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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대정부 요구사항

첩약 건강보험 적용 결사반대 ․ 한방건강보험 분리 촉구를 위한 결의대회


원칙 없는 졸속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추진을 즉각 중단하라


기초의학의 한 분야인 약리학은 어떤 물질이 생물의 기능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어떤 작용을 일으키는지를 탐구하는 학문이다. 약리학 교과서의 서문에 흔하게 인용되는 말이 있다. "모든 약은 독이다". 인체에 유익한 작용을 하는 물질이라 하더라도 부작용이나 독성이 반드시 함께 존재하기 때문에 그 유익함이 위험을 상회하는 경우에 한하여 주의하고 또 주의하여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의 질병을 치료하는 목적으로 사용되는 의약품의 사용은 객관적인 효과는 물론, 부작용이나 독성에 대한 연구와 안전성에 대한 검증이 반드시 함께 전제되어야 한다. 

2020년 상반기 반년간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코로나19 대유행 속에서도 아직까지 확실한 치료제가 개발되지 못하고 있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항바이러스 효과에 대한 과학적 근거에 바탕하여 임상시험에 돌입했던 후보들이 엄격한 효과와 안전성 검증의 벽을 넘지 못하고 연이어 좌절하고 있다. 미증유의 감염병 위기에 대응하는 인류의 끝 없는 도전은 효과와 안전이 입증된 치료제를 찾아내기 위해 실험실 연구결과나 동물실험과 같은, 낮은 근거 수준의 수 많은 신약후보물질들이 임상시험이라는 엄격한 검증을 통해 배제되는 근거중심의학의 실체을 압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과학적 검증을 근거로 삼는 현대의학의 의약품과 달리, 한방 한약은 어떠한 공인된 검증이나 확인 없이, 한의사가 치료 목적으로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단지 과거부터 오랫동안 사용해왔다는 이유만으로 이미 그 안전성과 유효성이 어느 정도 검증된 것으로 보는 것이 스스로 'K-의료', 'K-방역'을 내세우며 코로나19 글로벌 위기 속에서 돋보이는 의료 선진국으로 자부하는 대한민국의 민낯이다. 

그런데 이제는 그러한 한약에 건강보험까지 적용하여 국민이 낸 혈세를 투입하겠다는 것이 바로 첩약 급여화다. 효과와 안전에 대한 검증은 커녕, 잊을만하면 불법으로 전문의약품을 섞다가 적발되거나 원재료 안전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한약에 대한 관리·감독 의무를 뒤로한 채, 비급여도 모자라 국민들이 낸 건강보험료로 첩약을 급여화 해주자며 주장하고 있으며, 효과와 안전은 시범사업을 진행하면서 확인해 보자는 위험천만한 발상을 현실화하고 있다. 

한의학과 한방 치료의 비과학성이나 검증 없이 한의사가 임의로 한약을 만들 수 있게 한 제도의 문제를 다 차치하더라도 과연 한약이 건강보험 급여를 적용할만한 성격의 것인가. 정부는 어떤 의료행위에 대하여 의학적 타당성 및 의료적 중대성, 치료효과성, 비용효과성, 환자의 비용부담 정도, 사회적 편익 등을 고려해 요양급여 대상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이는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에 분명하게 명시되어 있다. 한약에 어떤 의학적 타당성이 있는가. 한약이 없으면 치료를 할 수 없거나 반드시 한약이 필요한 질환이 과연 존재하는가. 그 효과가 어떻게 과학적으로 검증되었는가. 동일한 질환에 대하여 현대의학적으로 행하여 지고 있는 치료보다 비용효과 측면에서 어떤 이점이 있는가. 이러한 질문에 과연 정부는 당당하게 답할 수 있는가. 

더군다나 첩약이 안전한지 여부를 ‘한방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를 통해 따져보겠다는 정부의 태도는 국민들의 소중한 혈세인 건강보험료를 들여서 전 국민 대상 무작위 임상시험을 하겠다는 것과 다름이 없다. 시범사업에 사용되는 약제의 안전성을 시범사업 시행 이전에 검증하지 않고, 시범사업을 진행 하면서 따져보자는 보건복지부가 과연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주무부처가 맞는지,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책임질 자격이 있는가. 

연간 500억원에 이르는 천문학적인 건강보험재정을 아무 근거 없이 '묻지마'식 한약 급여화에 쏟아붇겠다는 지금 이 순간에도 비용효과성이나 건보재정의 문제로 생명이 경각에 달린 절박한 상황에서 최선의 치료를 눈 앞에 두고도 받지 못하는 환자들의 절규는 계속되고 있다. 이것이 정말 건강보험의 존재의 목적에 부합하는 상황인가. 건보재정의 낭비를 넘어 직무유기가 아닌가.

정부와 보건복지부는 한약은 급여화 대상이 아니라 검증의 대상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며, 이번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을 통해 단 한명의 피해자라도 발생할 경우 모든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대한의사협회는 정부와 보건복지부의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추진을 강력히 규탄하는 바이며, 다음 사항을 주문한다. 

하나. 건강보험 급여화 원칙을 무시하고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는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계획을 전면 폐기하라!

하나. 한방 의료행위 전반에 대하여 과학적, 객관적 검증을 즉시 실시하라!

하나. 건강보험의 존재 목적과 부합하지 않는 한방 의료행위에 대해서는 별도의 한방 건강보험을 만들어 국민이 그 가입여부를 스스로 선택하도록 권한을 보장하라!

2020. 6. 28.
대한의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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