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이 되면 울퉁불퉁한 하지정맥류 때문에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증가한다. 반바지나 치마 착용이 늘어, 노출이 쉬운 계절인 만큼 미관상의 스트레스가 주된 이유이다. 그러나 최근 가을철에 접어드는 9월을 기점으로 악화된 하지정맥류 때문에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인지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흉부외과 정진용 교수의 도움말로 하지정맥류에 대해 알아본다.
보통 많은 사람들이 가을철에 하지정맥류가 더 쉽게 나타난다고 생각하는데 이는 잘못된 상식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보면 1년 중 6월에 가장 크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지정맥류가 여름철에 잘 발생한다고 속단할 수 없다. 6월에 진료인원이 증가하는 이유는 반바지, 치마 착용이 늘다 보니 노출이 신경 쓰여 진료를 받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다만 가을철 하지정맥류 환자의 수가 증가하는 것은 ‘한국의 등산문화’를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날씨가 선선해지면 등산을 하는 인구가 늘어나게 되는데, 등산은 건강에 매우 유익하지만 하지정맥류에는 그렇지 않다. 다리 근육을 오래 사용하다보면 약해져 있는 다리 혈관이 급증하는 혈액량을 감당하지 못해 스트레스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하지정맥류 환자는 가급적 등산뿐만 아니라 하체근력운동 등을 지양하는 것이 좋다.
하지정맥류는 하지의 정맥 판막이 손상되면서 심장으로 돌아가는 혈액이 역류해 발생하는 질환이다. 혈액순환이 잘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늘 다리가 피곤하고 무겁다는 느낌을 받게 되는데, 심하면 혈관이 굵어지면서 정맥이 밖으로 돌출되는 증상이 나타난다. 하지정맥류는 일시적인 증상이 아닌 혈관의 이상 증세이기 때문에 전문의를 찾아 빨리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간혹 압박스타킹 착용만으로도 치료가 가능하다고 생각해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초기일수록 간단한 치료방법으로 효과를 볼 수 있는 만큼 증상이 의심되는 즉시 병원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한 하지정맥류는 임신 및 출산과 연관이 있다. 임신 중에는 혈액량이 늘어날 뿐만 아니라, 성 호르몬의 급격한 변화로 정맥 내부의 판막이 망가질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임산부의 특성상 수술하기 어려운 시기라면, 평소 심장보다 다리를 높게 올리거나 발목운동 등을 병행하고, 압박스타킹 착용 등으로 증상이 악화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좋다. 출산 후에도 다리에 불편함이 있다면 반드시 검진을 받아보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하지정맥류의 초기 치료법으로는 혈관에 경화제를 투입해 문제가 되는 혈관을 없애주는 ‘혈관경화요법’이 대표적이다. 3~4회 정도 반복적인 주사요법으로, 출혈이나 흉터에 대한 우려가 전혀 없다. 수술적인 치료법으로는 혈관 내벽에 레이저를 방출해 문제 혈관을 제거하는 ‘혈관레이저 수술’과 손상이 크고 굵은 혈관이 울퉁불퉁 튀어 나온 경우에 시행하는 ‘근본 정맥류 절제술’이 있다. 혈관 레이저 수술은 흉터가 남지 않고, 근본 정맥류 절제술 역시 1cm 미만의 작은 절개로 진행되기 때문에 회복기간이 짧고 흉터도 시간이 지나면 사라진다.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흉부외과 정진용 교수는 “하지정맥류는 치료 후 어느 정도의 회복기간이 필요하고, 치료 후 압박스타킹을 착용할 확률이 높기 때문에 계절에 관계없지만 더운 여름보다는 선선한 날씨가 지속되는 가을철이나 봄, 겨울이 더 효과적이다”며 “추운 계절에는 압박스타킹을 착용해도 티가 잘 나지 않고 보온의 효과도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 TIP. 하지정맥류 예방법
• 꽉 조이는 스키니진이나 부츠를 오랜 시간 착용하지 않기
• 다리를 꼬고 앉거나 오래 서 있지 않기
• 다리에 쿠션을 받치고 눕기
• 혈액순환에 좋은 토마토, 단호박 등을 꾸준히 섭취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