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의 전문성과 공익성 강화에 회무의 초점을 두고자 합니다
존경하는 대한의학회 회원 여러분,
저는 지난 4월 1일부터 우리나라 의학계의 대표기관인 대한의학회 제22대 회장의 임무를 시작하였습니다. 시작하는 때의 마음을 초심(初心)이라고 합니다. 앞으로 3년 동안 변치 않도록 다짐하는 의미에서 저의 초심을 밝히고자 합니다.
첫째, 대한의학회의 전통과 원칙을 지키겠습니다.
대한의학회가 1966년에 분과학회협의회로 출범할 당시에는 34개 학회가 회원이었지만, 49년이 지난 지금 회원 학회 수가 160개에 이르렀습니다. 이런 양적 성장뿐 아니라 대한의학회는 우리나라 의(과)학을 대표하는 상징성과 권위를 인정받는 단체로 발전하였습니다.
김성환 초대회장님을 비롯하여, 전종휘, 이문호, 김영명, 김광우, 지제근, 고윤웅, 김건상, 김성덕 전임 회장님, 모두 제가 감히 견줄 수 없는 훌륭한 분들로서 의학회의 전통과 원칙을 이루고 지켜오셨습니다. 특히 지난 3년간 전임 김동익 회장께서는 연구센터와 수련-평가센터를 개설하고 의학회 업무가 제대로 틀을 갖추도록 세무와 노무 규정을 정비하였으며, 전문의 자격시험을 원활히 이양 받는 등 의학회의 조직 구조 개편에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이러한 토대를 기반으로 제22대 임원들은 더욱 효과적으로 회무를 추진하겠습니다. 이 분들이 지켜온 전통과 원칙에 누가 되지 않을 수만 있어도 저는 다행이겠습니다.
둘째, 선택과 집중을 하겠습니다.
여러 가지 의학회 업무 가운데 구체적으로 학술과 졸업후교육에 집중하겠습니다.
우리나라 보건의료 연구 개발 예산은 정부 전체 연구 개발 예산의 6%에 불과할 정도로 열악하지만, 스스로 노력하여 의학 연구 수준을 국제적인 반열에 올렸습니다. 자생력으로 의학 연구가 지속적으로 발전하거나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는 없습니다. 각 부처에 산재해 있는 보건의료 연구 개발 예산의 규모를 늘리고 운영 체계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방안이 마련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더불어 의학회가 할 일은 회원 학회의 학술 활동 방향을 제안하고 지원하며,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도모하며 장애 요소가 있다면 이를 함께 해결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의학회는 이제 기본의학교육보다는 졸업후교육, 전공의 교육에 집중하겠습니다. 기본의학교육 분야에는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 의학교육학회, 의학교육평가원, 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 등이 경쟁적으로 협조하고 있으므로 의학회는 기본의학교육에는 집중하지 않겠습니다. 최근 논의가 뜨거운 50년 이상 지속된 전공의 교육 제도를 합리적으로 개선할 수 있도록 관련 기관과 함께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
셋째, 함께 하겠습니다.
제가 의학회에 관여한 이래로 가슴 아프게 들은 말은 의학회가 '그들만의 잔치'라는 말이었습니다. 이제 의학회의 160개 회원학회들이 '우리들의 의학회'로 느낄 수 있도록 제도와 기능을 마련하겠습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의료인이 국민과 사회의 지지와 존경을 받을 수 있도록 의료계 여러 단체와 적극 협력하겠습니다.
회원학회와 소통을 강화해 학회 운영의 어려움과 필요를 채워주는 역할에 충실하고자 합니다. 학회들이 안고 있는 공통적인 문제나 관심사에 대해서는 중재자와 조정자로서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대정부나 사회단체와의 관계에서 학회가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독려해 나가겠습니다. 아울러 회원학회가 학술단체로서의 공익성과 전문성을 강화할 수 있도록 회원관리와 계도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자 합니다. 그 때문에 회원들에게 더 어려운 요구를 할 수도 있겠지만, 이는 우리의 자존심과 권위를 위한 조처라고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한 가지 예로써 전임 회장님들이 마련하신 전문의제협의회를 활성화하겠습니다. 졸업후의학교육의 안정적인 발전을 모색하여 전공의 수련 프로그램 수립과 평가, 전문의 자격, 세부·분과전문의가 서로 유기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고자 합니다. 특히 전공의 수련과정과 전문의자격시험의 연계 등 중·장기적인 전문의 자격 관리 방안을 작년에 개소한 수련·평가센터와 관련 전문가의 협조를 구해 구체화하겠습니다.
무엇보다도 의료계와 의사들이 사회의 지지와 존경을 받을 수 있도록 의료계 여러 단체와 협력하겠습니다. 설사 의학회가 손해를 보는 일이 있더라도 그 일이 합리적으로 보아 전체 의료계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흔쾌히 감수하겠습니다. 저의 임기 동안에 해결되지 못하더라도 긴 호흡으로 보아 필요한 일이라면 역시 주저 없이 지지하겠습니다.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그리고 여러 의료 단체와 협력하겠습니다.
앞으로 3년 동안 대한의학회의 전통과 원칙에 충실하며, 선택과 집중을 통하여, 함께 발전하는 일에 전력을 다하겠습니다. 학회의 전문성과 공익성을 한층 강화하여 의료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회원님들의 자발적이고도 열성적인 협조를 기대합니다.
대한의학회에 대한 여러분의 사랑과 믿음, 지속적인 격려를 바랍니다.
(출처: 대한의학회 e-Newsletter No. 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