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아진 사회적 요구에 따른 의사 전문성 강화 차원에서 접근해야
이선우 충남의대 정신건강의학 ·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졸업후교육발전위원장
- 1. 의사 중심에서 환자 중심 진료로의 패러다임의 변화
- 20세기 중반을 넘어서 많은 질병들의 원인을 과학적으로 찾아 이를 치료하거나 관리하여 질병으로 인한 인간의 고통이 획기적으로 줄고 평균
수명이 비약적으로 늘어났다. 이러한 의료기술의 엄청난 발전에도 불구하고 의료선진국에서조차 의사에 대한 평가가 그렇게 좋은 것은 아니었다. 복잡한
의사-환자-사회에서 일어나는 의료라는 매우 복잡한 과정을 ‘질병 그 자체’에만 초점을 맞추어 ‘질병을 가진 환자’를 보지 못한 결과였다는 반성이
일어났다. 1993년 영국의 Tomorrow’s Doctor, 1996년 WHO의 Frontline doctors of
Tomorrow(Five-star doctor), 1998년 미국학장협회의 MSOP 보고서 등에서는 인문사회의학 교육의 중요성, 의사-환자
관계의 중요성, 의사로서의 평생학습 능력, 봉사 정신, 지식, 기술, 태도 습득의 중요성을 지적하였고, 역량중심 성과바탕 학습을 제시하게
되었다. 이는 고전적인 의사의 치료 실력 외의 다재다능한 능력을 가진 의사의 출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즉 미래의 의사는 환자, 사회, 동료와
잘 소통하며 높은 윤리수준으로 전문가적 직업성으로 무장한 환자 중심의 진료가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다.
비록 20년 전에 시작된
주장들이지만 최근 급격한 인터넷의 발달로 전문 정보의 공유가 손쉬워지며, 의료도 소비의 개념으로 바뀌어 환자의 알권리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보다 대등한 의사-환자 관계로의 욕구를 살펴볼 때 매우 시기 적절한 주장이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 2. 기본의학 교육과정의 인료인문학, 전공의 수련과정의 공통역량 교육의 필요성
- 의학교육 선진국에서는 이미 20년 전부터 기본의학 교육과정에 의료인문학 과정이 포함되었고, 우리나라에서는 10여 년 전부터 각 의과대학
교육과정이 시작되어 제 2주기 의과대학 인정평가에서는 기본의학 교육과정에 필수 교육과정을 차지하기에 이르렀다.
전공의 수련과정에서는
의료인문학이 보다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환자 진료의 측면이 더욱 더 부각되면서 소위 “공통역량”이라는 이름으로 바뀌게 된다. 미국의 ACGME,
영국 GMC, 캐나다의 CanMed에서 제시하는 전공의교육 수련과정의 핵심 역량 중 상당수가 공통역량으로 구성되어 있고 이러한 공통역량을 전공의
수련과정 중에 평가하고 전문의 취득에서 반영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전공의 수련과정 중에 공통역량 교육의 실시는 일부 분야에서만
부분적으로 이루어지는 정도이다. 이는 전공의 교육수련에서 공통역량의 정의와 교육과정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최근에 이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어
전공의 수련과정에서의 공통역량 교육의 도입과 평가가 공론화 되고 있고, 더욱이 역량중심 성과바탕으로 논의되고 있는 부분은 매우 바람직한 일로
판단된다.
- 3. 의사 일생에 걸친 교육과정의 확립이 필요
- 전공의 공통역량 교육은 기본의학 교육과정에서부터 시작되지만 전공의 수련과정중에 실제 환자 진료에 임하면서 실천되고 습득하게 되며 더
나아가 전문의 취득 후 전문직업성평생개발(CPD) 교육을 통하여 완성되어, 의사의 전 일생에 걸쳐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축척되며 완성되어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할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교육과정을 큰 틀에서 연속적으로 일목요연하게 구축하여 평생 교육과 자기 개발 과정의 큰 맥락으로 보는 것이
필요하다.
의사 교육과정이 가장 앞선 캐나다의 CanMed에서는 자국 의사가 가져야 할 핵심 역량을 의료전문가, 대화자, 협력자, 관리자,
건강 수호자, 의학자, 프로페셔널리즘의 7개 핵심역량으로 도출하여 의과대학 때부터 전문의 취득 후까지 의사의 일생에 걸쳐 발전하고 축척되며
완성되어지는 큰 교육과정을 제시하였다. 우리나라에서도 세계의학교육연맹의 권고에 따라 2014년 “한국의 의사상”을 제정하여 크게 5개의 핵심
역량(환자 진료, 소통과 협력, 사회적 책무성, 전문직업성, 교육과 연구)을 도출하였고 이를 의과대학 교육과정, 전공의 수련과정, 평생직업전문성
교육에 반영하여 교육 실시를 제안한 바 있다.
- 4. 공통역량 교육은 사회의 높아진 요구에 대한 의사들의 전문가적 정신에 입각한 책임과 의무
- 환자의 입장에서 과거의 의사들에 비하여 소비자 눈높이에 맞는 다양한 능력을 가진 의사의 출현은 사회적 숙명이었던 것이다. 공통역량 수련은
사회의 요구와 필요에 대한 전문가 집단의 약속과 책임이라는 인식으로 이를 수련과정에 정식으로 도입하기 위하여 우리나라 각 의료 단체의 소통과
협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교육수련을 갖추기 위하여 관련된 단체, 기관 및 개인의 관심과 이해가 모두 필요한데, 가장 중요한 점은 공통역량
교육수련은 사회와 시대의 요구가 반영된 보다 높은 수준의 자격보증제도라는 것이다.
- 5. 공통역량 수련비용은 미래 의료자원을 위한 사회적 비용이므로 사회가 부담해야
- 공통역량 교육 포함 전공의 수련에 대한 비용을 우리나라에서는 사회가 부담하고 있지 않다. 대부분의 외국에서는 전공의 수련비용을 미래의
중요한 의료 자산을 만드는 사회적 비용으로 보아 적극적인 지원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의사들의 자발적인 전문가적 정신에 입각한 노력에는
정말 많은 인적, 물적, 시간적 비용이 필요하므로 국가와 사회는 그 비용이 바로 국가와 사회에 대한 투자임을 이해하고 이에 대한 비용을 아낌없이
지원하는 것이 마땅하다. 특히 공통역량 교육은 현재 선진국과 엄청난 격차가 있는 상태이고, 공통역량의 상당수는 실제 성과 바탕 수련이 도입이
되어도 쉽게 임상에서 구현되지 못하는 부분이 많다. 소위 이를 전담할 “전공의 공통역량 수련을 위한 의학연수원” 같은 기관의 신설이나 전공의들의
공통역량 교육에 한하여 전문의 평점과 같은 크레디트 제도의 도입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 출처 e-Newsletter 2016. 02 월호 No. 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