해독 방식을 지원한다. 또한 인공지문이 반복적인 수축/팽창 또는 고온에서도 손상되지 않고 코드를 잘 보존하는 것을 확인하였다.
3. 기대효과
본 연구를 통해 지문을 모사하여 복제 불가능 하면서도 코드 조절이 가능한 마이크로식별자를 제작하고, 위조방지기술로 적용 가능함을 확인하였다. 인공지문은 코드를 자발적으로 형성시키기 때문에 양산성이 좋고, 또한 기존에 잘 정립된 지문인식 방식을 그대로 이용하기 때문에 안정적인 코드 해독이 가능하다. 본 연구에서 제작한 인공지문은 마이크로식별자를 이용한 위조 방지 기술의 보안성과 실용성을 향상시켰고, 뿐만 아니라 일상생활부터 과학수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보안/인증 분야에서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
연 구 결 과 문 답
이번 성과 뭐가 다른가
지문처럼 활용할 수 있는 복제 불가능하면서도 코드조절이 용이한 마이크로식별자 개발
어디에 쓸 수 있나
지폐, 제약, 귀중품 등 다양한 상품의 인증 및 위조방지를 위한 보안기술
실용화까지 필요한 시간은
약 3 년 정도
실용화를 위한 과제는
지문 패턴을 더 간단한 광학 장치로 분석 가능하도록 해야함
연구를 시작한 계기는
2011 선정된 대통령 Post-Doc. 펠로우십 연구과제의 목표가 생체모사 나노하이브리드 마이크로입자 제작으로, 인공지문을 제작하여 위조방지 분야에 적용해 보고자 함
용 어 설 명
1. Advanced Materials 誌
독일의 Wiley가 주관하는 재료과학 분야의 권위 있는 저널로서 화학, 물리, 기능성 재료공학, 나노기술, 세라믹, 금속, 바이오 분야에 특화되어 있고 2013년 기준 impact factor는 15.409를 기록하였다.
2. 마이크로식별자(Microtaggant)
어떠한 물건을 추적하거나 물건의 위조를 방지하기 위해 사용되는 추적 가능한 입자. 크기가 아주 작기 때문에 현미경으로 보아야 그 정보를 식별할 수 있다.
3. 주름패턴 형성(Wrinkle patterning)
줄무늬나 herringbone 등 공학적으로 유용한 패턴 제작 시 값이 비싼 반도체공정장비를 이용해 입각하는 방식과 달리 기판 고유의 물성을 이용해 자가적으로 형성시키는 기술이다.
4. 물리적 복제방지 기능(Physical unclonable function, PUF)
물체 자체에 물리적으로 입각되는 예측 불가능한 정보로 읽기는 쉬우나 복제가 불가능한 특징을 가진다.
5. 광미세유체 마스크리스 리쏘그래피(Optofluidic maskless lithography, OFML)
광 경화성 폴리머 액체가 주입된 미세유체관에 digital micromirror device에 의해 패턴되어 반사된 자외선을 현미경 렌즈를 통해 투사하여 원하는 모양의 마이크로 입자를 제작할 수 있는 장치이다.
그 림 설 명
[그림설명] 사람 지문을 모사한 인공 지문 마이크로식별자. 제작된 마이크로식별자를 물체 표면에 코팅한 후 레이저 스캐닝을 통해 얻은 형광 이미지에 지문 인식 방법을 적용하여 식별자의 코드를 분석하고 제품을 인증한다 (눈금자: 25 ㎛).
제작한 인공지문을 공초점 현미경으로 이미징하는 모습
(왼쪽부터 배형종 박사과정, 배상욱 박사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