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기준 한국인 1인 당 연평균 근로시간은 2,069시간으로 OECD 35개 회원국 중 두번째로 많다. 이는 OECD 회원국 평균인 1,764시간보다 305시간이나 높은 수준이다. 휴가가 있지만 사용률은 53%에 그칠 정도로 ‘일은 많이 하고 휴가는 적게 사용하는’ 일상이 일반화돼 있다. 이에 따라 일과 삶의 균형을 찾자는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면서, 제약업계도 근무시간을 단축하거나 휴가 사용을 적극적으로 장려하는 등 워.라.밸.확산에 동참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가족, 지인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일정한 날짜를 정해 조기 퇴근을 장려하는 ‘패밀리데이’는 요즘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제약사들이 다투어 도입하고 있는 제도다.
한국MSD는 매주 금요일을 ‘패밀리데이’로 지정해 모든 직원이 1시간 일찍 퇴근하도록 하고, 한화제약도 매월 셋째 주 금요일 전 직원이 오후 3시에 퇴근하는 ‘해피프라이데이’를 시행하고 있다.
글로벌 바이오 제약기업인 한국애브비는 2013년 설립 초기부터 매월 둘째 주 금요일을 ‘애브비 패밀리데이’로 정해 2시간 일찍 퇴근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시행해 왔는데, 4월 1일부터는 퇴근 시간을 1시간 앞당겨 3시간 일찍(오후 3시 퇴근)퇴근할 수 있도록 조정했다. 가족들과의 소통 시간을 늘린다는 패밀리데이 취지를 살리려면 좀 더 여유있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직원들의 의견을 반영한 것이다.
실제로 한국애브비는 패밀리데이 시간 조정 이후 직원들이 패밀리데이를 어떻게 보내는지에 대해서도 4월 6일부터 11일까지 설문조사(중복응답)를 시행했다. 그 결과 35%는 ‘주말과 이어지는 여유있는 가족 여행을 즐긴다’고 응답했고, 26%는 ‘가족과 외식’, 24%는 ‘아이들 학교나 학원으로 서프라이즈 픽업’, 19%는 ‘가족과 영화 관람’ 등을 한다고 응답해 ‘가족과 소통 확산 및 재충전을 위한 휴식’이라는 패밀리데이 취지가 충분히 실현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애브비는 설문조사를 한 것에 그치지 않고 가족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축제, 전시, 체험 프로그램 등을 함께 추천해 직원들이 패밀리데이를 더욱 알차고 의미있게 보낼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한국애브비 박찬일 차장은 “처음에는 일찍 퇴근하는 것이 어색하고 뭘 해야 할지도 잘 몰랐지만, 제도가 자리잡은 요즘은 매달 패밀리데이에 뭘 할까를 가족들과 상의해 정하고 있다. 아이들도 패밀리데이를 손꼽아 기다릴 정도다”라며, “매달 하루이기는 하지만 남보다 일찍 주말을 시작해 푹 쉬었다는 기분이 들어 이후에는 업무에 집중도 더 잘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오래, 열심히 일하는 것이 성과의 기준이 돼 왔다. 하지만 요즘은 근로자의 행복이 한 단계 상승하면 생산성이 12% 올라간다는 연구결과에도 나오듯 적절한 휴식을 통해 근로자의 행복 지수를 높여야 기업 생산성도 올라간다는 점에 공감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패밀리데이의 확산 또한 이러한 기업들의 인식 변화를 반영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