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안전과 전공의 교육권 박탈하는 PA 및 유사인력 제도 찬성할 수 없다”
“전공의법 안착과 입원전담전문의 제도 성공이 우선순위”
지난 5월 12일, 롯데호텔서울 크리스탈볼룸에서 대한병원협회(회장 홍정용, 이하 병협) 제58차 정기총회 및 학술세미나가 개최되었다. 공식 초청을 받은 대한전공의협의회(회장 기동훈, 이하 대전협) 회장단도 참석해 축하인사를 건네고, 개회식과 총회 그리고 학술세미나까지 모든 일정을 함께했다.
하지만 대전협은 “기쁜 마음으로 참석했으나 학술 세미나가 진행되면서 큰 당혹감을 느꼈다. 전공의 특별법 현황과 과제라는 주제 하에 ‘PA(physician assistant) ’제도에 대한 강의가 있었기 때문이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학술세미나 <분과3: 전공의특별법 현황과 과제>에서 세 번째 연자로 강단에 선 서울대병원 왕규창 교수가 진행한 ‘의사보조인력(소위 'PA')제도 : 전공의 수련에 독인가, 약인가?’라는 주제의 강연에 대해 대전협은 “해당 강연에서 PA 제도화는 필요없다고 천명했으나, 대신 진료보조인력을 ‘전담 간호사’, ‘전문 간호사’, ‘의사보조인력’ 등으로 칭하였다. 결국 간호사의 면허 범위를 확장하여 의사만이 할 수 있는 의료행위를 행하게 하는 점에서 무면허 의료행위에 대한 이야기이며, PA 제도화와 같은 맥락에서 해석하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PA는 인력 공백을 메운다는 명목 하에 의사만이 할 수 있는 의료행위를 대신하고 있으며, 이는 명백한 불법 의료행위다. (의료법 제 27조) PA는 의료행위에 대한 전문 지식과 기술적 경험이 전무하여 환자 안전에 심각한 위해를 끼치며, 당당하게 환자에게 의사가 아닌 PA가 의료 행위를 대신한다고 알릴 수도, 설득할 수도 없어 환자의 알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한다”고 강조했다.
수술장 PA의 경우 그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는 것이 대전협의 주장이다. 환자는 전신 마취된 상태로 본인의 몸에 칼을 대는 사람이 의사인지, PA인지 알 길이 없기 때문이다.
불법으로 PA를 고용하고 있는 병원에서는, 의사 감독 하 제한적인 몇몇 처치만을 행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동아일보와 대전협이 공동으로 지난해 전국 수련병원 전공의 1만5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66개 병원 중 52개 병원에서 PA가 의사 대신 수술을 직접 집도한 것을 봤다는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으며, 당시 누리꾼들은 댓글을 통해 심한 배신감을 토로했었다.
대전협은 “이런 상황에서 수술장 PA의 무리한 제도화는 환자-의사 사이의 심각한 불신을 초래할 수 있다”면서 “또한 PA제도는 전공의의 수련 기회 박탈로 이어져 양질의 전문인력 양성은 물론 환자 안전에도 큰 위험이 된다. 동일한 설문조사에서 PA로 교육적 박탈을 경험한 전공의는 병원 별로 차이가 있었지만 30~60%까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서 대한의사협회(회장 추무진, 이하 의협)는 이미 수차례 공식적으로 PA 제도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혀왔다. 지난 2015년, 의협의 한 이사가 본인이 속한 학회에서 PA제도화에 대해서 언급했다가 책임을 지고 이사직에서 물러나는 해프닝은 아직까지 회자되고 있다. 또한 PA제도화는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과 맞물려 의사들이 예민하게 주시하고 있는 '의사의 고유면허영역'문제와도 맞물려 있다.
보건복지부 역시 의협과 사전 논의 없이 독자적으로 PA제도를 추진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이미 2014년 8월 국회 입법조사처가 “수술전문간호사를 양성해 PA를 대체인력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복지부는 “주무부처와 아무런 사전 교감 없는 독자적인 의견”이라고 일축한 바 있다.
대전협은 “보건복지부는 PA 관련 문제에 대해서는 의협 및 대전협과 협의 없이 진행하지 않기로 의정합의를 하였으며, 이를 지켜왔고 앞으로도 준수하여야 한다”면서 “이러한 상황에서 의사 대다수가 반대하는 PA 제도화를 병협의 학술 세미나에서 공식으로 다룬 것은 의료계 내부의 갈등을 유발할 위험이 높고, 마치 병협이 PA 제도화에 공식적으로 찬성하며 주도하려고 한다는 의혹만을 낳을 뿐이다”고 병협의 이번 학술 세미나 구성 및 내용에 깊은 우려와 유감을 거듭 표했다.
기동훈 회장은 “대한전공의협의회는 PA 제도화를 반대한다. 또한 유사한 형태의 어떤 제도도 동의할 수 없다. 국회에서 PA실태조사를 할 것을 보건복지부에 권고하였으나 아직 실태조사 조차 제대로 시행되지 못했다. 이런 상태에서 환자 안전을 위협하고 전공의의 교육권을 박탈할 위험이 높은, 새로운 형태의 의료인력을 운영하는 것은 절대로 찬성할 수 없다. 향후 의료직종간 업무 범위를 명확히 할 필요는 있으나, 이 또한 전공의법이 성공적으로 안착하고, 수련환경이 제대로 개선되며 입원전담전문의 제도의 성공 후에 논의가 가능하다”고 밝혔다.