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의 해명자료는 여전히 잘못된 내용을 주장하는 것으로 대한신경정신의학회 TFT에서는 공식적으로 해명자료에 대한 반박성명문을 아래와 같이 발표합니다. (일반 글씨체가 보건복지부의 보도해명자료이며, 굵은 글씨체가 학회의 반박 주장입니다.)
1.“올 5월 정신보건법 개정안이 원안대로 통과되면”, 등에 대하여 정신보건법 개정안이 올 5월 통과된다는 것은 사실과 다릅니다. -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은 개정안이 아니라 이미 지난해 5월 개정되어 공포된 법입니다.
- 기사에서는 ‘올 5월 원안대로 통과될 예정인 것’으로 전하고 있으나, 이미 통과되어 ‘개정안’이 아니라 ‘개정법’으로서 올 5월 시행을 앞두고 있습니다.
답변> 이 부분은 지난해 5월에 개정 공포되었다는 해명이 맞습니다. 올해 5월에 시행을 앞두고 있는 법안입니다.
2.“WHO 가이드라인에서 ‘치료가 필요한 정신질환’ 또는 ‘자·타해 위험’이 있으면 입원치료를 권고한 것을 잘못 인용해 두 가지 모두 만족해야 입원치료가 가능하다고 법을 개정”에 대하여 WHO의 정신보건법 제정 권고는 입원요건으로 치료 필요성과 자·타해 위험 중 하나(or)를 충족하거나 모두 충족하는 것(and) 중 선택하도록 권고하고 있어, 하나만 충족(or)하도록 권고했다는 것은 사실과 다릅니다.
WHO 정신보건법 제정 권고
“Serious likelihood of immediate or imminent danger ‘and/or’ need for treatment”
The two most often authorized-and probably also the most important- grounds for authorizing involuntary admission of persons with mental disorders are “serious likelihood of immediate or imminent danger” and “the need for treatment”
지난해 9월 헌법재판소는 개정되기 전 舊 정신보건법 제24조의 보호입원(보호의무자에 의한 강제입원) 조항에 대해 정신질환자 신체의 자유 침해를 최소화하고 악용 가능성을 방지하는 방안이 충분치 않아 위헌이라 하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 헌법재판소 결정문에서도 정신질환자의 보호입원 요건과 대상이 지나치게 넓어 남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또한 법률 개정 시 주로 참고한 국제적 기준은 UN MI 원칙과 우리나라에서 비준하여 국내법과 같은 효력이 있는 UN 장애인권리협약 등입니다.
- 이들 기준은 강제입원에 있어 가족 등의 결정에 의한 입원제도를 개선하도록 하고, 입원요건에 정신질환과 함께 자·타해 위험을 독립된 두 번째 의사의 진단으로 판단토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 더불어 미국 등 해외의 많은 나라에서도 강제입원 시에는 정신질환 여부와 자·타해 위험을 요건으로 정해, 신체의 자유를 구속하는 성격의 강제입원에 대해 최대한 신중을 기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WHO 권고와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 UN 장애인권리협약 및 해외사례 등을 참고하여, 치료가 필요한 정신질환과 자·타해 위험이 모두 있어야 입원치료가 가능하도록 개정한 것입니다.
답변>
1. 다음은 WHO 정신보건법 제정 권고에 나와 있는 비자의입원 기준입니다.
“Serious likelihood of immediate or imminent danger ‘and/or’ need for treatment”
“The two most often authorized-and probably also the most important- grounds for authorizing involuntary admission of persons with mental disorders are ”serious likelihood of immediate or imminent danger“ and’ ”the need for treatment“
에서 보면 and/or 로 되어 있습니다. 영어 표현에서 and/or 는 and 일 경우와 or 일 경우 한쪽만이라도 만족하면 해당이 되는 것입니다.
즉, A and/or B 는 A 또는 B를 의미하면서 그 중에 A와 B가 동시에 발생하는 경우도 포함한다는 의미입니다. 실제로 자타해위험이나 치료필요성이 각각 있는 경우뿐만 아니라 이들이 동시에 발생하는 경우도 포함한다는 뜻입니다. 우리말로 표현하자면 ‘또는’으로 해야 하며 ‘그리고’라고 하면 의미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따라서 이 문장이 and와 or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것이라서 인권보호를 위해 and를 선택했다는 보건복지부의 설명은 영문해석의 오류입니다. 이는 개정 정신보건법의 핵심 조항이 WHO 기준의 잘못된 해석에 기인하여 졸속으로 만들어졌음을 그대로 인정하는 셈입니다.
2. UN MI 원칙에도 or 로 되어 있습니다. 단지 “정신질환이 심각하고 판단력이 저하되어 있는 등 치료의 필요성(need for treatment)만을 기준으로 강제입원을 시키는 경우에는 가능하다면, 독립적인 다른 전문가에 의한 판단을 요한다“라고 기술되어 있습니다. (1991년 UN MI 원칙 16번 참조)
만일 and 의 기준을 사용한다면, 이미 입원치료를 요할 정도로 심각한 정신질환을 가졌다고 진단했는데, 그 중에서 자타해 위험이 있는 환자만 입원시킬 수 있다는 것이어서 논리적 모순입니다. 또한 발병이 명백하여 입원치료가 필요한 많은 환자들을 자타해위험이 생기기 전까지는 치료를 시작조차 하지 못하게 되므로 치료사각지대를 만들고 사회안전망을 위협하게 됩니다.
이는 보건복지부령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3. UN 장애인권리협약에는 비자의입원 기준을 자타해위험으로 제한하라는 언급이 없습니다.
4. 헌재의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정신보건법의 인권보호 규정은 더욱 강화되어야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WHO와 UN 등의 국제 권고기준을 무시하고 대다수 선진국들의 사례를 외면한 채 함부로 치료 대상을 제한하는 핑계로 삼아서는 안됩니다.
3.“입원기간을 기존 6개월에서 3개월로 줄인 것도 문제다”, “법 시행 후 3개월이 지나면 병원에서 무더기로 정신질환자들을 퇴원시킬 것”에 대하여 법 시행 후 3개월이 지나면 정신질환자들을 퇴원시켜야 한다는 것은 사실과 다릅니다. - 기존 법률에서 계속입원 심사를 6개월마다 받도록 했던 것을, 개정 후 입원 초반에는 3개월마다 받고, 이후에 6개월마다 받도록 한 것입니다.
- 입원기간이 줄어든 것이 아니라 계속입원 심사 기간을 줄인 것이기 때문에, 3개월이 지나면 퇴원시켜야 하는 것이 아닙니다.
‘강제입원 후 6개월이 지나서야 퇴원여부를 가리는 계속입원 심사도 문제이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도 입원 6개월 후 퇴원여부를 결정하는 계속입원 심사를 최소 3개월 정도로 줄여야 한다고 말한다’는 지적이 많았습니다.(한국일보 ‘15.11.9. “정신보건법 허점 뒤에 숨죽인 정신질환자 인권) - 국가인권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정신질환자 평균 재원기간이 247일로 세계 최장이라는 점도 지적하였습니다.
- 이런 의견과 국제적 추세에 따라 계속입원 심사 기간을 줄인 것입니다.
답변> 심사기간을 줄인 것 자체를 지적하는 것이 아닙니다. 개정법에 따르면 입원 당시와 마찬가지로 3개월마다 서로 다른 기관에 근무하는 2인(1인은 공공기관에 근무)의 정신과 전문의의 판단을 필요로 합니다. 현재 약 8만 여명의 입원환자 가운데, 3개월마다 계속심사를 하게 되면 예상되는 심사건수, 그에 필요한 공공기관 전문의 인력의 정확한 추산과 준비가 전혀 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그 실현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것입니다.
인권보호라는 중대한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예산 및 인력확보를 통한 인프라의 확충이 반드시 전제되어야 합니다.
4.“정신병원에 입원할 때, 서류를 입원 시까지 엄격하게 요구해 입원이 거부당하는 사례가 많아, 입원결정 후 1, 2일 내에 관련서류 제출을 허용하는 등 절충점 마련이 필요”에 대하여 법 상 ‘지체없이’ 서류를 갖추도록 한 데 대해 이미 아래와 같이 유권해석을 관계기관에 보낸 바 있으며, 향후에도 현장에서 이와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안내하겠습니다.
“응급상황, 야간, 공휴일 등에 입원할 경우에는 행정기관 등의 협력이 필요한 서류를 입원 시까지 갖추기 어려운 점이 있다는 현실 등을 감안하여 예외적으로 입원 직후에도 보완할 수 있을 것입니다. 보완가능한 시기는 전후사정을 고려하여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할 사항으로 보입니다.”
답변> 행정지침이나 행정적인 유권해석이 법적 판단을 능가할 수는 없습니다. 지금도 의정부를 비롯한 경기북부지역의 정신과 전문의들이 바로 이러한 개별적 판단의 문제로 기소가 되어 재판 중에 있습니다. 법적 보호장치가 전제되지 않으면 행적적인 해석은 무의미하며 법제도의 미비 때문에 개별적으로 판단한 사항에 대한 법적 책임은 고스란히 현장에서 근무하는 정신과 전문의에게 지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해당 처벌 조항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매우 가혹한데도, ‘의사가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할 사항’이라고 해석하는 복지부의 태도는 너무나 안이합니다.
마지막으로 강조하지만, 이 법이 그대로 시행되었을 때 8만여 입원환자 중 수 만명의 입원환자가 아무런 준비도 없이 퇴원으로 내몰리게 됩니다. 이 환자들을 안전하게 수용할 시설과 자원의 부족은 국회법제사법위원회 회의(2016년 5월 17일)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이 “큰 문제로 인식하고 방안을 고심 중에 있다” 고 인정한 부분입니다. 그러나 현재까지도 시설과 자원의 확충이 전혀 없는 것이 현실이며 이대로 법이 시행되면 환자의 안전과 치료받을 권리는 물론 사회의 안전망을 흔드는 큰 혼란이 있을 것이 자명합니다. 따라서 조속한 법의 재개정과 함께 올바른 시행을 위한 예산과 인력의 확보를 촉구합니다.
2017년 2월 7일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신보건법대책 TFT 위원장 권 준 수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이사장 정 한 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