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그거 의과대학에서 배워야해?
사람의 삶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인문학정지태 [대한의학회 부회장/고려의대 의인문학]나는 소아청소년과 의사이다. 어렸을 적에는 일 년 내내 기침을 해서 뻔질나게 동네의원을 드나들던 약골이었다. 건축가가 되고 싶었던 적이 있고, 시인이 되어 보고 싶기도 했다. 한때는 화가가 꿈이었던 적도 있었는데 고등학교 시절 부모님의 뜻도 있고, 담임선생님의 권유로 갈등 없이 의과대학에 진학했다. 예과 때는 술 마시고 노느라 세상모르고 살았는데, 학부에 올라와 보니 상황이 크게 달랐다. 나와는 맞지 않는 길을 가겠다고 나선 느낌이랄까? 그러나 용기도 없어서 과감히 새로운 길을 택하지 못하고, 저공비행으로 가장 빠르게 지옥 같은 과정을 벗어나자고 생각했고, 운이 좋아 낙제 없이 졸업했다. 전공의 과정을 밟으면서부터는 그런 사치스런 갈등을 할 틈도 없이 그저 매일 매일 숙제하듯 밀려드는 환자와 씨름하며 살았다. 나의 의사생활은 그렇게 시작되었다.20년도 넘은 이야기지만, 잊히지 않는 환자 보호자가 있다. 알레르기클리닉을 열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인데, 심한 아토피피부염 환자가 엄마의 손을 잡고 진료실에 들어왔다. 그런데 진료도하기 전 그 엄마의 얼굴에서 너무나 불행한 삶에
- 정지태 [대한의학회 부회장/고려의대 의인문학] 기자
- 2015-10-11 23: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