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5.10 (토)

  • 구름많음동두천 17.6℃
  • 맑음강릉 20.3℃
  • 구름많음서울 18.2℃
  • 맑음대전 18.5℃
  • 맑음대구 19.0℃
  • 맑음울산 20.0℃
  • 맑음광주 18.4℃
  • 맑음부산 19.1℃
  • 맑음고창 18.4℃
  • 맑음제주 21.3℃
  • 구름많음강화 15.3℃
  • 구름조금보은 17.3℃
  • 맑음금산 18.1℃
  • 맑음강진군 18.7℃
  • 구름조금경주시 20.7℃
  • 맑음거제 19.7℃
기상청 제공

칼럼

대기업은 기다리는데 익숙하지 않다.


사람은 그의 성실성이나 재능과는 관계없이 어느 시대, 어느 업종에 종사했느냐에 따라 그에 대한 능력이 평가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날고기는 재주가 있는 어떤 사람도 시대를 잘못만나 자신이 속한 업종이 사양길에 접어들게 되면 그의 운명은 초라해 질 수밖에 없다.

첫 직장을 대기업에 입사한 사람들은 그래서 여러 계열사중 어느 회사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하느냐에 따라 동기생끼리라도 20-30년후는 아예 위상이 달라지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대기업들이 처음 제약산업에 관심을 가지고 뛰어든 것은 80년대 중반무렵이다.

그후 상당수의 대기업들이 이 업종에 진출을 해 어떤 기업들은 지금까지 왕성한 활동을 하고 선도적인 위치에서 특정분야를 이끌고 있기도 하다. 반면에 다른 회사들은  매우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하고 일부는 사업을 아예 접기도 했다.

그런데 30년 가까이 지난 지금 대기업들의 제약업계 진출에 대해 중간정리를 하자면 신약개발 등에 별다른 성과도 없었고 당사자들 역시 비즈니스로 별 재미를 보지못했다는 것이 업계의 일반적인 평가가 될 것이다.

 

오랫동안 우리나라 대기업의 입장에서 제약산업은 전형적인 계륵에 속했다.

매력 포인트로는 현재 세계제약시장이 우리나라의 대표적 먹거리산업인 세계반도체시장의 세배가 넘는 1000조에 달할 정도로 의외로 크다는 사실, 그리고 제약산업의 다국적기업들이 보여주는 이익률은 10-20% 수준으로 다른 산업의 그것과는 아예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높다는 점이다.

반면에 문제는 제약산업은 결과나 나올 때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것, 그리고 성공에 대한 보장이 없다는 점이다

그런데 일단 회사가 제약업에 투자를 해놓고 보니 투자금액을 회수하는 데 걸리는 기간이 엄청나게 길었다.

그리고 막말로 신약을 개발하는 것도 아닌데 시행착오와 실패의 경험을 이미 여러번 했다는 점이다. 시간이 오래 걸려도 회수나 되면 그나마 다행이었다.

돈을 투자하여 공장을 짓거나 장비를 들여놓으면 다음날부터 또박또박 입금이 되는 다른 산업과는 달리 신약개발이라는 명분으로 엄청난 투자를 했는데 결과가 성공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확률이 훨씬 클 수가 있다는 업계의 상식은 이해하기가 매우 힘들었다.

 

최근 업계에 진출했던 일부 대기업들이 그동안 별 재미를 못보고 있다가 사업을 지속할지 말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을 한다는 말이 업계에 꾸준히 돌았다.

어떤 업체는 그룹차원에서 더이상의 투자는 안하고 그냥 지금 상태로 제약사업을 하는 계열사가 알아서 그들끼리 꾸려나가주기를 바라고 있기도 하다.

야심차게 제약업진출을 결정하고 들어온 곳도 있다.

개인적으로 대기업의 제약업진출에 대해서는 매우 환영하는 입장이다.

이유는 타성에 젖은 기존 업계가 나름 위기의식을 느끼고 투자규모를 늘리기도 하고 정신을 차리는 계기가 되었으며 무엇보다 업계의 수준이 여러 차원에서 올라가게 하는 모티브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외자회사 역시 이러한 점에서 타성에 젖어있던 업계에 커다란 긍정적 변화를 하게 만드는 역할을 했다).

게임의 룰이 완전히 다른 산업군에 익숙했던 대기업들은 때로 기존업계에서는 당연한 것으로 생각해오던 업계의 관행이나 상식에 대해 한번씩 근본적인 문제제기를 하기도 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우리나라는 약사법으로 GMP업소가 아니면 다른 GMP업소에 위탁생산이 불가능하다.

포커판에 참여를 하려면 <학교간다>는 명목으로 기본판돈을 내는 사람만 입장이 가능한 것과 유사하다.

그러던 것이 바이오벤처회사의 육성이라는 취지로 몇년전 임상용의약품의 경우 국내임상을 하는 경우에는 위탁제조허가가 가능한 것으로 진일보하였다.

당시에도 기존GMP업체들은 이 제도도입을 막느라고 엄청나게 반대를 했음은 물론이다.

그런데 최근 식약처는 약사법시행규칙개정안을 통해 제조시설이 없어도 업체가 CMO(Contract Manufacturing Organization)를 이용하면 허가를 해준다는, 다시 말해 이제까지는 국내임상을 해야만 위탁제조허가를 해 주던 것을 국내임상을 안해도 위탁제조허가를 해준다는 내용을 발표하였다.

엄청난 발전이다.

그러나 아쉬운 대목은 여기서 CMO란 국내CMO를 의미한다.

여러 가지 글로벌전략을 고려하여 일부업체는 국내CMO보다는 외국의 CMO를 선호할 수가 있다.

대부분 선진국시장진출을 목표로 하는 바이오의약품의 특성상 재래의 전통제약산업에서 하던 비즈니스방식으로의 접근은 의미가 없어지는 시대가 된 것이다.

미국시장에 공급하는 의약품은 미국의 CMO에, 유럽시장에 공급하는 의약품은  유럽의 CMO를 사용하는 방법은 매우 효율적인 시장진출전략이 될 수가 있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현실은 요기까지다.

해외에 CMO를 쓰는 건 업체의 마음대로 할 수 있지만 이럴 경우 그제품은 위탁제조허가대상이 아니라 수입허가제품이 된다.

현재 약사법상으로는 완벽하게 수입의약품이다.

그러나 회사의 아이디어는 매우 참신했다.

기존 업계에서는 아예 아젠다에 올려놓지도 못했을 사건이다.

문제는 현제도로는 많은 것이 번거롭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사실이다.

우리나라에서 수입허가가 되기 위해서는 우선 생산국에서 감돋기관에서 허가를 받아야 한다.

생산사이트가 있는 국가에서 허가절차를 밟아 CPP(Certificate of Pharmaceutical Product)를 해당기관으로부터 받아야 수입허가를 취득할 수 있다는 뜻이다.

 

글로벌회사를 양성하려면 선진국수준의 제도로 가이드라인을 재정비하고 그에 걸맞는 관리를 해야한다.

아마 국내CMO대신 외국CMO를 선호했던 회사의 전략은 정부의 발표내용으로 보아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번 개정안은 엄청나게 발전한 내용을 담고있음에도 불구하고 업계의 새로운 목소리를 수용하기에는 아직 부족했다.

아직은 시기상조일까?

아니면 야심을 가지고 시작은 했더라도 한번 제도권에 들어온 이상 그들도 결국 잡아놓은 고기에 불과하다는 안일한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정부가 생각하는 것보다 대기업들은 추진과제를 버리는 데 매우 익숙하다는 사실이다.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