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의 부대사업 범위를 확대는 “의료상업화의 심화”로 의료비 상승 및 의료의 질 하락
한국환자단체연합회(한국백혈병환우회, 한국신장암환우회, 한국GIST환우회,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 한국다발성골수종환우회, 한국HIV/AIDS감염인연대 카노스, 암시민연대)가 공공병원 증가, 비영리병원에 대한 지원 확대 등 공공의료 시스템을 더 굳건히 만드는 정책부터 먼저 추진해야 한다며, 정부의 의료상업화 정책을 반대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다음은 논평의 전문이다.
<논평> 우리 환자단체는 정부의 의료상업화 정책을 반대한다.
정부는 지난 10일 의료 법인의 부대사업 범위를 확대는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고, 의료법인의 부대사업 목적 영리 자회사 설립 및 운영에 관한 가이드라인도 발표했다. 이는 작년 12월 경제부처가 주도한 제4차 투자활성화대책의 후속조치의 일환이다.
의료진의 환자 대상 강매 우려가 높은 건강기능식품 판매업이나 의료기기 구매지원이 부대사업의 범위에서 제외되기는 했지만 전체적으로 평가하면 “의료상업화의 심화”라고 할 수 있다. 의료법인의 부대사업 확대와 영리 자회사 설립 허용은 환자를 치료의 대상이 아닌 수익의 대상으로 전락시키고 의료비 상승 및 의료의 질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병원이 환자를 상대로 광범위한 장사를 하도록 허용하는 것이다.
의료법 제49조는 의료법인에게 허용된 부대사업 범위를 “장례식장의 설치·운영, 부설주차장의 설치·운영, 휴게음식점영업, 일반음식점영업, 이용업, 미용업 등 환자 또는 의료기관 종사자 등의 편의를 위하여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사업” 등으로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이는 의료법인이 설립목적에서 벗어나 수익을 위한 부대사업을 함부로 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법 예고된 의료법 시행규칙 제60조 개정안에는 외국인 환자 유치를 위한 숙박업, 여행업, 국제회의업, 제3자 대상 건물임대업 등 의료법 제49조의 입법취지를 벗어난 부대사업까지 포함하고 있다. 이러한 부대사업은 당연히 의료법 개정사항이다.
정부는 외국인 환자 유치 활성화를 위해 의료관광호텔에 진료과목별로 전문성을 보유한 의원급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성형·미용 목적으로 우리나라를 방문한 외국인 환자의 편의를 위한 것이지만 관광호텔에 의원까지 개설하는 것은 서로 궁합이 맞지 않다.
또한 병원과 의료 관련 회사들이 서로 손잡아 영리 자회사를 만들게 되면 그 자회사를 통해 자신들이 연구․개발한 의약품․의료기기를 그 병원에 독점적으로 납품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 상황에서 영리 자회사로부터 비싼 의료기기라도 들여온다면 그 비용을 다 뽑아내기 위해 과잉진료가 일어날 것은 너무나 당연한 수순이다.
정부는 병원의 영리 자회사들이 돈을 많이 벌어 병원의 수익성을 높이고 경영을 정상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자본주의 경제 하에서 영리기업이 자선회사가 아니고 투자자들이 자선독지가가 아닌 이상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하겠는가. 오히려 병원은 자기의 이윤추구를 위해 더욱 영리화되고 상업화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의료상업화 정책이 아닌 공공병원 증가, 비영리병원에 대한 지원 확대 등 공공의료 시스템을 더 굳건히 만드는 정책부터 먼저 추진해야 한다. 하지만 이제까지 정부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우리 환자단체들은 의료가 지나치게 ‘영리화’되어 있는 한국의료공급체계의 가장 큰 문제점을 ‘지나친 상업화’라고 생각한다. 한국의료체계는 구조적으로 모든 동네의원과 병원의 절반이 개인사업자로서 이미 영리활동을 통한 이윤추구에 목을 메야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또한 나머지 병원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비영리법인인 학교법인, 사회복지법인, 공익법인, 의료법인 등도 병원에 운영비 지원을 하기보다는 병원이 새로운 비급여의 개별 및 확대를 통해 스스로 생존해 가고 있는 실정이다. 즉 개인사업자나 비영리법인 모두 영리추구가 최대의 관심사이다.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는 의료시스템의 상업화를 부추겨왔고 현재 국민의 입장에서는 사회보험제도를 선택하고 있지만 이미 한국의료시스템은 돈 없으면 병원에 가기 어려운 현실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의료법인의 부대사업 범위를 확대하고 영리 자회사 설립을 허용하겠다는 정부의 발표는 ‘지나친 의료상업화’가 가장 큰 문제인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의 해결책이라기보다는 상업화를 더욱 악화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할 것이다. 따라서 우리 환자단체들은 의료상업화를 부추기는 정부의 의료법인의 부대사업 범위 확대 및 영리 자회사 설립 허용 방침에 반대함을 분명히 밝힌다.
2014년 6월 11일
한국환자단체연합회(한국백혈병환우회, 한국신장암환우회, 한국GIST환우회,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 한국다발성골수종환우회, 한국HIV/AIDS감염인연대 카노스, 암시민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