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어도 내 기억의 범위 내라면 전 세계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감염병대유행에 관한 한 정부의 대응은 합격점이었다.가깝게는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가 그랬고 좀 멀게는 2003년 사스가 그랬다.약 8,300명의 환자가 발생하여 800명 가까운 사망자가 발생했던 사스가 한국에서는 별다른 문제없이 지나갈 수 있었으며 인플루엔자백신공장을 국내에 4-5개나 두고도 1억도스 가깝게 외국에서 신종인플루엔자백신을 수입하느라 법까지 바꿔가며 법석을 떨었던 일본과는 달리 우리나라 정부는 그해 처음 생산하는 플루백신공장시설 하나로 백신을 한개도 수입하지 않고 전 세계를 뒤덮은 신종인플루엔자를 나름 선방하며 넘어간 셈이다.성공의 경험은 대단한 것이었다.정부는 내친 김에 자신감을 보이며 백신주권을 확보하겠다는 결기를 보였고 백신회사들을 독려하고 있다.어떤 의미에서 'Again 2009!'와 한일월드컵의 신화가 오버랩 되기도 한다.최근 감염병 대유행대비 국가백신 연구개발 현황 및 대응방향에 대한 회의가 있었다.가상시나리오로 어떤 특정감염성질환이 발생했을 때 회사별 생산능력에 대한 점검, 허가 시나리오, 접종대상에 대한 수급 및 접종계획이 있었다.지난 신종인플루엔자에 대한 관리경험
바이오의 국가미래전략과 관련하여 회의에 참여할 기회가 있었다.늘상 하던 말을 되풀이했다.비임상과 임상에 대한 정부의 지원규모를 비교해 보면 과제수나 지원규모를 비교해도 압도적으로 비임상 쪽이 많다.기초연구를 위한 다양한 인프라지원이라는 취지는 충분히 이해가 되나 쥐잡는 연구에 너무 지원이 편중이 되어 있다는 분위기도 있으니 앞으로는 규모가 더 크고 성공확률에 더 다가갔다고도 볼 수 있는 임상쪽에 신경을 써주기를 바란다는 취지의 말을 던졌다.기초연구에 일정하게 연구비를 분배하는 방식이 마치 연구자들에게 연금을 나눠주는 듯한 연상을 떠올리게 한 적도 있었다.내가 한 말을 받아 구체적인 의견이 나왔다.임상지원의 한 방법으로 대조약의 구입비용이 상당한 부담이 되니 어차피 임상시험에 사용되는 대조약을 보험가로 대체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건의였다.예를 들어 바이오시밀러의 3상임상의 경우 대조약구입비는 종종 백억원대가 넘어 간다는 게 업계의 상식이다.정부 자문역을 하는 쪽으로부터 그것은 외자회사가 이익을 보기 때문에 곤란하다는 반응이 나왔다.놀라운 이분법이다.로칼기업과 외자기업.그리고 수출은 선이고 수입은 악이라는 압축성장시대의 유산.어차피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환자는
볼거리환자가 작년에 17,000명이 넘게 발생한 데 이어 금년에는 7월에 이미 13,000명에 이르렀다는 보도가 있었다.헛웃음이 나오며 지나간 일이 떠올랐다.씁쓸할 뿐인 확인작업이다.그러나 그뿐이다.월드컵 녹화중계는 아무리 해설을 잘해도 감동을 주지 못한다.꼭 거기까지다.벌써 십여년 전에 벌어진 일이다.수입백신은 좋은 것, 국산백신은 나쁜 것이라는 등식이 제법 먹히던 시절에 벌어진 여러 사건중 한 에피소드.한국의 백신소사이어티에 벌어졌던 문혁비슷했던 상황.광풍이 따로 없었다.국내산 백신에 대해 돌아가며 총질을 하던 상황에서 사실은 국내제조백신도 아닌 것이 수입백신도 아닌 것이, 이번에는 국내산으로 오인한 수입벌크로 제조한 볼거리백신 차례가 되었다.시작은 영국에서 시작되었을 것이다. 영국에서 MMR접종을 한 어린이들에서 일만분의 일의 확률로 무균성수막염이 부작용으로 나온다는 학술잡지의 보도가 있었다.자폐가 MMR백신의 부작용이라는 주장이 나온 이후의 발표였던 것으로 기억된다.이에 대한 확인작업으로 국내에서도 학회차원에서 모니터링한 결과 7개월간 이상반응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했지만 역학조사는 다시 진행되었고 역학조사결과 이번에는 우라베를 비롯한 일본산 균주를 접
일본정부는 동백신의 접종후 보고된 이상반응의 대부분은 백신주사시의 통증 등으로 인한 '심신반응'이라고 하면서 백신과는 관련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정부가 어떤 사안에 대하여 결론을 내리면 후속조치가 나오는 건 상식에 속한다.후속조치란 일본이 HPV백신을 NIP에 포함시키고 백신접종 적극권장을 하다가 백신접종 적극권장 중단으로 정책을 바꾼 데에 관한 후속조치를 말한다.어떤 심각해 보이는 이슈가 발생해 시행하던 일을 멈춘 경우 사실관계를 확인해보고 두 가지 팩트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는 결론을 내리면 멈춘 행위를 원상태로 돌려 시행하는 것이 상식일 터, 그런데 이상한 것은 결론만 내리고 후속조치는 없다는 것이다.개인이 그래도 이해가 안 갈텐데 하물며 정부가 그렇다는 것이다.이름도 생소한 일본의 한 재단(난치성치료연구진흥재단)에서는 연구팀을 구성하여 HPV백신의 부작용을 HANS(HPV관련 신경면역이상증후군)이라고 정의하고 진단기준안을 마련했다고 발표할 예정이란다.보도에 따르면 연구팀은 섬유근통증이 나타난 피접종자 25명을 조사한 결과 환자 대부분에서 섬유근통증에 거의 없는 건망증 등 고차뇌기능장애가 일어날 가능성이 시사돼 '백신접종에 따라 새로운 질환이 일어날
우리나라의 추석연휴가기간인 지난 9월9일 미국FDA에서는 바이오의약품(바이오시밀러와 대체가능(interchangeable)생물의약품을 포함한)의 목록을 퍼플북(purple book)이라는 명칭으로 공개한다는 발표가 있었다.지금까지 바이오시밀러에 소극적이었던 미국은 사실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pathway자체가 없었던 상황이었다.최근에서야 바이오시밀러의 그레이드를 네 개로 나눠, 1. not similar, 2, similar, 3. highly similar, 4. highly similar with a fingerprint-like similarity로 분류를 하였고 구체적으로 지침이 나온 것은 아니나 허가후 상용화되기 위해서는 3,4수준은 되어야 가능하지 않을까 예측하고 있다.2. similar한 경우에는 추가정보를 요구하는 것으로 되어있기 때문이다.역시 구체적인 정의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대체가능한(interchangeable)생물의약품은 일반적인 바이오시밀러보다는 더 상위의 개념으로 간주되는 수준이 될 것으로 추론된다.아마도 현재 FDA에 허가신청을 한 셀트리온과 산도스의 바이오시밀러 두 제품이 검토중인 상태에 있으므로 그에 대비하는 모양새로 알려져
허가 특허 연계제도는 원래 미국에는 없던 제도로 2012년 한미FTA 발효 시 도입되었다.동제도의 개요는 다음과 같다.특허권자는 그린리스트(green list)라는 특허목록에 자신의 특허를 등재할 수 있다.반면 제너릭의약품 제조사는 자신이 품목허가를 신청한 품목이 특허등재의약품의 안전성, 유효성자료, 즉 동일 성분과 함량, 제형, 용법용량, 효능효과를 근거로 한 경우 품목허가 신청 사실을 특허권자에게 통보하여야 한다.이 경우 통지를 받은 특허권자는 품목허가가 신청된 제너릭의약품이 자신의 특허를 침해한 것으로 판단되면 특허침해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그리고 이와 같은 상황이 발생했을 때 식약처는 소송이 제기된 의약품의 품목허가 승인은 1년까지 정지된다.이 과정 중에 제너릭의약품제조사가 특허도전에 성공하여 소위 퍼스트제너릭 허가를 받으면 그 제품은 허가일로부터 1년간 제너릭의약품 독점권을 갖게 된다. 만일 약가를 받는 품목일 경우 약가등재일로부터 1년간이라는 상당한 이익을 누리게 된다.위의 개요에서 눈여겨보지 않더라도 동어반복이 되는 단어들이 눈에 띈다.허가, 특허, 소송, 제너릭 등의 단어들이다.허가-특허연계는 소송과 관련된 것이며 대상은 제너릭의 허가에 관한
오래 전 일이다.알만한 사람이 이런 부탁을 했다.자기 아내가 암에 걸려 투병중인데 말도 안되는 소린줄은 알지만 귀사의 임상시험에 참여하여 대조약말고 시험약그룹에 넣어줄 수 없느냐고.임상시험 참여는 조건이 맞으면 가능하겠지만 이중맹검인데 어느 군을 골라서 들어가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그럼에도 그는 필사적이었다.그는 자신이 그런 짓을 못하게 해야 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지만 어떻게 안되겠냐고 다시 사정을 했다.들어줄 수가 없는 요구였기에 정중히 거절을 했다.그리고 얼마후 우리는 장례식장에서 만났다.그는 나를 보고 무안해 했다.나는 그의 손을 붙들고 부탁하신 건에 대해 도와드리지 못해 미안했다는말을 전했다.내 어깨를 툭치며 그가 상주답지않게 희미하게 웃었다.WHO의 의료윤리위원회는 안전성검증을 받지못한 서부아프리카의 유행지역에서 시험단계의 치료제에 대해 사용을 허가한다는 내용을 발표했다.하루전 효과나 부작용이 밝혀지지 않은 등 안전성이 아직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험단계의 약을 사용하는 것이 윤리적인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WHO의 발표를 보고 나는 의아스러워 했다.그러면 미국이나 스페인에서 쓴 건 비윤리적이라는 얘기?타미플루에 데
최근 에볼라바이러스출혈열의 유행지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서아프리카지역으로 예정되었던 의료봉사단체의 봉사활동이 취소되었다.비슷한 아프리카지역에 이미 떠나 활동중인 선교단에 대해서는 일정기간(아마도 잠복기를 고려한 과학적인 발상인 듯하다) 입국을 금지시키자는 청원이 들어갔단다.덕성여대가 UN여성기구와 함께 개최하는 국제행사에 주최측은 오래전부터 참석하기로 예정되어 있던 나이지리아학생3명에 대해 에볼라환자발생국가라는 이유로 대회직전 이들에 대한 초청을 철회하고 행사를 진행중이다.행사반대 서명운동의 결과라고 한다.한편 주최측은 나머지 9개 에볼라 미발생 아프리카국가학생 28명은 예정대로 참석하도록 허용하는 은전을 베풀기도 한 모양이다.살면서 이런저런 서명운동에 여러 차례 동참을 했지만 한번도 실현이 되...는 경험을 해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에볼라바이러스질환이 국내에 들어오는 것보다야 안들어오는 게 백배 낫다는 논리에 반대할 사람은 없겠지만 성숙한 시민의식이라는 관점에서 어쩐지 대응방식이 경솔하고 천박하다는 느낌은 든다.명색이 글로벌을 부르짖는 나라에서 만일 endemic이던 감염병이 epidemic으로 단계가 올라간다면 빗장걸어 잠궈 해결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