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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증평모녀사건에 대한 한국자살예방협회 성명서




자살로 내몰리지 않는 사회를 위해 자살유가족에 대한 적극적인 자살예방대책이 필요합니다. 

- 자살을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문제로 인식하고 자살예방법 개정을 통해 자살로 내몰리지 않는 사회로 나아가야 합니다. 
- 자살유가족을 도울 수 있는 촘촘한 안전망을 통해 포괄적 지원과 조기개입을 위한 적극적 노력을 촉구합니다. 
- 자살유가족이 자살문제의 해결에 앞장설 수 있는 문화와 인프라를 만들어주십시오. 

❍ 지난 6일 알려진 충북 증평의 모녀의 사망으로 많은 국민들이 슬픔과 안타까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아직 경찰의 수사가 끝나지 않았지만 확인된 것은 숨진 어머니가 남편을 자살로 잃은 자살유가족이었고 지원시스템은 작동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 우리나라는 불행히도 13년째 OECD국가 중 자살로 인한 사망자 수 1위를 기록하고 있고 안타깝게도 2016년 한 해 국민 13,092명의 생명을 자살로 잃었습니다. 정부는 올해 1월 자살예방국가행동계획을 발표하고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나 또 한 번 이러한 안타까운 사건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 이제 우리 사회는 왜 이 안타까운 사건을 막을 수 없었는지 근본적인 인식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살을 개인의 문제로 보느냐 사회의 문제로 보느냐는 것입니다. 자살은 매우 다양한 원인으로 시작된 위기에 필요한 서비스가 부재하거나 접근하지 못할 때 일어나는 최악의 결과입니다. 개인의 문제로 볼 때 자살위기에 처한 개인은 사회에 도움을 요청할 수 없습니다. 
❍ 지난 10년간 자살률을 34% 감소시킨 일본의 사례는 자살예방법 첫 조문의 차이로 드러납니다. 일본의 자살예방법은 ‘누구도 자살로 내몰리지 않는 사회를 목표로 한다’고 시작되며 ‘자살예방은 사회적 대처를 기본으로 시행되어야 한다’는 것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반면 우리나라의 자살예방법은 ‘국민의 소중한 생명을 보호하고 생명존중문화를 조성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 어떤 이유든 자살위기에 몰린 국민은 국가 그리고 사회공동체에 구조를 요청할 수 있어야합니다. 이러한 개념의 변화가 없는 자살예방대책은 자살을 개인의 문제로 생각하게 하고 구조를 요청하지 않는 위기에 처한 국민들을 구조할 수 없을 것입니다. 
❍ 이번 사건을 통해 자살유가족에 대한 대책이 무엇보다 시급하고 중요함을 알 수 있습니다. 강조합니다. 우리 사회가 매년 13,092명의 생명을 자살로 잃을 때 최소 8만 명의 유가족이 발생하며, 유가족의 자살위험은 일반인의 8배가 넘습니다. 이들은 가족의 자살이라는 사회적 재난에 처해진 심리적 난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일부 정신건강복지센터와 자살예방사업을 하는 민간기관들이 유가족 모임을 운영하고 있지만 아직 턱없이 부족합니다. 가장을 잃은 유가족의 고통은 심리적 고통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경제적・법적 문제로 인한 고통을 받습니다. 유가족들을 다양한 문제해결방법의 연결을 통해 지원할 수 있는 자살유가족 종합지원센터가 필요합니다. 유가족을 제일 처음 접촉하는 경찰과 사망진단서를 등록할 때 방문하는 동사무소 직원에 대한 적극적인 교육이 필요하며 이들이 유가족에게 서비스를 연결하는 것을 법적으로 의무화해야합니다. 지자체에서 경찰과 공무원이 유가족에게 안내할 수 있는 상담전화와 보건복지 통합서비스 목록을 마련하여 제공할 수 있어야하고, 지속적인 심리 상담 지원 등 지역사회 차원의 보다 적극적인 대응인프라가 마련되고 널리 알려져야 합니다. 
❍ 또한 우리는 자살유가족을 단지 지원의 대상일 뿐 아니라, 우리사회의 자살문제해결의 주체로 인정해야 합니다. 가장 고통을 겪은 유가족이 다른 사람들에게 자살예방의 중요성을 알릴 수 있는 강사로 또 자살예방활동가로 역할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주어야 합니다. 이는 2018년 2월 27일 국회자살예방포럼 발대식에서 유가족 대표의 주장이기도 했습니다. 영국, 일본 등에서 유가족이 유족을 돕는 서비스의 효과성은 이미 검증되어 있습니다. 경험있는 유가족이 고통을 겪는 유가족을 가장 잘 도울 수 있습니다. 이들의 노력이 자살위기에 처한 사람들의 태도를 바꿀 수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자살유가족에 대한 우리 사회 일부의 편견이 변화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이러한 다각적 노력에 사회 구성원 모두가 힘과 마음을 모을 때,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유가족의 아픔과 위기를 지역사회와 이웃이 같이 나누고 함께 극복하고자 하는 돌봄 공동체의 가치가 우리 사회에서 실현될 수 있을 것입니다. 

2018년 4월 10일 한국자살예방협회 회장 오강섭 외 운영위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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